헉! 세상에 이런 일이... 두 학교가 "똑같다"

여주대학과 충암학원의 사학비리... '완전 판박이네'

등록 2011.07.01 10:14수정 2011.07.01 10:14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6월 28일 MBC <피디수첩>은 경기도 여주군에 위치한 여주대학의 파렴치한 사학비리를 고발했다. 이 학교의 한 해 등록금은 1000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2010년도 전체 예산 470억 원 중 등록금 의존율은 84.8%인 반면, 재단 전입금은 0.02%인 1000만 원이 전부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등록금이 매우 부도덕하게 사용되기도 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여주대학의 백화점식 비리

a

여주대학의 비리를 고발한 MBC 피디수첩의 방송장면과 시청자 게시판 글. 학생등록금은 천만원에 이르는데 학교 이사장과 관계자들은 그 돈으로 유흥업소, 면세점 쇼핑 등으로 사용하여 충격을 주고 있다. ⓒ 김행수(화면 캡쳐)


여주대학은 민정당 국회의원과 5공화국에서 장관을 지낸 고 정동성씨가 설립한 대학이다. 현재 그의 아들 정태경씨가 이사장을 거쳐 작년 8월부터 총장을 맡고 있으며, 고 정동성씨의 아내(현 총장의 어머니)가 이사장으로 앉아 있다.

이 학교의 법인카드 이용 내역을 보면, 서울 강남 등 전국 각지의 식당에서 식대뿐 아니라 트랜스젠더바·룸살롱 등 유흥업소·공항 면세점·의류 상점·주유소·주점·약국·노래방·동네 마트 등 교육과 무관한 곳에서 많이 사용됐다.

게다가 법인카드는 정태경 총장 주소지 주변의 마트·약국·커피전문점·식당 등에서도 많이 사용됐다. 공항 면세점에서도 이용이 잦았는데, 정 총장의 출입국 시기와 일치하는 사례가 많다. 

정 총장 주소지 주변 마트에서는 세제, 목욕용품 등은 물론 아기 기저귀까지 법인카드로 결제됐다. 정 총장의 개인 사진 인화비도 학교카드로 결제했다. 게다가 재단 이사장의 부친 묘소와 선산 관리에도 학교 교비가 사용되었다고 <피디수첩>은 보도했다. 학교 돈을 마치 개인돈처럼 사용한 셈이다.

이뿐이 아니다. 여주대학을 운영하는 동신교육재단 사무소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재단에서 지급한 보수는 '0'원이었다. 즉, 재단 직원을 학교의 직원이 겸직한 것처럼 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급여를 지급한 것이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29조는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 학생의 등록금으로 이루어진 교비회계는 교육 목적 외에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여주대학 정 총장과 가족들이 학교카드를 공항 면세점·마트·유흥주점·의류 구매 등에 사용했다면 명백한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 사안이다.

작년 5월 당시 정태경 이사장은 기획실장과 함께 재단 소유의 토지를 매각한 뒤 이 중 4억 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대학 골프연습장 공사 업체 대표에게 3억 원을 받아 개인적으로 쓴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의 어머니인 현 이사장도 대학 기숙사를 신축하면서 허위 계약으로 공사대금을 횡령한 혐의로 벌금 2000만 원에 약식 기소되기도 했다. 

여주대학과 충암학원의 사학비리는 '쌍둥이'

a

충암학원 감사보고서 일부. 설립이래 이사장은 모두 가족들이 하고 있는 등 학교를 족벌로 운영하면서 대물림하고 있다. 이사장은 이전에도 사학비리와 병역비리로 구속된 적이 있고, 아들은 행정실장으로 일은 제대로 안 하고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연가보상비까지 받아가고 있었다. ⓒ 김행수


최근 서울교육청(교육감 곽노현)의 특별감사 결과 공사비 횡령 등 사학비리로 충암학원 이홍식 이사장 등 임원 전원에 대한 이사승인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기자가 입수한 충암학원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이 학원의 비리 실태는 여주대학의 그것과 판박이다.

먼저, 두 학교 모두 학교를 족벌로 운영하면서 대물림 세습했다. 여주대학이 설립자인 아버지에 이어 아들과 아내가 이사장과 총장을 역임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충암학원도 설립자가 초대 교장이자 학원장이었고 그의 아내가 초대 이사장이었다.

설립자 사망 후에는 아들(현 이사장)이 이사장을 물려받았고, 그가 병역비리와 사학비리 등으로 이사장을 할 수 없게 되자 아내와 아들·딸(설립자의 손자·손녀)이 다시 이사장을 맡았다. 이홍식 이사장은 2008년 다시 복귀한 것이다. 현재 충암학원 행정실장은 이사장의 아들이고, 며느리는 유치원 실장을 하고 있으며, 또 다른 친인척들은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또 두 학교는 법정 전입금이 거의 없고 학생의 등록금과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똑같다. 여주대학의 재단 전입금이 1년 동안 1000만 원이었다면, 충암중·충암고의 2009년 결산서와 2010년 예산서에 의하면 두 학교의 법정전입금은 '0'원이었다. 하지만 교육청에게 받는 지원금은 1년 평균 76억 원이 넘었고, 4년간 총 300억 원이 넘는다.

a

충암학원에 대한 정부 지원 현황(감사보고서 일부) 1년 평균 76억에, 지난 4년간 300억이 넘는 정부 지원금을 받았는데, 정작 재단법정 전입금은 거의 "0"원이었다. 국민세금과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면서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있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 김행수


가장 비슷한 점은 국민 세금과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에서 학교 돈을 사립재단이 쌈짓돈처럼 사용했다는 점이다. 

충암학원은 하지도 않은 창호 교체 공사를 했다고 허위로 서류를 꾸며 공사대금 8000여만 원을 횡령한 것으로 형사 고발되었다. 이 학교 이사장은 2000년에도 난방공사비 3억 원을 횡령해 구속되기도 했다.

또 학교법인 소유의 에쿠스 차량을 800만 원에 이르는 학교 돈으로 수리한 후 이사회 결의도 없이 행정실장인 아들에게 공짜로 줘 버린 일도 있었다. 그리고 이사장에게 학교 땅을 임대해 주고 임대료도 받지 않았다. 

이사장실 난방비, 이사장 운전기사 월급도 학교돈으로 지급하고, 법인에서 일하는 직원은 학교직원을 겸직시켜 법인회계가 아닌 학교회계로 임금을 지급했다. 더 가관인 것은 그 이사장실이 학생들의 교실 출입구를 막아서 지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위험한 철제계단을 이용해야 했다는 점이다.

여주대학에서 학교 돈이 이사장 아버지의 묘소 관리에 사용됐다면, 충암학원에서는 교사들을 동원하여 매년 1~2회 설립자(현 이사장의 아버지) 묘소 참배를 다니는 봉건적인 행태가 반복되고 있었다. 또 그 비용을 체육대회, 단합대회, 식목일 행사 등 허위 서류를 만들어 학교돈으로 지출하는 코미디 같은 일도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공개 입찰 안 하려고 공사를 쪼개기 하여 수의계약했고, 무자격 업체에 학교 공사 맡겼으며, 공사비를 부풀리고 준공검사도 제대로 안 하는 등의 도덕 불감증도 도를 넘은 상태였다.

세습 족벌사학의 비리... 언제까지 봐야 하나

이런 대부분의 부정은 형사처벌을 면할 수 없는 사항들이다. 이에 충암 졸업생 대책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모 졸업생은 "학교 돈으로 아직도 이런 부정이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현재 법률 검토를 하고 있으며, 조만간 그 결과에 따라 이사장 등을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판박이 같은 두 학교의 사학비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여주대학의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 누리꾼들은 "이 대학만 그렇겠냐? 모든 사학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충암학원에 대해서는 서울교육청이 이사승인 취소에 이어 검찰 수사가 개시될 것이다.

여주대학과 충암학원 모두 이전에 수 차례 사학비리 혐의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때마다 제대로 청산되지 않아 다시 비리가 재발한 것이다. 이제 국민은 사학비리에 신물이 날 정도로 지쳤다. 교육당국과 수사기관이 이번에는 비리를 근절해야 한다.
#충암학원 #여주대학 #사학비리 #서울교육청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3. 3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