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더니... '건넛방 남자'에게 끌렸다

[레인보우 상담실 ⑬] 서로에 대한 기대치 조금만 낮추면?

등록 2011.07.13 13:23수정 2011.07.1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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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메일에 대한 상담을 해오던 레인보우 상담실이 새로운 형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온 상황을 실사례와 엮어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KBS 드라마 <사랑을 믿어요>에 나오는 김영희(문정희), 권기창(권해효) 부부 가족 ⓒ KBS


주말이면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사랑을 믿어요'라는 가족 드라마이다. 어느 가정이나 다 지지고 볶고 살겠지만, 이 드라마에는 이혼 소송중인 큰 딸 부부가 나온다. 마음씨는 착하지만 한 푼수하는 드라마 작가인 부인(문정희)과 독단적이지만 책임감이 강한 전직 학원 원장 출신인 남편(권해효).


종갓집 맏아들인 남편을 위하여 17년 동안 일 년에 20번이나 되는 종갓집 제사에 참석하면서 맏며느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아들 셋을 나름 열심히 키우는 부인. 작은 아버지의 보조 작가 노릇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쓰던 부인이 어느 날 미니 시리즈 작가로 덜컥 뽑히게 되면서 작가의 길로 나서게 된다. 남편은 부인이 전업 작가 일을 하기 바로 직전 경기가 나빠지면서 학원이 문을 닫게 되어 실업자가 된다. 이때부터 둘의 싸움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요즘도 집에서 한복을 입는 부모님 밑에서 엄격한 유교적인 교육을 받으며 권위적인 아버지를 보고 살아온 남편과, 언제 어디서나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따뜻하고 섬세한 부모님을 보며 자란 부인.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어도 이십년 쯤 지나면 아이마다 성격이 다르고 딸이냐 아들이냐에 따라서 또 달라지기 마련. 하물며 각기 다른 환경에서 20년 이상을 살아온, 거기다가 성(性)도 다른 두 사람이 몸을 맞대고 살면서 상대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차라리 두 집안의 가치관이 개방적이든 보수적이든 비슷하기라도 하다면 그나마 좀 낫겠다. 하지만 인간이란 본래 자기와 다른 점을 가진 상대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결혼하기 전에야 '내게는 없는 상대방의 어떤 점'이 좋아서 결혼을 했지만 살면서는 '내게는 없는 상대방의 어떤 점'이 싫어서 싸우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큰 딸 부부도 마찬가지.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란 남편은 화목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란 부인의 명랑함이 좋았을 것이고, 부인은 자유분방한 자기 집에 비해 뭔가 뼈대 있어 보이는 유교적인 엄격함과 남편의 독단성에서 카리스마의 매력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남편은 집안일이나 애들 교육이나 시도 때도 없이 느긋한 부인의 살아가는 방식이 맘에 안 들 것이고, 부인은 모든 일을 자기 혼자 독단으로 결정하는, 카리스마로 보였던 남편의 그 독단성에 혐오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남편이 돈을 벌 때는 그나마 문제가 밖으로 표출되진 않았지만 집안의 수입원이 부인이 되면서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여자는 '내가 돈을 벌어오는데 이럴 땐 당신이 살림해야'하고, 남자는 '네가 돈 번다고 여자가 할일을 게을리 하면 되냐'고 하고. 지금 이혼 소송 중인 이 부부.

배우자의 '매력'이 단점이 되는 건 한순간... 집착을 버리자

해결책은? 과거에 나를 매혹시켰던 '내게는 없는 상대방의 어떤 점'을 다시 상기하면서 서로에 대해 연민을 가져라. 자유로운 느슨함이 매력이던 그 때 그 시절의 부인을 떠올리며 내 대신 일에 쫓기는 부인을 불쌍하게 생각하면서 집안일도 적극적으로 해주고. 엄격하고 독단적인 것이 믿음직하게 보였던 남편을 떠올리며, 안쓰럽게도 끝까지 지키려 애를 쓰는 남편의 하나 뿐인 자존심만은 꼭 존중해주고.

후배 중에 이혼한 후 몇 달 있다가 다시 재결합한 커플이 있다. 헌신적인 어머니 밑에서 보수적으로 자란 남편과 딸만 넷 있는 집에서 친구 같은 아버지의 진보적인 교육을 받고 자란 부인. 남편은 부인이 헌신적인 자기 엄마 같기를 기대할 것이고, 부인은 남편이 자기 아버지처럼 친구 같은 남편이기를 기대했지만 해를 거듭해도 고쳐지지 않는 너무도 다른 가치관 때문에 지긋지긋해 이혼하게 됐단다.

이혼한 후 집을 팔아 재산을 나누어야 하는데, 집이 팔리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건넛방, 안방 이렇게 세들어 사는 사람들같이 방을 나누어 동거하게 되었는데, 살면서 날이 갈수록 여자 입장에선 자기 아이들 숙제도 봐주고 고장 난 문고리도 고쳐주는 건넛방 남자가 한없이 고마웠단다(이혼 전에는 설거지, 애들 숙제, 주말엔 청소기까지 돌려줘도 투덜대더니). 건넛방 남자 또한 가끔 맛있는 반찬도 나눠주고 어질러진 거실도 청소해주는 안방 여자에게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단다(남자 또한 이혼 전에는, 부인이 밥 다 해서 바치고, 온 집안 청소, 빨래, 다림질까지 해줘도 항상 불만이었단다).

집이 팔리는 날 건넛방 남자와 안방 여자는 집 매매 계약서를 파기하고 재결합했다. 남들에게 말하기도 민망한 이 케이스. 서로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집착을 버리니 사랑이 보이더란다.

생판 다른 환경에서 자란 배우자가 아무리 같이 오래 살아도 '나'는 아니다. 내 잣대로 섣부른 판단하지 말고 작은 것에 만족해하며 상대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그때 비로소 사랑이 보인다.

상담가 '레인보우 상담실' 엄을순 이프 대표 ⓒ 오마이뉴스


#이혼소송 #집착 #재결합 #드라마속사랑 #기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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