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라 불리는 예수, 그의 인간적 콤플렉스는?

[서평] 개신교 목사의 고해성사 <예수의 콤플렉스>

등록 2011.07.23 13:56수정 2011.07.23 13:56
0
원고료로 응원
a

ⓒ 삼인

일본의 불교사상가 이노우에 엔료(1858∼1919)는 그의 저서를 통해 예수·석가·공자·소크라테스를 일컬어 세계4대성인이라 칭했다. 하지만 그와 같이했던 일부 사상가들에 의하면 본래 엔료가 주장했던 4대 성인은 공자·석가·소크라테스·칸트였다고 한다. 예수가 빠진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럼 누가?>의 저자 김주일은 이런 연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엔료 자신이 불교를 통해 일본 정신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 보수주의 사상가였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고의적으로 예수를 제외함으로써 예수가 창시한 서구의 종교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를 가졌다. 그래서 예수는 종교 지도자일 뿐 철학자가 아니라고 했으며, 이런 이유로 서양의 종교는 철학이 없는 종교이기 때문에 불교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윤리사상가인 와츠지 테츠로(1889∼1960)에 의해 현재의 4대성인으로 수정되었지만, 이러한 4대성인의 발상 이면에는 아시아 사상가로부터 나온 서구에 대한 열등감과 제국주의적 관점의 일그러진 표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렇듯 예수가 4대성인이라면 그도 보통의 인간이었고 평범한 종교지도자였지 않았을까. 일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말하는 참신(only god), 구세주(the messiah)의 영역에서 볼 때 예수의 신격화는 지나치게 과장된 것은 아니었을까. 예수를 하나님의 메시아로 인정한다는 의미도, 그 자체가 예수를 지칭하는 말 조차도 모두 성서학자와 일부 종교지도자들이 꾸며낸 허상은 아니었을까.

이런 물음에 대해 <예수의 콤플렉스> 저자인 송상호 작가 또한 개신교 목사임에도 예수가 신 영역의 존재가 아닌 똑같은 보통사람의 전형이었음을 강조한다. 그는 예수 삶에 있어서 온몸으로 부딪혀야 했던 내재과거아 콤플렉스, 탄생설화 콤플렉스, 가족 콤플렉스, 섹스(동성애) 콤플렉스, 종교(유대교와 불교적 성찰) 콤플렉스 등에 대해 전문서적들의 예를 들어 상세히 설명한다.

송 작가는 이어 '예수탄생 설화는 콤플렉스 덩어리'라며 성서학자들이 자기 구미에 맞게 그려나간 성서의 미화 내용을 다양한 고서를 통해 전면으로 반박하고 나선다. 예수는 신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이었다며 말이다. 즉, 예수가 인간이었기에 평생을 콤플렉스 때문에 아파하며 살았고, 그 아픔이 치유되고 승화되는 과정이 바로 비범함의 신격화로 표현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천재적 반항아 예수, 아버지를 통해 콤플렉스를 키우다

"예수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대한 반항을 넘어 신의 나라를 생각했다. 그 신의 나라의 신을 자신의 아버지라고 동일시했다. 나아가서 자신을 곧 신과 동일시했다. 이것이 바로 예수의 콤플렉스다."

작가 송상호는 이 책을 통해 예수의 탄생설화와 그 배경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예수의 진짜 아버지의 존재(요셉 아닌 또 다른 신적 존재), 동정녀마리아 탄생의 진위, 예수의 족보에 나타난 여인들, 누가복음과 마태복음에 나타난 예수탄생 배경의 이중성과 허구성 등을 열거하며 당시 시대상황 속에서 인간 예수가 겪어야 했던 내재적 갈등에 주목한다.

특히 율법이 엄격하게 강조되었던 당시 시대 상황에서 안식일에 병을 고치는 등의 의료행위를 하였던 예수의 이면과 사역 내내 율법을 관장하는 종교 지도자들에게 반항과 욕설을 하며 저주를 퍼부었던 내재과거아적 예수의 반항에 중심을 맞추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토마스 복음'에는 예수를 가리켜 '좌충우돌', '천재적 반항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송 작가는 또한 예수탄생 당사들인 마리아와 요셉, 그리고 태아 예수의 관계 설정에 공을 들인다. 그중에서도 송 작가는 아버지격인 요셉을 가리키며 가부장 콤플렉스의 부정적 측면인 위계질서, 억압, 불평등, 복종 등에 관해 내재적 반항심을 키우게 한 장본인이라고 역설한다. 한편으로는 아버지 요셉에게 아들 예수는 자신의 어두운 면을 생각하게 하는 콤플렉스의 근원지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어머니 마리아는 어떠했는가. 작가 송상호는 마리아와 예수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예수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있었다"고. 남성이 아버지를 증오하고 어머니에 대해서 품는 무의식적인 성적 애착 증세가 예수에게 깊게 자리하고 있어, 항상 예수 주변에는 비슷한 부류의 여자들이 많이 따랐다는 것이다.

우상숭배를 벗어 버리고, 내 안의 나를 만나자

작가 송상호는 집필동기를 통해 "예수가 걸었던 콤플렉스의 길을 따라 우리 자신의 콤플렉스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콤플렉스 자체가 인간에게 찾아온 가장 최대의 위기이자 기회라는 것이다. 예수·부처·마호메트·공자 또한 자기만의 콤플렉스가 있었기에 성인으로 가는 지혜의 문을 열수 있었다고 말이다.

송 작가는 첨단과학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21세기 4차원 패러다임 사회에서 종교라는, 특히 기독교(미국식)근본주의라는 교조주의(dogmatism)에 의해 행해지고 있는 1차원적인 획일적 믿음에 대해 일침을 놓는다. 이것이 바로 '우상숭배'요 '종교 중독'이라고. <심리학자 예수>라는 책을 집필한 마크 베이커는 종교 중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종교 중독, 그의 신앙이 우상숭배인 것은 그가 신앙을 통해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과 교제하는 대신 자신의 괴로운 감정을 숨기는데 종교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성경 지식을 내보이고 칭찬받음은 결국 자기 제자 만들기다. 종교적 율법과 의식이 현실보다 더 중요하다는 환상을 심어 줄 때 그것은 하나의 우상숭배가 된다. 그것은 신앙이 아니라 중독일 뿐이다."

예수의 콤플렉스, 석가의 콤플렉스, 공자의 콤플렉스, 마호메트의 콤플렉스는 곧 우리 자신이 극복해야 할 우리의 콤플렉스라고 말하는 송상호 작가. 송 작가는 결국 이 범상치 않은 고해성사를 통해 예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진실로 문제가 되는 우상은 마음 속에서 망상으로 만들어내는 상이며, 이것이 무서운 우상숭배가 됩니다. 어떤 종교인이든 스스로가 만들어낸 망상에 빠져 편협한 행동을 하면 많은 허물을 범하게 됩니다. 그릇된 망상과 유혹에 빠져 종교의 노예가 되면 부모도 나라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직 그들이 생각하는 신만을 절대시합니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확인도 못해본 그 신에 대해…." (금강경 강의 중 '범소유상 개시허망'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예수의 콤플렉스> / 송상호 / 삼인 / 2011년 6월 / 1만4000원


덧붙이는 글 <예수의 콤플렉스> / 송상호 / 삼인 / 2011년 6월 / 1만4000원

예수의 콤플렉스

송상호 지음,
삼인, 2011


#예수의 콤플렉스 #송상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