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연상연하 커플'? 그건 드라마 얘기고

[레인보우 상담실 ⑮] 삐걱대는 현실속 커플들, 나이 차이·주위 시선·편견에 휘둘리지 말라

등록 2011.07.27 10:13수정 2011.07.2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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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불굴의 며느리>에 나오는 오영심(신애라 역)과 문신우(박윤재 역) ⓒ 불굴의 며느리


요즘 침체되어 있던 MBC 일일연속극의 부활을 예고하며 드라마 <불굴의 며느리>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300년 전통의 지조와 절개를 자랑하는 김씨 종갓집 만월당을 배경으로 한 인간적인 러브라인 형성은 시청자들을 적당히 열받게도 하고 적당히 설레게도 하면서도 막장으로 치닫지는 않는 섬세함이 인상적이다.


개중에서도 '사랑의 상처 3종 세트: 남편의 배신, 이혼 요구 그리고 사별 등'으로 고통받던 만월당 13대 종부 오영심(신애라 분)에게 나타난 사내 동료이자 연하남 문신우(박윤재 분)의 적극적인 구애는 많은 대한민국 누나들의 여심을 콩닥콩닥거리게 하고 있다.

'연상연하'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 부드러워졌음을 반영하듯 MBC 수목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의 이신(정용화 분)-정윤수(소이현 분)나 tvN 오리지널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의 선우인영(조여정 분)-배성현(최진 분) 또한 연상연하 연애스토리 전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상연하, 대체 뭐가 그리 매력있는 걸까? 현재 방영되고 있는 이들 드라마 속 '연하남'들의 공통점은 솔직하고 적극적이며 부자이거나 아니면 미래가 촉망되는 재능을 타고 났다. 더불어 키도 멀쑥하니 크고 군살도 없고 빛나게 잘생겼다. 심지어 연상녀에게만 일편단심이니 참으로 완벽하게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연하남에게 연상녀는 나이만 많을 뿐이지 세상으로부터의 상처가 깊어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며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사사건건 귀찮게 하지도 않는다. 즉 쓸데없이 '밀당(밀고 당기기)'하지 않는 모습에 그녀에게 관심 받고 싶은 승부욕이 발동 걸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되는 '비현실적인 조건'을 갖춘 그들의 사랑은 보는 이로 하여금 뭔가 불편하면서도 치명적인 설렘을 준다.

괜찮다고 말하지만 그닥 괜찮지만은 않은 '현실속 연상연하' 대학원 졸업 후 회사에서 앞만 보고 달리던 친구 골드미스 C양이 있다. 삶에 대한 회의로 심신이 지칠 때쯤 그녀의 심장에 나비가 한 마리 날아들었다.


같은 회사에 취업한 신입, 패기로 가득한 젊고 멋진 그의 달콤한 고백에 그녀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다. 속으로 그녀 또한 설렜지만 6살의 나이 차이와 사회 경험의 차이라는 '현실'은 그녀로 하여금 그를 어른스럽게 거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설레는 맘을 무작정 누르기는 힘든 법.

어느덧 그들은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게 됐고 처음에는 낯선 매력으로, 그 이후에는 동반자로 점점 친해졌다. 하지만 둘 사이가 익숙해질 때쯤 현실이 하나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결국 천일 동안 이어진 아쌀하고 진한 연애 끝에 그들은 '주위의 시선', '사내에서의 시선' 그리고 '연륜의 차이'라는 문제를 내세워 이별을 선언했다.

어린애한테 놀아난 내가 바보? 그렇게 쿨하게 이별한 뒤 C양은 한동안 시련의 아픔에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울분을 토했다. 내용인즉슨 '회사에서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 어쩜 3년 가까이 사귀어 놓고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는가. 어려서 그런 거지 아주 철이 없어. 어린애한테 놀아난 내가 멍충이다'였다.

그녀는 삼십대 후반이고 그 남자는 삼십대 초반, 즉 그가 사회적으로 '아이'는 아닌데 말이다. 그렇게 모든 이별의 이유를 '나이 차이'로 귀결시키고 있는 그녀에게 제발 나이 차이만 빼고 한 번 둘의 관계에 상처를 준 진정한 이유를 대화로 찾아보라고 했다. 위와 같은 말들을 그에게도 했었다면 이건 본질적으로 상대방을 무시하는 태도가 뼛속 깊이 있는 것이고 그는 자꾸만 작아지는 자신에 비애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들이 삐걱거리게 된 진정한 이유 아직 헤어지지 말라는 신의 계시인지 이별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서 그들의 회사에서 전체 회식이 있었고 그 둘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왜 그가 이별을 너무 쉽게 받아들였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나도 이미 과년한 어른인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어린 취급받을까 두려워서 나오는 행동들이 자연스럽지 못해서 짜증났다, 내가 어리고 무능하게 보여서 그냥 놓아 버리고 싶었다'였다.

그녀는 그에게 '그건 오해다, 나는 그냥 한 여자일 뿐인데 매번 연장자로서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고 항상 이 만남이 공평하지 않게 느껴졌다'고 답했다. 서로 너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 그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처음으로 솔직하게 털어놓는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쌓여있던 오해를 하나 둘 이야기하다 보니 진정한 문제는 여느 연인들과 다를 바 없이 '빈정 상하는 말투, 무관심한 표정, 이기적인 행동 등으로 서로가 실망한 것'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대화할 마음이 있는 것을 보면서 아직 사랑이 끝나지 않았음을 느꼈고 그들은 이제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서로에게 공평한 인간이자 남녀로서 다가가기로 했다고 한다.

진작 이 대화를 주고 받았다면 괜한 마음고생을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그들은 스스로 오해를 만들었고 그로인해 이별할 뻔했다. 심장이 사랑한다는 것은 자꾸 덮어둔 채 머리가 설명하는 사회의 불편함에 대해 너무 치우쳐 생각을 하다 보니 정성으로 공들인 3년의 사랑이 파국으로 갈 뻔한 것이다. 연상연하도 상관없다면서 용기있게 시작해놓고 스스로 '나이 차이'라는 감옥을 만들어 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이별의 이유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문제 물론 사회에서 명명한, 해서는 안 되는 사랑이나 또 다른 누군가가 다치게 되는 사랑은 양심상 거부할 줄 아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색하고 불편할 뿐 거부할 수 없게 끌리는 사랑이라면 그것을 지킬 줄 아는 열정도 필요하다. 이런저런 이유를 가져다가 이별의 사유로 만드는 버릇을 갖고 있다면 그 어떤 사랑이 찾아와도 나쁜 결과에 대한 공포심으로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자주 찾아오지 않는 사랑. 그 안에서 고민으로 끙끙 앓고 있을 때 심장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귀기울이고 서로가 같은 맘으로 통한다면 그런 설렘과 사랑은 그 어떤 타의와 이별이 개입할 수 없는 자신들만의 러브 스토리로 이어질 것이다.

'레인보우 상담실' 윤솔지 상담가 ⓒ 오마이뉴스

#불굴의 며느리 #신애라 #문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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