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짬뽕 대전'... 우리 단독 기사예요

군산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들리는 <매거진군산>을 찾아

등록 2011.08.01 19:04수정 2011.08.0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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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에 종사하는 두 40대가 인구 27만을 힘겹게 턱걸이하고 있는 도시 전북 군산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중심의 잡지 <매거진군산>을 5개월째 발행하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이진우(42) 대표와 진정석(40) 편집인.

이 대표는 산업디자인 전문회사(ICM)를 운영하는 '아트디렉터'(예술감독), 진 편집인 역시 무역업이 본업인 '포토그래퍼'(사진작가)로 두 사람이 매일 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는다. 그들은 첫 만남에서 "돈을 벌려고 책을 만든 게 아닙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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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군산 표지 사진 주인공들. (왼쪽부터) JY중공업 박경윤 감사(8월호), 군산대 최연성 교수(6월호), 군산창작문화공간 ‘여인숙’ 이상훈 대표(7월호), 서광수출포장(주) 손명엽 사장(5월호) ⓒ 조종안


창간호(4월)부터 계속 인물사진으로 표지를 채워오고 있는 것에 대해 진 편집인은 "최소한의 보정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주변에서 흔히 보는 중년의 아저씨이니 진실한 이웃 모습으로 편하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꾸미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춘 것으로 생각하면 어떻겠냐고 질문하기도.

한 달쯤 되었을까. 모 행사장에서 취재에 열이 올라 있는데 누군가가 책을 한 권 건네주었다. 그 자리에서 버리기 미안해서 가방에 넣었다가 취재를 마치고 오면서 꺼내보니 <매거진군산> 7월호(4회)로, 책장을 넘길수록 창간호는 어떻게 꾸며졌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표지까지 40쪽밖에 되지 않았으나 책 이름에 군산(KUN SAN)이 들어가 우선 반가웠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지의 인물사진에 고급스러운 종이, 세련된 디자인과 색상 등이 책의 품격을 말해주는 듯했고, 기사도 몇 꼭지 실리지 않았지만, 내용이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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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4월) 표지와 (주)KB중공업 유현동 부사장. 군산출신보다 더 군산스러운 경기도 사나이여서 모델로 삼았다고. ⓒ 조종안

어렵게 구한 창간호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매거진군산>의 초점이 어디에 맞추어져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100년 가까운 역사에 '없는 것 빼곤 다 있다'는 구 역전 새벽시장을 취재한 이화숙 자유기고가의 '도깨비 시장에는 희망의 도깨비가 산다'가 특별기획 기사로 다루어지고 있어서였다.
군산을 세계적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해 부안-김제-군산 통합 운동을 펼치고 있는 군산대 최연성 교수 주장과 그의 의지가 담긴 '새만금은 누구의 땅인가?'(6월호) 역시 돋보였다. 2010년 4월 새만금 방조제(33.9km)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군산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게 '새만금 행정구역 통합'이기 때문.

새만금 방조제 완공 전까지만 해도 반도(半島)였던 군산은 대규모 공단이 들어선 농어촌 복합도시. 난개발로 시간이 갈수록 황폐해져 가는 농어촌 실태와 노동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노동자를 다룬 기사를 발견할 수 없어 조금 서운했다. 


이종격투기에 밀려 진즉 사양길로 접어든 권투. 한때는 군산의 권투를 세계 수준급으로 끌어올렸던 군산체육관 김완수(82) 관장을 소개한 '주먹에 웃었지만, 세월에 울었다'(7월호)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추억여행을 떠나게 하였으나 기사 분량이 너무 적어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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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오감을 만족시키는 지린성 짬뽕.(1년 전 사진) 주인은 평소 “짬뽕은 멸치국물로 해야 개운하다”고 주장한다. ⓒ 조종안


시내 중국 음식점 10곳의 화려한 짬뽕 사진과 맛의 특징, 식당 건물, 약도까지 들어간 '짬뽕 大戰'(5월호)은 신선한 웃음을 주었고, 맛의 도시 군산에 잘 어울리는 기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10곳 말고도 맛좋은 짬뽕을 만드는 식당이 많다며 휴업 중인 업소의 '전설의 고추짬뽕'까지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돈 벌려고 책을 만든 게 아닙니다"

새만금과 함께 탄생한 군산의 관문 비응항의 명암(明暗)을 소개한 '나는, 비응항이다'(7월호)는 갯벌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취재 기자는 물론 편집진의 애향심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어떻게 정기 월간지를 발행하게 되었는지 얘기를 듣고 싶어 사무실을 찾았다.

평소 자주 오가는 중앙로에 사무실이 있다고 해서 쉽게 찾을 거로 생각하고 나섰는데 한참을 서울에서 김 서방 찾 듯했다. <매거진군산> 간판이 걸려 있지 않아 어렵게 찾았기 때문. 아직은 함께 사용하고 있다는 디자인 회사 사무실에서 화제의 주인공 두 사람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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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군산을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이진우 대표 ⓒ 조종안

- 이진우 대표에게, 독자로 알고 편하게 답해주면 고맙겠다. <군산 매거진>은 어떤 잡지인가? "한마디로 군산 사람들과 군산의 라이프스타일을 코디해 주는 오직 군산 사람들을 위한 잡지이다. 다시 말해서 생활양식, 행동양식 등 문화와 사고가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이 커뮤니티가 이루어지는 군산을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 콘텐츠와 시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어떻게 군산을 중심으로 책을 발행하게 되었나?
"한 지역, 특히 고향동네 사람들을 다루는 잡지를 만든다는 것은 무척 두려운 일이어서 걱정스럽다. 그러나 돈 버는 게 목적이 아니어서 그런지 한편으로는 즐겁다. 취재 대상도 무궁무진하다는 걸 느꼈다. 사람이 좋은 군산에서 그 사람들을 주제로 책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몇 해 전부터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창간호가 나올 때는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 군산역, 버스터미널, 커피숍, 식당 등지에서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던데 계속 무가지로 발행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인쇄비 확보가 목표이므로 독자 확보 차원에서 1년 정도는 무료구독으로 가려고 한다. 책은 매월 초에 발행되며 500권 남짓은 우편으로 보내는데 그들에게는 1년 배송료 2만5000원씩을 받고 있다. 홈페이지(www.maggun.com)를 통해서도 구독할 수 있다."

- 1년이라고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을 터인데 자금은 어떻게 충당하나?
"금액을 정확히 밝히기는 곤란하고···. 적잖은 비용이 드는데 부족한 부분은 배짱이 두둑한 어머니가 도와주겠다고 약속하셨다.(웃음) 대학 때 서양화를 전공한 분이어서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 책이 나오면 발송할 때 뒤치다꺼리까지 해주시는 어머니에게 늘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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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발행할 때마다 아쉬움을 느꼈다는 진정석 편집인 ⓒ 조종안

- 8월호(5회)가 발행되었는데 진정석 편집인의 소감을 듣고 싶다. "창간호 때부터 매월 책을 발행하고 나면 표지 사진에서부터 내용까지 아쉽고 부족함을 느껴왔다. 그러나 횟수가 더해갈수록 격려해주시는 어른도 늘고 경기도, 충청도 등지의 도시에서도 건전한 비판과 응원의 글이 올라오고 있어 힘이 되고 있다." 

- 책이 너무 얇다는 사람들이 많던데?
"페이지를 늘려달라는 건의가 계속 들어온다. 편집인 처지에서도 같은 생각이다. 그래서 8월호는 4페이지 늘려 44쪽으로 발행했다. 앞으로도 조금씩 늘려갈 계획이다. 거기에 부응해서 10대 청소년에서 60대 이상 노년층까지 세대별로 원고료를 지급하는 자유기고가를 모집하고 있다."

- 책 목록을 보면 푸드, 기업체 탐방, 군산의 인물, 경제, 전시·축제, 영화·관람, 문화·도서, 요리, 수필, 군산시 소식 등 콘텐츠가 다양하던데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목록에 나와 있듯 당연히 인물이다. 문화·예술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재미나고 따뜻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 독자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예민한 정치 분야와 부정적인 내용은 다루지 않을 생각이다. 사람과 인생살이 콘셉트 계획은 책을 준비할 때부터 세워져 있었다. 부족함이 많다. 격려와 관심을 부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매거진군산 #군산사람들 #이진우 #진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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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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