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문이 부식됐으니, 폐차하세요"

양심이 출장 중인 시골 카센터들

등록 2011.08.03 10:48수정 2011.08.0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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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한 중고차 보닛 내부 모습. ⓒ 박준규


내 차는 12년 된 중고차로 2002년 12월에 구입한 99년 식 중형차다. 비록 중고차였지만 구입 후 길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장거리 운행도 하고 약 1년 넘게 애지중지하며 운행했다.


그러나 1년 남짓 지난 때부터 서서히 잔고장이 나기 시작하면서 속을 썩였다. 때문에 한 달이 멀다하고 카센터들을 들락거렸는데, 어느 날 한 카센터 사장이 전산을 두들겨 보다가 내 차가 예전 렌터카였다는 사실을 귀띔해줬다. 허나, 당시에는 사소한 잔 고장 빼고는 승차감이나 외간상 문제가 없어 보여 지금까지 타고 있다.

그런데 몇 달 전(겨울)부터 시동만 걸면 조금 지나 푸두둑 푸두둑 소리를 내며 시동이 꺼졌다. 2~3분 간 예열을 하고 운행하는 게 습관이 된 터라서 나름대로 내 운전습관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이상하다 넘겼는데, 며칠 전부터는 운행 중에도 시동이 꺼지는 게 아닌가. 생명에 위협을 느껴 바로 카센터로 가서 점검을 받았지만, 차를 점검한 사람은 대수롭지 않은 듯 몇 가지 부속들만 운운하며 흘려 넘겨버렸다.

1여 년 전 RPM 수치가 기준 이상으로 올라가서 라디에이터라는 부품 하나를 교환했는데 방문한 카센터들에서는 그쪽 이상만 의심하며 이미 교체했다면 특별히 손 볼 때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문이 부식됐으니 폐차하고 중고차를 뽑아라!?

일단 차에 열이 오르면 시동이 꺼지는 일이 적어서 그냥 운행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운행 중에도 시동이 꺼지는 일이 반복됐고, 특히 이번 폭우 때 물 웅덩이만 지나가면 시동이 꺼져서 원인을 찾은 듯해 기쁜 마음에 카센터로 달려가서 이야기를 하니, 다음과 같은 답변만 늘어놓았다.


첫 번째로 찾아간 D 공업사, "차 수명이 다 돼 그럴 수도 있으니 정확한 원을 찾으려면 시동이 꺼지는 순간 체크를 해봐야 안다"며 "의심 가는 부품(정압기?)이 있긴 한데 새것은 비싸니 폐차장 가서 구해오면 교체해보고 확인해 보자"고 했다.

또 다른 카센터의 한 사장은 "4개의 문짝 밑이 부식돼 그리로 물이 들어가면 시동이 꺼질 수 있으니 그냥 폐차하고 중고차를 구입하라"며 수리자체를 못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고차매장에 전화해 가격시세까지 알려주는 친절(?)을 보였다.

자동차에 문외한인 나는 그 말에 '정말 그런가?"하며 귀가 솔깃하기도 했지만 혹시나 싶어 일단 알았다고 한 후 차를 몰고 나왔다. 

오기가 생겨 또 다른 정비소를 찾아 가보기로 하고 가평 시내를 탐색하다가 오픈한 지 얼마 안 되는 대형카센터가 눈에 띄어 들어가 고장 증상을 설명하니 한 정비사가 바로 보닛을 열어 확인을 하고, 엔진 부분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 시동 꺼지는 것을 확인 하는 것이 아닌가?

그 후 몇 가지 검사를 하더니 5분 안에 원인과 견적을 뽑아 설명해 줬다. 순간 무언가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방금 전 찾아갔던 공업사나 카센터들은 십여 년 가까이 찾아가 수리를 받던 곳이었기 때문에 그 충격과 실망은 더 했다.

오일 하나를 갈아도 배관세척을 해줘야...

새 카센터의 한 정비사는 빠른 시간 내에 내 차를 점검했고, 어디 어디가 문제가 있으며 어떤 부분이 문제의 원인인가를 설명해 줬다. 나는 그제야 각종(엔진/브레이크)오일과 냉각수를 교체할 때 세척하며 교환해 주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동안은 무조건 보충해 주거나 교환만 해줬지 세척해 줘야 한다는 것은 몰랐다.

이에 대해 정비사는 "시골에 있는 공업사나 카센터들에는 고가의 세척기가 없기 때문에 세척에 대한 중요성을 설명 안 해주는 경향이 있는데 세척 없이 보충, 교체만 해주다보면 노폐물들이 관에 쌓여 자동차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어 가능하면 세척을 해주는 것이 좋다"며 각 오일 교체 시 세척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 외에도 수리하는 동안 갖가지 정보를 설명해줘 그동안 몰랐던 자동차관리정보들에 대해서 알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최종적으로 내 차의 고장원인은 보닛 안에 있는 전기 계통 부품들이 고장 난 것과 더불어 각 배관들에 노폐물들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앞서 점검(?) 받은 곳에서 제시한 추측성 진단과는 거의 맞지 않았으며, 특히 자동차 문 밑에가 부식돼 시동이 꺼진다는 진단이 허위란 것도 알게 됐다.

아무리 중고차라고 해도 정확한 고장원인을 찾아 수리해 주는 것이 원칙이어야 한다. 중고차라고 하여 그 원칙을 어긴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속에 사는 서민들의 고통만 커질 것으로 보여 착잡했다.

비록 거금을 들여 또 한 번 자동차를 수리했지만 엉뚱한 진단에 폐차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한 하루였다. 비록 시골 카센터들이지만 양심을 갖고 고객들에게 서비스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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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오일이나 냉각수 교체 시 배관 세척이 필수. ⓒ 박준규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www.pmn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www.pmn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중고차 #오일교체 #냉각수교체 #배관세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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