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한테 강요하세요?"... 남자는 억울하다

노총각이 노총각들을 위해 쓰는 일기⑧

등록 2011.08.08 13:56수정 2011.08.0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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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럴 때 가장 억울하다?'

세상을 살다보면 참 억울한 일이 많다. 내가 잘못한 일이라면 당연히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아니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방법이라도 취해 보겠지만 억울한 일은 참 대처하기 어렵다.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 괜스레 내가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주변 보기도 민망하다. 아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공감할 것이다.

그럼 노총각은 언제 제일 억울할까? 뭐 경우의 수가 너무 많으니 사람마다 나오는 말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데 좋아한다고 오해 받았을 때, 그것도 참 죽을 맛이다. 주변의 지인 중에 그런 누명(?)을 겪은 사람이 있고 나 또한 비슷한 경우를 당해 봤다. 참… 이것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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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여성들이 있는 만큼 성격도 제각각이다. 그런만큼 어떤 상황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도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김종수


남자도 착각하지만 여자도 착각한다

보통 남자에 대해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가, 남자라는 동물은 어떤 여성분들이 친절하게 대하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러냐고? 나한테 물어보는 분들도 있었다. 아아… 남자의 입장에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뭐 여성분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남자들은 단순하고 그런 면이 많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착각도 있다고 하는 편이 맞다.

다만 착각을 크게 하냐 아니면 잠깐 공상에 빠졌다가 다시 현실세계로 복귀하냐, 자주 하냐 가끔 하냐 뭐 그 정도의 차이지 않나 싶다. 하지만 말이다. 남자들만 이런 착각을 하는게 아니다. 가끔은 여성분들도 비슷한 착각을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더욱 치명적인 착각을….

가까운 친구 중 하나가 언젠가 다음과 같은 일을 겪은 적이 있다. 회사에서 영업 쪽을 담당하고 있던 친구는 여러 곳의 거래처와 자주 연락을 취하며 담당자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가끔 술 한잔씩 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모든 것을 일의 연장선으로 말하기는 그렇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가깝게 지내는게 일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중에서 **거래처에 참 친절한 여사원이 한 명 있었다고 한다. 경리 업무를 담당하던 그녀는 항상 웃는 낯으로 친구를 대했다. 또 아무리 일이 바빠도 친구가 회사로 들어오면 꼭 커피나 간단한 먹거리를 갖다주는 등 예쁜 행동을 많이 했다.

거기에 일부 골치 아픈 거래처와 달리 결제나 기타 업무적인 부분에서도 칼같이 처리해 주는지라 친구 입장에서는 천사도 그런 천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좋은 관계가 6개월 이상 꾸준하게 지속되자 가끔 안부 문자도 주고받고 인간적으로 친하게 됐다.

사실 영업 파트를 맡고 있기는 했지만 그 친구는 그렇게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다. 할말은 곧잘 하지만 낯을 많이 가리고 예상치 못한 일을 당했을 때 얼굴이 빨개진다던가 눈이 커지는 등 표정 관리가 잘되지 않는 편이다. 친한 사람이 아니면 농담도 즐기지 않고 전체적으로 능글맞은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세상 일은 역시 알 수 없는 것인가 보다. 그렇게 사이가 좋았던 여사원이 친구한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힘든 존재로 돌변할 것이라는 것을 어찌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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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한번 타올랐다 꺼지면 재만 남고 깨끗하게 주변을 태워버린다. 하지만 오해는 타오르는 속도만 빠를뿐 좀처럼 깨끗해지지 않는다. 특히 남녀간의 오해는 더욱 그런 경향이 있어 주의가 요구되는것 같다. ⓒ 김종수


오해는 스트레스의 씨앗, 풀 수 없는 답답함

언젠가 친구는 여사원이 근무하는 회사로 연락도 없이 들어갔다. 근처에 볼 일이 있어 온김에 생각이 나서 들린 것이다. 마침 날도 춥고 해서 따뜻한 커피를 사들고 여사원이 일하는 사무실을 노크했다. "네, 들어오세요" 친절하게 들려오는 여사원의 목소리에 친구는 당연히 평소처럼 그녀 혼자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오 마이 갓~~ 이게 어찌된 일인가? 때마침 사무실에서는 사장을 비롯해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잔뜩 있었고 그것을 모르던 친구는 여사원에게 "커피 한 잔 드세…"라고 말을 하다가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말았다.

여사원과 눈이 마주쳤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랐다고 한다. 여사원을 비롯해 모든 이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된다고 느끼자 당황한 친구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황급히 여사원에게 캔커피만 건네고 허겁지겁 사무실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아… 이게 뭐야' 유달리 낯을 많이 가리던 친구는 밖으로 나와서도 한참 동안 뜨거워진 얼굴이 식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본의 아니게 망신을 당한 것도 서러운데 설상가상으로 그 여사원의 착각회로(?)가 열려 버린 것이다. 맞다. 그 여사원 분은 친구가 자신을 짝사랑하는 것으로 단정지어 오해해 버린 것이다.

'설마… 혹시…?' 친구도 바로 그게 걱정이 됐다.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정황상 분명 오해를 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차라리 돈으로 얽힌 오해는 돈을 갚고 문제를 처리하면 어느 정도 오해가 풀리지만 이런 류는 정말 어렵다고 알고 있다.

친구는 당황스런 마음에 수차례 그 여사원 분에게 말을 걸며 오해를 풀려고 노력했다. 그 여사원분도 친구에게 마음이 없었다고 하지만 친구 역시 털끝만큼도 그 여사원에게 마음이 없었다. 누가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 서로 자기 스타일이 아닌 것이라고 해석하면 맞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여사원은 친구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주변사람들을 통해 '저 사람 왜 저러지… 나 부담스러워..'라는 말만 잔뜩 퍼트린 채 노골적으로 친구를 피해 다녔다.

'어쩌지… 큰일났네!' 미칠 것 같은 심정을 느낀 친구는 어떤 식으로든 오해를 풀고싶은 기색이 역력했다. 전화를 걸었지만 여사원은 전화를 일부러 피했고 문자 역시 답장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걸어서 연락을 부탁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친구의 심장은 터져 버릴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친구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왔다. 길을 지나던 중 우연하게 건너편에서 걸어오는 여사원을 발견한 것. '지금밖에 없다!' 친구는 미친 사람처럼 죽을힘을 다해 여사원을 향해 뛰어갔다.

"저… 저기요.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정말이지… 꼭 풀고 싶습니다. 그때 음료수는 평소에 너무 고마워서 갔다준 것뿐입니다. 다른 의미는 없…"

하지만 친구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여사원이 말을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요? 왜 혼자 오버하고 그러세요. 아 그리고…자꾸 남자가 부담스럽게 그러지 마세요. 보기 흉하거든요. 왜 그렇게 남자답지 못하게 변명을 하려고 그래요. 계속 이럴수록 그쪽만 부끄러워지는 것 모르세요? 사람이 눈치가 좀 있어야지. 왜 일방적으로 저한테 감정을 강요하세요?"

한겨울 서릿발처럼 친구를 향해 독설을 내뱉던 여사원은 이내 다음 말을 듣지도 않고 휙 가버렸다. "저… 저기요, 그게 아니라…" 잠시 멍해져 있던 친구는 필사적으로 뭔가를 말하려했지만 이미 여사원은 사라진 이후였다.

이대로는 억울해서 병에 걸릴 것 같다고 생각한 친구는 여사원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려했다. 그러나 반응은 주변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왜 그러세요? 여자가 그분만 있는 것도 아닌데 그만 잊어 버리세요." "사랑이라는 것은 어느 한쪽의 감정만으로 되는게 아닙니다." "아, 예예… 안 좋아하는 것 잘 압니다. 예예… 그러니까 쿨하게 여기서 끝내세요."

다들 그런 식이었다. 친구는 그야말로 미치고 펄쩍뛰고 졸도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럴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하니 참 답답하기는 했나보다. 더불어 세상에는 자기가 믿고 싶어하는 것만 믿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고, 더불어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경우가 적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 뒤로도 친구는 몇 차례 그 여사원에게 오해를 풀려고 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되려 자꾸 그럴수록 자신만 스트레스 받고 더불어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 같아 입술을 꾹 깨물고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눈에 띄더라도 괜히 자신이 죄지은 사람처럼 후다닥 피하기 일쑤였고, 다른 사람들과 웃고 떠들다가도 그 여사원이 오게 되면 마음과는 달리 얼굴이 딱딱하게 굳여졌다고 한다. 친구에게는 문제의 여사원이 세상에 어떤 존재보다도 공포스러운 존재였으리라.

그때의 경험 때문인지 친구는 어지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상대방에게 불리한 말 같은 경우는 특히 경청하며 본인 스스로 섣부른 오해를 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부분은 나 역시도 옆에서 같이 배우려고 애를 쓰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세상은 오해 덩어리라고, 모든 오해를 다 피해 다닐 수는 없겠지만 이런 부분은 조금씩 서로 감안하고 바꿔 생각하는 지혜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남녀 문제가 아닌 다른 모든 것들을 포함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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