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브레인도, 여당 경제통도 "MB 틀렸다"

세계 재정 위기, 복지 탓한 이 대통령 비판... "감세 철회, 복지 확대해야"

등록 2011.08.11 18:15수정 2011.08.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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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져온 미국 등 일부 나라의 재정 위기를 '복지 포퓰리즘' 탓으로 돌린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불거지고 있다. 낮은 조세부담율과 감세, 과도한 국방비 지출 등 각 나라들이 위기에 직면한 근본 원인을 외면한 '외눈박이' 상황 분석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유승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1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 대통령의 언급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 최고위원은 "경제상황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내년 예산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 말에 동의하지만 자칫 이 같은 언급이 재정건전성이나 복지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박근혜 브레인 유승민 "MB 추경예산이 재정 악화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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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이 10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이 10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이명박 대통령은 전날 열린 '금융시장 위기관리 비상대책회의'에서 작심한 듯 정치권의 복지 확대 움직임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그리스가 1970년대 이후 고속성장과 민주화를 거쳐 복지를 확대하다 위기를 맞았다"는 아테네대학 하치스 교수의 언급을 소개한 뒤 "그리스가 10년 전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지금 고통 받고 있지 않나. 한번 풀어놓은 것을 다시 묶으려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를 치르는 사람은 오늘이 당장 급한 법이지만, 오늘 기성세대가 편하자고 하면 10년 후 젊은 세대에게는 치명적으로 일자리가 줄고, 복지와 세금도 늘어나는 등 너무나 큰 부담을 주게 된다"며 내년 예산 편성 기조를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스 국가부도 사태를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 정책 탓으로 돌리면서 선거를 앞둔 여야의 복지 확대 경쟁에 제동을 걸어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같은 대통령의 지시는 내년 예산 편성을 앞두고 정부와 민생예산 당정협의를 가동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복지지출 확대 요구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유승민 최고위원은 재정건정성 악화의 원인을 복지 확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았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본예산을 제출한 후 또 10조 원 가량의 수정예산을 제출했고, 2009년 초에는 30조 원 가량의 추경예산을 가지고 왔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것은 이 수정예산과 추경예산이 결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내년 예산을 재검토한다면 국방,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다 같이 봐야 균형 감각이 있는 것"이라며 "복지 포퓰리즘을 매도하고 복지 예산을 건드리는 핑계가 돼서는 안된다, 2008년과 2009년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당 경제통도 "재정건전성 말하려면 추가감세 철회해야"

 

당내 대표적 경제통으로 정책위 부의장을 맡고 있는 김성식 의원도 민생정책 후퇴를 우려하는 장문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김 의원은 "미국의 재정적자 누증은 '복지 포퓰리즘' 때문에 생긴 게 아니다, 미국 경제의 본질적 문제는 미 국민들의 실질 소득 정체에도 불구하고 분수에 넘치는 소비를 금융 거품으로 끌고가려했던 것"이라며 "달러가 기축통화이자 필요한 만큼 찍어내면 된다는 특권을 무기로 삼은 것도 미국의 재정적자 누증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그리스 사례에 대해서도 "경제역량이 미흡하면서도 유로존에 가입해 통화정책은 묶이고 재정정책에만 기대야 했던 측면과 더불어 큰 규모의 지하경제 등도 함께 보아야 한다"며 "복지 수준이 높지만 독일 등과 같이 제조업 경쟁력이 있는 나라, 북구 유럽과 같이 노동유연성과 사회안전망을 잘 갖춘 나라는 지금 별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감세를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이번 '8월 쇼크'를 임의로 해석해서 복지 및 민생 예산을 억누르려는 쪽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진정성 있게 말하려면 우선 3년에 걸쳐 15조 원의 세수감소를 막을 수 있는 추가감세를 철회해야 한다, 또 공기업에 부채 떠넘기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조기 경제회복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33%대로 개선됐다"며 "내년에 민생, 인적투자, 복지 예산은 강화돼야 한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한나라당 정책 쇄신의 진정성을 보여달라는 것이지 청와대의 눈치나 보며 주춤하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권 "재정 위기, 부자감세 철회 계기로 삼아야"

 

민주당도 "세계적 재정위기를 악용하지 말고 부자감세부터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재정건전성 악화를 초래한 게 과도한 복지라고 재단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재정적자는 부자감세에서 온 것"이라며 "금융위기를 핑계로 현재 진행 중인 예산편성에서 민주당이 요구한 복지 확대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복지지출을 재정위기의 원인이라고 진단한 것은 국가재정의 큰 그림을 보지 못한데서 비롯된 빗나간 인식"이라며 "복지지출 증가가 재정위기의 원인이라면 세계적으로 GDP대비 복지지출 비중이 가장 높은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같은 나라들이 먼저 재정위기를 겪어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변인은 "재정건전성이 중요하다고 복지예산 삭감을 주장하는 정부가 고소득자,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계속 밀어붙이겠다고 한다"며 "세계적 재정위기를 복지지출을 줄이기 위한 기회로 악용하지 말고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재정건전성 #부자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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