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해킹 후폭풍, '인터넷 실명제' 운명은?

시민단체-인터넷기업 '폐지 여론' 급부상... 16일 토론회 열려

등록 2011.08.11 21:18수정 2011.08.11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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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커뮤니케이션즈 주형철 대표가 지난달 29일 개인정보 유출 1차 대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네이트-싸이월드 회원 3500만 명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실명제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급기야 11일에는 한나라당과 행정안전부, 방통위 등이 참석한 당정협의에서 '인터넷실명제 단계적 폐지'를 논의한다는 보도까지 나왔지만 당사자들이 이를 전면 부인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대체 인터넷실명제가 뭐가 문제고 정부에선 '폐지 논의'란 말에 거품을 무는 것일까?    

인터넷실명제, '누리꾼 입막기'에서 개인정보 유출 원흉으로

지난 2009년 4월 구글 유튜브가 '인터넷 실명제' 적용을 거부하며 '한국 계정'에서 글쓰기를 차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물론 계정을 다른 나라로 바꾸면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동영상을 올릴 수 있고 심지어 청와대도 이런 '편법'에 동참해 한국은 세계적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란 '정보통신망이용촉진과정보보호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 5항에 따라 하루 접속자가 10만 명이 넘는 포털, 언론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게시글이나 댓글 등을 올릴 때 글쓴이 본인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 제도다. 인터넷상 허위 사실 유포나 명예훼손 등을 막으려고 2007년 처음 도입됐지만 대상 사이트가 점차 확대되면서 누리꾼 언로를 막고 인터넷 사이트들의 주민번호 수집을 부추기는 제도로 지탄을 받아왔다. 

SK컴즈 해킹 사고를 계기로 포털 등 인터넷 사이트들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이 문제가 되자 방통위는 지난 8일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인터넷 실명제 폐지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에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10일 논평에서 "네이트 개인정보 유출사고 근본 원인은 인터넷실명"라며 "인터넷 실명제가 있는 한 인터넷기업들의 개인정보 수집과 보관은 중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방통위 대책을 비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지난 9일 발행한 <이슈와 논점> '네이트 해킹사고와 포털의 개인정보보호'에서 인터넷 사이트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꼽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방통위에선 '포털의 관행'을 문제 삼고 있다. 석제범 방통위 네트워크정책국장은 지난 8일 "주민번호는 제한적 본인확인제 때문에 수집되는 게 아니라 과거부터 (포털들이) 관행적으로 수집해 왔다"면서 "실명을 확인했다는 기록만 보관하면 되는 거지 개인정보 수집을 제도화시킨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진보네트워크는 10일 논평에서 "현행 본인확인제 관련 법령에서 글쓴이의 본인확인정보를 6개월간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런 규정이 인터넷 기업들로 하여금 주민번호를 보관하도록 유도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자상거래 관련 법률에서 주민번호뿐 아니라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5년간 보관하도록 한 것도 문제 삼았다.

지난 2009년 4월 유튜브에서 '한국 계정' 업로드를 차단한 뒤 청와대는 '전세계 계정'으로 바꿔 이명박 대통령 홍보 동영상을 올려왔다. ⓒ 유튜브


"아이핀-전자주민증이 대안? 유출 위험성만 키워"

시민단체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실명제를 없애고 인터넷에서 본인확인, 성인인증 등에 '만능키'처럼 사용되는 주민등록번호의 역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오히려 이번 사건을 전자주민증 도입 기회로 삼는 한편 주민번호 대체수단인 '아이핀'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행정안전부도 최근 시민단체에서 요구하는 주민번호 변경은 불가능하다면서 주민증 발행 번호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민증 발행번호는 개인정보를 식별·유추할 수 없고 변경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선 주민증 발행 제도가 전자주민증을 뜻한다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전자주민증은 현재 이동통신사 대리점 등에서 눈으로 확인하는 주민증을 앞으로는 전자화하여 인식기를 통해 확인토록 하겠다는 계획"이라면서 "전자칩에 주민등록번호, 지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록해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키우는 어처구니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진보네트워크 역시 10일 논평에서 "행안부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전자주민증 도입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사실이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정부망을 포함하여 어떤 시스템에도 완벽한 보안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불필요한 개인정보의 전자적 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사실이 이번 네이트 사태의 교훈"이라고 꼬집었다.

이들 시민단체에선 아이핀 역시 결국 주민번호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유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오히려 아이핀을 발급하는 민간업체의 상업적 이용을 경계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는 "아이핀은 주민번호 등 본인확인정보를 5개 민간 신용정보회사로 집중시킨다는 점에서 부당한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미 1만5천 건이 부정 발급되어 중국 등으로 판매된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아이핀 업체들은 공공적 목적으로 수집한 본인확인정보를 유료 명의도용방지 서비스 등의 명목으로 영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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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를 이용한 아이핀 발급 과정. 지난해 6월 적발된 일당은 해킹으로 유출된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와 사용자 변경이 가능한 무기명 선불카드(기프트카드) 등을 이용해 1만 3천 명 분의 아이핀을 불법 발급 받았다. ⓒ 김시연


1800만, 3500만, 다음은 5000만? "주민번호 바꿔달라"

진보네트워크에서는 이번 SK컴즈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계기로 주민번호 변경 청구 운동 <정부에 주민등록번호 재발급을 요구합시다!>을 벌이고 있다. 2008년 옥션 해킹으로 1800만 회원의 개인정보 유출된 뒤에도 정부와 기업의 대처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유일한 피해자 구제 수단이라는 것이다. 

진보네트워크는 "장기적으로는 본래의 행정 목적 외에 민간에서 주민번호를 수집하거나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는 주민번호 일몰제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주민번호 변경은 유출 피해자의 권리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급한 대책"이라고 밝혔다.

행안부 불가 입장에 대해 진보네트워크는 탈북주민들에 한해 1회에 한하여 주민등록번호 정정을 허용하는 특례 조항 등을 들어 주민번호 변경이 체계상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실명제 폐지' 등 대책 마련 토론회 열려

이런 가운데 네이트 개인정보 유출 사태 원인과 대책 마련에 관한 토론회가 오는 16일 오전 10시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열린다. 진보네트워크센터와 공공미디어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이번 토론회에는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이 직접 사회를 맡는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가 '네이트-싸이월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본 정보인권의 문제'를, 전자결제 대행업체인 페이게이트 이동산 이사가 국내 기업들의 보안대책 문제와 책임에 대해 발표하고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 김학웅 변호사, 최민식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과 김광수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도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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