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서 '독도'라 한 게 아니라오... 다케시마는 없다

말글의 뜻으로 톺아본 '돌섬' '바위섬' 독도의 본디

등록 2011.08.16 09:29수정 2011.08.1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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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孤獨)한 섬'이어서 독도라는 이름이 붙은 게 아니다. 돌[석(石)]로 된 섬 '독섬'이 한자 이름을 얻는 과정에서 독도(獨島)가 된 것이다.

원래 말이 먼저 생기고, 그 말에 합당한 문자(文字)가 나중에 매겨지는 것이 순서다. 돌섬, 독섬의 한자이름인 독도의 한자(漢字)만 보고, 또 바다 한 가운데 홀로 선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그 섬을 '외로운 섬'이라고 생각한다.


옛적, 토지대장과 같은 장부에 올리기 위해서는 그 이름을 문자로 바꿔야 했다. 담당 관리는 백성들이 오래 써온 이름인 독도의 '독'을 獨자로 매겼다. '거센 풍파와 당당히 홀로 맞서는 바위섬'이라는 뜻이었을까?

오진 이름 '독도'가 생겨난 내역은 그렇게 톺아볼 수 있다. 한때 '석도(石島)'로 등재되기도 했으나 어찌어찌하여 다시 독도가 됐다.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로 돌은 '독'이다. 좀 작은 돌은 '독팍'이다. 돌 많은 산(山), 바위산은 당연히 '독산'이다. 지금도 독, 독팍, 독산 등은 흔히 듣는 정겨운 지역 말이다.

위풍당당, 동도(東島) 서도 두 개의 거대한 바위섬이 망망한 동쪽 한국해(韓國海)의 맥을 짚고 선 그 모습을 이르기에 '석도'보다는 역시 '독도'가 제격이다. '독섬' 이름도 버금가게 멋지다.

간혹 고기 많은 그 섬 곁을 도둑걸음으로 지나던 일본 어부들에게 '독섬'의 독자(字)는 '도쿠'였다. 언어 구조 때문에 그들은 한 음절 발음을 잘 못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도케'로, 또 소리가 비슷한 대나무[죽(竹)]의 '다케(たけ)'로 변했다. '독섬'의 섬자(字) 또한 그렇게 섬[도도(島嶋)]의 '시마(しま)'로 바뀌었다.


동남아와 중국 남부에서 자라던 대나무가 한국과 일본에 전해졌다. 남방 중국어의 죽(竹) 발음은 대략 '텍'[tek]이다. 한국엔 중국어 성조(聲調)상 약한 소리인 입성(入聲) '크'[k] 발음이 죽어 '대'로, 일본엔 종성(終聲)을 분리해 발음하는 그들의 습관에 따라 두 음절 '다케'로 각각 이름이 전해졌다. 문자학자 진태하 인제대 석좌교수의 설명이다.

또 그들이 독도를 자기네 땅 다케시마라고 한단다. '대나무섬' 죽도(竹島)라는데 정작 독도엔 대나무가 없다. 현장 근무자나 학자, 언론인 등의 일관된 보고다.

최근 독도 식물분포를 탐사한 홍성천 경북대 명예교수(임학)도 "식물 종(種)은 다양하나 대나무류(類)는 전혀 없다. 과거에 자랐던 흔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식생(植生) 환경상으로도 깍아지른 듯한 절벽 모양의 돌섬 독도와 대나무는 촌수가 안 닿는다.

대나무 없는 독도에 웬 죽도 타령인가? 그들이 독도(독섬)를 자기 식으로 부르던 것이 구전(口傳) 과정에서 '다케시마'로 변한 와전(訛傳)으로 풀이된다. 죽도라는 한자 이름에 맞춘 '의도적 와전'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실은 죽도나 다케시마마저 '독도'를 부르는 이름이다. 결국 '다케시마'는 없다.

독도학회 회장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는 현대 국제정치 상황에서 독도가 한국 영토인 점은 대마도가 일본 땅인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이는 1946년 연합국 최고사령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며, 국제적 영토 운영체계의 원칙이라는 것이다.

말글로 톺아본 독도의 본디와 마찬가지로, 외교적 정의(正義)와 절차도 독도가 영토적 시빗거리일 수 없음을 재확인한다.

말글은 본디를 가리킨다. 진실을 품는 까닭이다. 진실은 힘이 세다. 일본의 아전인수 격 억지와 이를 합리화하는 외교적 꼼수가 아무리 정교해도 '본디'를 당할 수는 없다. 말글의 역사도 이리 엄연(奄然)하다.

일본에 이를 추스릴 '역사'가 없음은, 그들과 후손들에게 큰 불행일 터다. 그들의 착각과 달리 역사는 본디를 찾는 학문이다.

'고독한 섬 독도를 지키자'는 뜻의 가요들이 여럿 있다. 그 마음 비록 갸륵하나, 독도의 본디와 동떨어진 분위기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독도는 치우(蚩尤)신왕이 눈 부라린 양 용맹무쌍한 바위섬이다. 독도를 '외롭다' 노래하지 말자. 외로워서 독도가 아니고 돌섬이어서 독도다. 우리 모두의 사랑이 모이는 곳, 독도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글샘터미디어(www.textwell.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언론인이며 사단법인 우리글진흥원 원장 직을 맡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글샘터미디어(www.textwell.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언론인이며 사단법인 우리글진흥원 원장 직을 맡고 있습니다.
#독도 #돌섬 #일본 #바위섬 #한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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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등에서 일했던 언론인으로 생명문화를 공부하고, 대학 등에서 언론과 어문 관련 강의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얻은 생각을 여러 분들과 나누기 위해 신문 등에 글을 씁니다.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직책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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