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과 기암절벽, 송죽이 함께한 송석정

화순에서 정자의 본 모습을 보다

등록 2011.08.23 10:18수정 2011.08.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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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정 높은 축대 위에 올린 아름다운 정자 송석정. 전남 화순군 이양면 강성리에 소재한다 ⓒ 하주성


정자를 지을 때 옛 선인들은 무엇을 먼저 생각했을까? 우선은 물과 숲이다.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에는 송림이 우거졌다면, 정자를 세우는 데 최적의 조건이었을 것만 같다. 전국을 다니면서 보면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는 정자들이 상당히 많다. 그 모두가 빼어난 절경에 자리하고 있다.

앞으로는 물이 흐르고, 기암절벽 위에 정자가 서 있다. 그리고 주변에는 노송 몇 그루가 정자를 가린다. 한편에는 대숲이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대숲이 화답을 한다. 이런 아름다운 곳에 정자 하나가 서 있지 않다면, 그것이 오히려 자연을 무시하는 처사가 될까? 그렇게 아름다운 정자 송석정(松石亭)은, 전남 화순군 이양면 강성리 762번지에 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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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정 정면 세 칸, 측면 세 칸의 팔작집으로 지은 송석정은 중앙에 온돌발 한 칸을 들였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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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 송석정 안에는 수많은 현판들이 걸려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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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 정자 안에 즐비하게 걸린 현판. 이곳으로 낙향한 양인용은 수많은 시인묵객들과 교루를 하였다 ⓒ 하주성


고고한 자태로 서 있는 송석정

당쟁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벼슬을 버리고 낙향한 양인용이 처음으로 지었다고 전하는 송석정. 양인용은 제주 사람으로 자는 여함(汝涵)이요, 호는 송석정(松石亭)이다. 조선조 명종 10년인 1555년 을묘 12월에, 호조참판 겸 동지의금부사 양산립의 장자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성격이 강직한 송석정은 소시에 등과하여, 종사품인 훈련원첨정에 이르렀다.

선조가 승하하고 광해군이 등극하면서, 당시의 조정은 당쟁으로 인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광해군이 등극해 인목대비를 서궁으로 유폐시키자, 공은 이를 반대하는 충간을 광해군에게 올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공은 이곳으로 낙향하여 정자를 짓고 자호를 붙여 송석정이라 당호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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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벙주초 송석정은 덤벙주초를 놓고, 그 위에 원형의 기중을 세웠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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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 아궁이 위에는 높임마룰 놓았다. 중앙에 방을 들인 송석정은 사방에 마루를 깔았다 ⓒ 하주성


글 속에 남아있는 송석정의 마음

대장부 어지러운 때를 만나 
거룩한 진리 안고 숲 속에 있네.
궁약은 경서 속에 달래보고
공명은 물거품으로 생각하도다.
소나무 어루만져 달아실(=月谷) 바라보며
돌덩이 헤아리며 용두암을 거닐어보네
이 깊은 애정(哀情)을 뉘와 더불어 논할까
좋은 벗들 찾아와 머물었건만


송석정의 원운(原韻)에 보면 나라를 향한 걱정을 하면서 단장의 애한을 달래고 있다. 이곳에서 여생을 보낸 공은 많은 시인묵객들과 교류를 하면서 지냈다. 정자 안에 빼곡하게 걸린 수많은 시판들이 그를 뒷받침하고 있다.

'절경'이란 말이 어울리는 정자 송석정

송석정이 지어진 것은 400여 년 전이다. 8월 21일 전라남도 답사를 하면서 찾아간 송석정. 많은 사람들이 정자에 올라 있다. 무슨 일인가 해서 다가갔더니, 공의 후손들이 모임이 있는 날이라고 한다. 바쁜 답사 일정만 아니라면, 나도 그 안에 끼어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권하는 술잔을 마다하고 돌아서려니, 공이 한마디할 것만 같다. '술 한 잔 마시지 못하고 돌아서는 주변머리 없는 인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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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송석정의 주변에는 소나무와 대밭이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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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정 바위가 솟은 위에 자리한 송석정은 그림과 같이 아름다운 곳에 자리한다 ⓒ 하주성


송석정은 정면 세 칸, 측면 세 칸의 팔작집이다. 덤벙주초를 놓고 원형의 기둥을 세웠다. 중앙에 한 칸 온돌을 놓아, 주변 경치를 사시사철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방은 사방을 모두 열어 위로 걸게 하였으며, 한편 마루를 높여 그 아래 아궁이를 두었다.

주변으로는 암반이 솟아있고, 노송들이 가지를 뻗고 있다. 그 밑으로는 물이 흐르고, 앞으로는 들판이 펼쳐진다. 정자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자리에 서 있는 송석정, 그 아름다움을 글로 표현하기란 쉽지가 않을 듯하다. 언젠가 시간을 내어 다시 한번 찾아가는 길에는, 그 곳에서 공의 마음을 읽기 위해 술 한 잔 따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송석정 #화순 #양인용 #400여년 #기암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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