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도 거부했지만... 우린 두렵다

가미노세키 원전 건설반대 30년...이와이시마 주민들 '완전 중단' 요구

등록 2011.08.25 09:51수정 2011.08.2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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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 지 5개월 이상 계속되는 후쿠시마 위기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핵 에너지 기술의 위험성을 새삼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 일상적인 원자력 사고의 위협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후쿠시마는 바로 자신들의 문제다.

이 가운데 핵 문제와 관련된 현안이 있는 지역에서 매년 개최되는 반핵아시아포럼이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6일까지 일본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에는 원전에서 여전히 유출되고 있는 방사선의 피해를 겪는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이 자신의 삶을 직접 증언했다. 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한된 지 66주년을 맞는 8월 6~9일을 전후해 원폭 생존자들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거부하고 나섰다. 핵 없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연대를 모색하는 이번 반핵아시아포럼에 환경운동연합도 활동가를 파견해 현장 소식을 6차례에 나눠서 전한다. -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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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노우라만 해안가의 모습. 가미노세키 원전 건설을 위한 매립공사가 진행되다가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 이지언


30년 전, 섬에서 동쪽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해안가에 커다란 발전소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경악했다. 날이 밝아오면 떠오르는 해를 향해 매일 경건한 기도를 올렸던 그들이었다.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게 되면, 경건한 관습뿐 아니라 주요 생계수단인 어업이나 천혜의 자연경관도 되돌릴 수 없는 위협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이와이시마섬 주민들은 추고쿠전력(中国電力)의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에 줄기차게 반대해왔다.

치명적인 방사능을 방출하며 사고수습조차 불투명한 후쿠시마 원전 위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10일 간 나오토 총리가 일본의 원자력 발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14기의 신규 원전 건설계획도 흔들렸다. 이 중에서 2기는 추고쿠전력에 의해 야마구치현의 가미노세키 지역에 건설될 계획이었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추고쿠전력은 원전 건설을 잠정 중단했지만, 여전히 추진 의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계획에 의하면, 2기의 원전은 세토 내해에 있는 나가시마의 타노우라만에서 일부 해안의 매립을 통해 건설된다. 3월 28일 타카하시 야마시타 추고쿠전력 사장은 히로시마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가오는 전력부족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가미노세키 신규 원전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와이시마섬 사람들의 이유 있는 원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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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아 이와이시마를 찾은 아이들이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다. 현재 이와이시마 초등학교에 등록한 학생은 4명뿐이다. ⓒ 이지언


가미노세키 원전 건설 계획이 처음 발표된 것은 1982년. 건설 부지가 위치한 세토 내해의 해안은 1934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자연경관과 생태계가 잘 보존되는 지역이었다. 건설계획이 발표된 후 원전이 들어서는 여느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가미노세키 지역은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어야만 했다. 발전사측은 매립과 어업활동 피해에 대해 인근 마을에 막대한 보상금을 제시했다.

지난 8월3일 이와이시마에서 열린 반핵아시아포럼과의 간담회에서 시미즈 토시야스씨는 "(이와이시마섬) 주민들은 추고쿠전력이 제시한 10억엔(150억 원)의 보상금을 거부했다. 하지만 관련 8개 어협 중 나머지 7개 어협은 모두 보상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와이시마섬은 원전 건설 부지인 타노우라로부터 불과 4km 남짓 떨어져있다. 눈으로도 훤히 보일 정도의 거리다. 500명의 주민들은 자연과 조화로운 전통적인 어업과 농업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시미즈씨는 "섬 일대가 황금어장이다. 비파, 귤 따위를 무농약으로 길러왔다. 낚시객을 대상으로 한 어업도 활발하다. 그런데 낚시객들이 원전이 들어서면 '우린 안 오겠다'고 말하더라"고 말했다.

이와이시마섬 주민들은 전력사의 끈질긴 원전 건설에 지치지 않고 반대해왔지만, 계획이 완전히 폐기되지 않는 한 그들은 안심할 수 없다. 현재 공사가 임시 중단된 상태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계획의 '완전 취소'다.

섬 사람들, 100% 재생가능에너지 프로젝트에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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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노세키 생태지도. 원전 건설 계획 부지와 인근 지역에 희귀생물이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가미노세키의 자연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모임


무엇보다 섬에 사는 대부분이 노인이기 때문에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주민들은 원전 계획 반대운동에 '쐐기'를 박고 싶어 했다. 시미즈씨는 "가미노세키 원전 건설은 앞으로 3년간 움직임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정권이 바뀌고 후쿠시마 사고가 잊혀지면 다시 공사가 추진될지도 모른다. 추고쿠전력이 언젠가 공사를 재개할까봐 제일 두렵다"고 말했다.

시미즈 씨는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에게 한 청년을 소개해줬다. 먀사유키 토조라는 이 청년은 "이곳 주민은 아니지만 이와이시마섬 주민들의 원전 반대 투쟁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섬 주민들과 함께 지내며 영상이나 인터넷으로 원전 반대운동을 알리고 있다. 2년 전부터 가미노세키 원전 건설 계획 중지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최근까지 1만여 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섬의 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도 막 시작됐다. '이와이시마섬 100% 재생가능에너지 프로젝트'가 그것. 이는 한국의 전라도 부안에서는 과거 핵폐기장 건설 계획을 중단시키며 지역의 재생가능에너지 자립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난 사례를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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