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이웃은 '어버이연합' 아닌 희망버스

어버이연합에 1000만원 지원? 희망버스에 지원했어야

등록 2011.08.31 11:38수정 2011.08.3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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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얘기니까 사실을 공개하겠다"며 "희망버스 수백대가 내려가서 부산 조선소를 점거하니까 우리가 종묘공원에 있는 우파 어르신한테 돈 1000만원 줘서, 어버이연합에 그랬더니 버스 30대에 나눠 타 350명이 가서 막았다"고 밝혔다.

- 30일 <경향신문> "한진중 희망버스 저지하라고 어버이연합에 1000만원 지원" 

 

전광훈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가 지난 29일 '나라와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국민운동본부'가 이날부터 2박3일 일정으로 경기 남양주 양수리 수양관에서 개최한 '3000대 교회 초청 기독교 지도자 포럼' 개회 예배에서 한 말이다.

 

그동안 보수우익 세력들이 희망버스 방해 같은 집회에 참가하면서 자금을 지원받는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실체와 물증이 없었다. 하지만 전 목사의 이 발언으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현장에서 희망버스를 막았던 '어버이연합'에 보수 기독교계가 자금을 지원했음이 밝혀진 것이다.  

 

이 기사를 읽고 눈물이 났다. 아마 전 목사는 이것을 자랑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빨갱이' 막는 일에 우리가 돈 1000만원 줘서 막았다고, 아마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이라며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당당하게 말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놓고 이런 발언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말은 수치스럽고 치욕스럽고 반성경적이다. 가슴치며 통곡할 일이고, 일부 대형목사들이 터뜨리는 헌금 횡령보다 더 있을 수 없는 말이다. 그러니 개신교 목사로서 눈물이 날 수밖에.

 

이웃사랑은 하는 쪽 권리가 아닌 받는 쪽 권리

 

이유는 간단하다. 성경은 희망버스를 이웃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다. 그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왜 희망버스가 이웃인가. 누가복음 10장 25절 이하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 비유는 이웃이 누구인지 규정하고 있다.

 

한 율법교사가 예수님을 시험하며 "선생님, 내가 무엇을 해야 영생을 얻겠습니까?"라 묻자, 예수님은 "율법에 무엇이라고 기록하였으며, 너는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라고 되묻는다. 이에 율법교사는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 하였고, 또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하였습니다."라고 답한다. 그러자 예수님은 "네 대답이 옳다. 그대로 행하여라. 그러면 살 것이다."라 답한다. 

 

이 때 율법교사가 자기를 옳게 보이고 싶어서 "그러면,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라고 예수님께 이웃이 누구인지 묻는다. 그 답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도 잘 아는 '선한 사마리아' 내용이다. 이 비유 핵심은 율법교사는 사랑하는 이웃을 자신이 선택하는 곧, 사랑하는 쪽의 권리라는 생각에 질문을 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웃은 사랑하려고 하는 사람 권리가 아니라 사랑을 받는 쪽이 그 권리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즉 사랑은 베푸는 자의 권리가 아니라 사랑을 받는 자의 권리이다. 베푸는 자의 권리라면 베푸는 자는 자랑으로 돌아와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어버이연합에 1000만원 줬다고 자랑하는 것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이웃사랑이 아니다.

 

예수님은 어버이연합이 아닌 희망버스를 이웃으로 여겨

 

희망버스는 35m 크레인 위에서 7달을 넘게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는 김진숙씨를 위해 출발했다. 희망버스는 이념과 색깔도 없었다. 오로지 사람사는 세상은 바라는 이들뿐이었다. 그런데 이들을 권력과 자본은 가로막았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권력자가 아니라 바로 희망버스와 함께해야 한다. 예수님이 그 곳에 계셨다면 멱살잡이 하고, '악어의 눈물'이나 흘리고, 물대포나 쏘는 자들 손을 잡아 주시는 것이 아니라 김진숙과 희망버스에 손을 내밀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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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목사는 어버이연합회에 1000만원을 지원해 희망버스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시청 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위한 국민대회에서 발언 중인 모습. ⓒ 뉴스앤조이

전광훈 목사는 어버이연합회에 1000만원을 지원해 희망버스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시청 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위한 국민대회에서 발언 중인 모습. ⓒ 뉴스앤조이

선한 사마리아 비유에서 제사장과 레위인이 지나쳤다. 하지만 사마리아인만이 그를 돌봤다. 전광훈 목사가 어버이연합에 1000만원을 줬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은 자신이 제사장과 레위인임을 증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큰 소리친 것이다. 하나님을 그렇게 사랑한다면서 왜 이웃은 희망버스를 막는 일에 돈을 주는가. 그 돈은 신자들 피와 땀, 눈물이 배인 헌금 아닌가. 그런데 이웃을 막는 어버이연합에 돈을 댔다니 통탄할 일이다.

 

예수님은 "강도 맞는 사람이 볼 때 누가 이웃이겠는가?"라고 묻는다, 그제사 율법교사는 "자비를 베푼 자입니다"라고 답한다. 이게 기독교 사랑이다. 내가 사랑 베풀자를 찾는 것이 아니다. 희망버스는 강도 만난 자다. 그럼 교회는 누구의 이웃이 되어야 하는가. 희망버스를 빨갱이라고 우기는 자들인가. 아니다 희망버스 자체다, 그리고 김진숙 지도위원이다.

 

이웃사랑 원리, 나중에 스님이 될지라도 장학금 주는 것

 

요즘 교회가 가난한 자를 외면한다고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교회는 구제를 한다. 문제는 구제에 '조건'이 붙는다. '그래도 예수 믿는 불쌍한 자를 도와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아니다.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나은게 무엇이냐"는 말씀과 같고, 편끼리 싸고돌자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장학금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도 교회는 꼭 '공부 잘하는 예수 믿는 학생'이라는 단서를 붙인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예수를 믿든 믿지 않든 상관이 없다. 교회가 준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나중에 스님이 되어도 상관없다. 이런 정신이 성경에서 말하는 이웃사랑 원리이다. 이유는 앞에서 말했듯이 이웃사랑이란 받는 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내가 내 모든 재산을 나누어 줄지라도, 자랑스러운 일을 하려고 내 몸을 넘겨 줄지라도, 내게 사랑이 없으면, 내게는 아무런 이로움이 없습니다.(고린도전서 13장 3절) 

 

그 유명한 '사랑장'이다. 여기서 사랑은 '기능'이 아니라 '본질'임을 말해준다. 놀라운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라고 말한다. 영어로 표현하면 더 분명하다. "I am nothing"이다. 즉 "나는 없다"가 된다. 사랑이 없으면 신자가 아니다.

 

한국교회는 신자들에게 기도 열심, 전도 열심을 강조한다. 이게 전부라고 말한다. 그러니 어버이연합같은 곳에 돈 준 것도 열심이니 좋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웃인 희망버스가 아닌 어버이 연합에 돈 주고나서 잘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은 'nothing'임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설혹 희망버스에 이웃 사랑을 했을지라도 목사라면 이를 자랑하면 안 된다. 그게 목사가 갈 운명이다. 

 

기독교 위기, 안티기독교가 아니라 우익정당 만들겠다고 나선 목사들 때문

 

<경향> 보도에 따르면, 전 목사는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사실을 거론하며 "왜 애를 낳지 않느냐. 젊은 애들의 극단적인 이기주의 때문이다. 자기 재미를 위해, 애를 낳으면 골반이 흐트러진다며 안 낳는다"며 "우리가 내년 4월에 기독교 정당을 만들어서 헌법을 개조해 아이 5명을 안 낳으면 감방에 보내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참 어이가 없다. 어처구니가 없다. 기독교 정당 만들어 헌법을 개조한다고. 완전히 독재 선언이다.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언이다. 하기사 교회에서 전형을 휘두르니 대한민국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이런 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거짓이다. 속임이다. 신자들 영혼을 죽이는 일이다.

 

어느 누리꾼은 기독교 정당 창당을 찬성했다. 이유는 이 참에 알곡과 가리지를 확실히 구별하기 위해서란다. 참 통곡할 일이다. 이렇게까지 교회가 비판받는 이유를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그런데 전 목사는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일본 지진에 대해 '하나님의 경고'라고 한 발언에 대한 비판적인 댓글을 예로 들며 "(그런 댓글들로) 한국 인터넷이 쓰레기가 된다. 이거 처단해야 한다. 99%가 반기독교적이다. 이거 그냥 두면 한국 교회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왜 반기독교 누리꾼이 생겼는가. 그들이 무조건 기독교 진리를 비판하는가. 아니다.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고, 목사가 목사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 예수님을 욕하는 이들은 없다. 바로 기독교 정당 만들겠다며 나서는 목사들을 비판한다. 자기 반성과 비판은 없는 목사들을 비판한다.  

 

한국교회가 미래가 없는 이유는 안티기독교 누리꾼이 아니라 바로 어버이연합에 돈을 지원하고, 기독교 정당 만들겠다고 나선 목사들 때문이다.  다시 말하건대 이웃은 희망버스이지 어버이연합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8.31 11:38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광훈 #한국교회 #기독교정당 #어버이연합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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