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 훈장 무산...황장엽은 무슨 공적을 남겼나

정부 "공적 없다" 거부...형평성에 어긋나

등록 2011.09.14 17:49수정 2011.09.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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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천만 노동자 '어머니'였던 고 전태일 열사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아들이 간지 마흔한 해 만에 여든둘 나이로 아들 곁으로 돌아갔다. 이소선 여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일요일에는 쉬게 하라"는 아들이 남긴 마지막 말 한마디 한 마디를 가슴에 새기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40년을 하루같이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사는 그날까지 싸우며 살았다.

1979년 11월 청계피복노조를 설립했다. 당시 노조 설립자가 무슨 돈이 있겠는가. 당연히 헌옷을 주워 팔며 노조활동을 지원하는 고단한 삶을 살았다. 특히 1998년 국회 앞에서 422일간 천막 농성을 벌여 의문사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냄으로써 천만 노동자 어머니라는 이름은 전태일 열사 어머니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소선 여사가 국가에 직접 헌신한 것은 아니지만 노동자와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공로로 볼 때 대한민국 정부가 추서하는 '훈장'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지난 5일 고인에 대한 자료와 추천 공문을 행정안전부로 보내 이 여사에 대한 훈장 추서를 건의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상징성은 있지만 공적이 없다"...그럼 황장엽은?

<한겨레>에 따르면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고인이 70년대부터 40여 년간 활동하며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 공헌했고,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이미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음을 바탕으로 훈장 추서를 건의했다"고 한다. 상식을 가진 정부라면 훈장을 추서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훈장 추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겨레>는 14일 행정안전부 관계자가 "고 이소선씨에 대한 훈장 추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자치행정과 담당자는 "상징적 의미는 강하지만, 공적을 토대로 검토했을 때 추서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상징적 의미가 강하지만 공적을 토대로 검토했을 때 추서가 어렵다고 했는가. 그럼 '주체사상 대부'였던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대한민국에 공적인 업적을 남겼는가.


이명박 정권은 지난해 10월 10일 숨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게 대한민국 훈장 1등급에 해당하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당시 행안부 관계자는 "통일부에서 황 전 비서에 대해 1등급 훈장을 추천해옴에 따라 내부 검토를 통해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훈장 무궁화장'은 우리나라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 다음 등급이다. 그리고 그는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되었다.

그럼 황장엽씨가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받을, 현충원에 안장될 만큼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적이 있는가. '없다'. 그의 족적을 보면 알 수 있다. 황장엽은 주체사상 '대부'다. 바로 이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그는 대한민국 훈장 추서와 현충원 안장 자격을 상실했다.

주체사상은 북한 김일성 왕조 토대를 낳은 철학이다. 황 전 비서는 주체사상 대부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주체사상을 체계화해 김일성 주의로 발전시켰고, 김정일 개인교사 역할도 했다. 이런 사상 토대를 만든 것에 대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은 그를 신뢰하였고, 그 결과 1965년 39살의 젊은 나이로 김일성 종합대학 총장에 올랐고,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세 차례나 지냈다.

그리고 그는 1997년 2월 북한 김정일 정권에 환멸을 느껴 대한민국으로 귀국했다. 대한민국으로 망명한 북한 가장 고위층인 그는 북한 김정일 정권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정일이 주체사상을 '김일성 우상화'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황장엽은 김일성 부자가 주체사상을 왜곡시켜 김일성 우상화로 변질시켰다고 했지만 그는 1997년 2월까지 엄연히 북한 최고위층에 있었고, 적어도 김일성 주석 생전 권력에서 밀려나지 않았다. 즉, 김일성 우상화에 스스로 협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황장엽은 자기 반성은 없었고, 자기 입으로 공산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한 적이 거의 없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에 있는 공산주의자 중 가장 일급 범죄자다. 이런 자에게 망명과 함께 김일성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대한민국 최고 훈장 다음 등급을 추서했다.

황장엽씨가 죽자 10월 12일 김무성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점검회의에서 "합당한 최고위 예우를 해주는 것이 도리"라며 "황 선생은 2300만 북한주민이 김정일 독재정권 아래 고통 받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린 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 김정일 정권 폭압을 알리는 수많은 탈북자들에게도 이 같은 훈장을 추서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황장엽씨가 대한민국을 위해 전혀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황씨에게 대한민국 두 번째 등급 훈장을 추서했다면 40년 이상을 노동자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이소선 여사 역시 훈장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소선 #황장엽 #훈장 #행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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