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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검사와 싸우고 돌아왔는데 등에 칼 꽂아"

[스팟인터뷰] PD수첩 '광우병'편 중징계 받은 조능희 PD "권력탄압보다 더..."

11.09.20 20:20최종업데이트11.09.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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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능희 MBC 전 PD수첩 책임PD가 27일 오후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 남소연

"<최종병기 활>로 비유하면, 청나라에 끌려갔던 주인공들처럼 (< PD수첩 > 제작진이) 정치검사들에게 끌려갔지만 제작진들과 함께 무사히 강을 건너온 거잖아요. 그런데 선배들이 왜 돌아왔느냐고 등 뒤에서 칼을 꽂는 행위와 같은 거죠."

MBC < PD수첩 > '광우병'편을 만들었던 조능희 PD(당시 CP)는 20일 오후 사측이 정직 3개월이란 중징계를 결정했을 시각, <불만제로> 촬영 중이었다. 조 PD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금 방금 일을 마치고 이제야 <PD수첩>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내일부터는 일을 못할 것 같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20일 오후 5시 30분경 MBC는 < PD수첩 >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만들었던 조능희·김보슬 PD에게 정직 3개월, 이춘근·송일준 PD에게 감봉 6개월, 정호식 PD에게 감봉 3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렸다. 19일 오전 열린 인사위원회가 내린 이들의 징계 사유는 '사내 명예 실추'였다.

이에 앞서 대법원 2부는 지난 2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왜곡·과장 보도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능희 PD를 비롯한 5명의 PD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자 MBC 측은 5일 당시 < PD수첩 >의 보도내용에 허위가 있었다는 내용의 '사고'를 내고, <뉴스데스크> 방송을 통해 사과를 한 것은 물론 일간지에 사과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부당함 입증하고, 겨울에 당당히 돌아올 것이다"

2008년 'PD수첩'이 방송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2' 화면. ⓒ MBC


"불편함보다는 웃음밖에 안 나온다"는 조 PD는 "방송 후 3년 동안 비열한 정치 검찰들과 싸워 돌아왔고 이제야 한숨 놨는데... 끝나지 않은 싸움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 PD수첩 >이 걸어왔던 여정을 묵묵히 계속 가야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별 일을 다 당했잖아요. 집에서 딸이 쓰는 컴퓨터까지 압수수색을 당했고, 야밤에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체포도 당해봤고 수갑, 포승줄에 묶인 모습을 언론에 다 공개 당했잖아요. 수구언론의 거짓말도 다 밝혀내면서 소송 7개를 거의 다 이겼어요. 사측이 몇 달 징계를 내렸다고해도 불의와 싸우는 그 정신은 징계 받지 않습니다."

조능희 PD는 2009년 4월 27일 제작진 2명과 함께 과장 보도 혐의로 소환 통보를 받은 뒤  한 달 동안 벌였던 농성을 풀던 날, 집으로 귀가하다 검찰에 체포된 바 있다.

이어 조 PD는 "부당함과 맞서 싸우는 것이 언론의 기본이다, 안팎으로 견제 받지 않고 탄압받지 않고 편하게 살려면 언론인의 길을 걷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껏 겪었던 모든 권력의 탄압보다 더 아프고 쓰리지만 결국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본다, 부당함을 입증하고, 한 겨울에 당당히 돌아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PD는 MBC 경영진에 대해서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MBC 50년 역사상 유죄판결을 받은 이들에게도 징계를 내린 적이 없다, 자신들이 사과방송을 해놓고, 제작진이 명예를 실추했다고 하는데, 대법원 판결엔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향후 대응 방식에 대해서 조 PD는 "재심을 신청하느냐, 바로 부당징계 건으로 민사소송을 하느냐 두 가지 방법이 있다"며 "하지만 다수의 변호사들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재심보다 직접 소송을 빨리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하고 있다, 향후 다른 제작진과 논의 후에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능희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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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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