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지역방송' 살려야 하는 이유

[주장] 지자체 감시 위해서도 지역방송국 필요... 생존방법 고민해야

등록 2011.10.08 15:21수정 2011.10.0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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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출범을 앞두고 있는 4개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방송시장 진출이 가시화 되면서 한국의 미디어 시장은 그야말로 무한경쟁 체제로 들어서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과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의 출현으로 미디어 간에 전방위적인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제한된 광고시장에 새로운 종편 채널 4개가 경쟁에 뛰어들면서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을 포함한 특수방송 등 취약 방송매체의 광고매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케이블 채널로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편은 모든 지역 케이블 방송사가 의무적으로 전송을 해야 하는 의무재전송 채널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지역 방송국의 광고 매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종편이 출범 초기 기존의 지상파 방송국과의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막대한 제작자금을 투입해 지상파 방송사들과 유사한 형태의 프로그램들을 제작, 편성할 가능성이 높아 지상파 방송사들이 방송 광고시장에 미치는 영향력과 유사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럴 경우, 제작비와 전문인력 등 제작 환경이 새로운 종편 채널에 비해 열악한 지역 방송국의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지고, 이는 결국 지역 방송국의 광고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종편채널의 경우, 케이블 채널로 분류돼 중간광고, 간접광고, 24시간 광고 등 지상파가 할 수 없는 다양한 광고 포맷을 사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광고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종편이라는 새로운 방송매체의 등장은 가뜩이나 광고 매출이 줄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 특히, 그 중에서도 취약매체에 속하는 지역 방송사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종편 채널의 등장으로 광고주들은 한정된 광고비용을 새로 등장하는 종편채널에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방송과 같은 취약매체에 광고비중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방송의 경우, 본사에서 배분하는 전파료 수입의 하락과 함께 자체 광고수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경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디어 빅뱅시대에 위기에 내몰린 지역 방송국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의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미디어 빅뱅시대' 미국의 지역방송... 경비절감 방안 시행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들의 출현으로 미국의 지역방송국들도 한국의 지역방송국들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지역방송국들은 이러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운영경비 절감하기 위한 갖가지 방안을 강구해 시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역방송국 간 공동취재 방안이다.

지역방송국 간 공동취재는 미국의 1500여 개 지역 언론사들과 뉴스 공급 계약을 맺고 지역뉴스를 공급받는 미국의 대표적인 뉴스통신사 AP의 뉴스 취재 모델을 인용한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폭스(FOX)와 NBC는 2009년 1월부터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지역 뉴스를 제작할 때 두 방송사 중 한 방송사가 취재한 취재 원본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두 방송사는 한 방송사가 취재한 취재원본을 이용해 자신들의 방송 포맷에 맞게 뉴스를 편집해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한 방송사에서 취재한 내용을 두 방송사에서 함께 사용해 경비를 절감할 수 있고, 편집이 되기 전 원본 테이프를 공유하여 두 방송사가 자신의 방송사 특성과 포맷에 맞게 뉴스를 자체적으로 편집, 방송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다양한 시각의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지역언론사들이 활용하는 또 다른 경비절감 방안은 멀티미디어 저널리스트의 양성이다. 지금까지 전통적인 뉴스 취재는 카메라맨, 취재기자, 그리고 편집 담당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 컴퓨터 기술과 방송기자재의 눈부신 발달로 한 사람이 비디오 카메라와 컴퓨터 편집 프로그램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미국의 일부 지역방송국들은 이러한 기술을 적극 활용해 한 사람이 취재, 편집, 제작을 모두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저널리스트 제도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WUSA라는 지역방송국은 지난해부터 뉴스취재 인력을 촬영과 취재, 그리고 제작 등 모든 것을 한 사람이 모두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저널리스트로 교체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뉴스전문채널인 CNN도 지난 2008년부터 미국의 10개 도시에서 한 사람이 취재와 촬영, 그리고 편집까지 해내는 멀티미디어 저널리스트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의 지역방송국들은 자체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을 지역 라디오 방송국과 케이블TV, 그리고 인터넷 웹사이트에 판매해 경영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정부, 지자체 감시·견제하는 '지역방송국' 지원 고민해야

지역방송국은 지역문화 발전과 지역사회의 여론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나아가, 지방자치의 활성화와 지방자치단체의 감시와 견제를 위해서도 지역방송국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처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역방송국이 미디어 빅뱅 시대를 맞아 위기에 처해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지역방송국들은 자체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체질을 개선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방송국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 지역방송이 지역여론 형성의 창구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방송광고비의 일정 부분을 할당하여 취약매체인 지역방송국을 지원하는 발전기금을 조성하거나, 일정액의 광고비를 지역방송에 할당하여 판매하도록 하는 공영 미디어랩을 통한 지원, 그리고 지역방송국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국내외 방송 시장에 유통하는 업무를 지원하는 전문기관을 만들어 지역언론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역방송은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한 여론형성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시와 견제, 그리고 광고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방송이 경제적인 이유로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역방송국은 자체적인 경비절감 대책을 마련하고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지역방송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해오름(포항MBC 사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최진봉 기자는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해오름(포항MBC 사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역방송 #종합편성채널 #미디어 빅뱅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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