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도 박근혜 '전 대표'인가요

등록 2011.10.15 13:06수정 2011.10.1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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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치러는 서울시장 재보선에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나섰습니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 유세한 후 4년만입니다. 언론들은 '선거의 여왕'운운하며 박근혜 의원 발언 하나하나와 행동거지를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띈 말은 "우리 나경원 후보"라는 말입니다. 우리 말에 '우리'가 가진 함미는 매우 깊습니다. 이 말 한마디로 '박근혜=나경원'임을 각인시켰습니다.

지난 주까지만해도 박원순 야권단일후보가 나경원 후보에 10% 포인트정도 앞섰는데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박원순 후보 병역문제 등 '네거티브'로 파상공세를 하자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박근혜 지원과 맞물려 상승효과를 톡톡히 본 것입니다.

그런데 언론들이 박근혜 의원을 지칭할 때 하나같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라고 합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4일 부산을 방문, 정영석 동구청장 후보 지원에 나섰다-2011.10.14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표,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 지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가 13일 서울 구로구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도운 데 이어 14일 민심이 요동치는 격전지 부산 동구를 찾아 구청장 재선거지원에 나섰다.-2011.10.14 <머니투데이> 박근혜 "저희 정영석 후보가 잘 해결하도록 함께 노력"

공식 선거운동 첫 날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나경원 후보를 본격 지원했다.박근혜 전 대표는 13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서울관악고용센터를 찾아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구직자들을 만났다.-2011.10.13 <민중의 소리> 선거유세 첫 날 박근혜, 나경원 본격 지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3일 10·26 재보궐선거 운동에 나서면서 4년 만에 선거 지원 활동을 재개했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선거 지원의 콘셉트를 '자성', '겸손', '경청'으로 정했다.-2011.10.14<한겨레> 박근혜, 2시간 같이 다녔지만 손 들어주는 '장면'은 사양


물론 <오마이뉴스> 같은 일부 언론은 박근혜 의원이라고 합니다.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의 유세가 시작된 지난 13일,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선거의 여왕'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쳤습니다. -2011.10.13 나경원 유세 첫날 총력전...주인공은 박근혜? - 오마이뉴스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우리 나경원 후보라면서 4년 만에 선거지원에 나섰고 손학규, 문재인 이런 야권의 대선주자급 인사들도 마이크 잡고 박원순을 외쳤습니다.-2011.10.14 <MBC>서울시장전 여야 대결‥박근혜·문재인 총력전

물론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기때문에 '전 대표'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표를 역임한 다른 정치인에 대해서는 '전 대표'가 아니라 '의원'으로 붙인다는 점에서 박근혜 의원만 유독 '전 대표'라고 하는 것은 '특혜'입니다. 박 전 대표와 박 의원은 엄청난 차이입니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을 살펴보겠습니다. 정 의원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습니다. 안상수 의원 직전 대표였습니다. 언론들은 어떤 때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라고 하지만 어떤 때는 정몽준 의원이라고 합니다.   

정몽준 의원 이 3일 오전 전북 전주대 스타센터 온누리홀에서 명예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11.05.03 <연합뉴스> '정몽준 의원 전주대 명예경영학박사 학위'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은 4일 4·27재보선 참패 이후 여권 내부에서 일고 있는 '박근혜 역할론'과 관련, "박근혜 전 대표가 의도적으로 당과 거리를 둔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2011.05.04 <머니투데이> 정몽준 "朴 거리두기,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달 7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은로초등학교에 정몽준(60) 한나라당 의원(서울동작을)이 나타났다.-2011.10.13 <한겨레> 재건축 처지인 초등교에 웬 인조잔디 운동장 정몽준 의원 한마디에 '일사천리'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9월 7일 Y초 협의회에 참석한 뒤 서울 동작교육청과 이 학교 교장이 기존 '유보' 태도를 바꾼 것으로 나타나 "정 의원이 학교 사업에 개입하거나 압력을 넣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2011.10.12 <오마이뉴스> 먼저 인조잔디 깔고 학교 재건축 한다고?

물론 <연합뉴스> 같은 경우는 정몽준 전 대표라고 표기하지만 대부분은 언론은 정몽준 의원이라고 합니다. 똑같이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고, 201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놓고 박근혜 의원과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정몽준 의원은 '의원'되었다가 '전 대표'가 되었다가 오락가락합니다.

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입니다. 정동영 의원은 현 민주당 최고위원이고, 2007년에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이명박 후보와 경쟁했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도 야권 유력 주자 중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정동영 의원이라고 합니다.

정동영 의원은 "민주당이 한·EU FTA 처리를 잠정 합의한 건 잘못된 일"이라며 "당내에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진보정당,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은 "어제 느닷없이 여야 합의가 불쑥 나와 충격과 배신감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2011.05.03 <조선일보>정동영·천정배 "여야 합의한 한·EU FTA 저지"

민주당 정동영 의원 은 개성공단 제품의 국내산 불인정 문제와 관련해 "개성공단 문제를 최우선으로 하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훈령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김 본부장이 "있었다"고 답하자 "대통령 훈령을 묵살한 것은 범법행위 아니냐"고 몰아세웠다.-2011.10.13<연합뉴스> <한미FTA..與 "조속처리" 野 "신중처리">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긴급 투입된 정동영 의원 은 "한미 FTA는 '낯선 식민지'이고, 국회가 이를 비준하는 것은 을사늑약을 추인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많은 국민의 생각이고 내 생각"이라면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향해 "미국과 한통속이다. 옷만 입은 이완용인지 모르겠다"라고 맹비난했다. 김 본부장은 "말씀이 지나치다"라고 항의했다.-2011.10.14 <동아일보> [美, 한미 FTA 비준 완료]정동영 "新 을사늑약… 김종훈은 이완용"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사천)은 1일 지역구인 경남 사천의 문화예술회관에서 북 콘서트를 열었다.-2011.10.01 <연합뉴스>

6일 민주노동당 강기갑(경남 사천) 의원은 "정부는 당초 유럽에서 널리 운용되는 높이가 낮으면서 흘수(배가 물에 잠기는 부분)가 낮아 경인운하에 적합한 R/S선박을 국내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경인운하에 이러한 기존의 선박을 도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2011.10.06 <뉴시스>강기갑 "경인운하에 일반 선박 못 띄운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최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시장의 과욕 때문에 서울시가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1685억원의 시민 혈세가 낭비됐다"고 주장했다.-2011.10.13 <한겨레> 서울시 금고잔액 '3조1831억→3945억' 쪼그라들었다

당 대표 출신은 아니지만 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도 비슷합니다. 이 의원은 17대 후반기(2006~2008년) 국회부의장을 지냈습니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라고 할 때도 있지만 역시 이상득 의원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선영 방문 편의와 친형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소유한 부동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남이천 나들목(IC) 사업을 승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2011.10.13 <경향신문>  이상득 의원, 남이천 IC 건설로 150억 이익 '구설수'

이상득 의원이 말한 7㎞라는 수치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제 이동 경로를 생각하면 더 이치에 맞지 않는 해명이다.-2011.10.13<한겨레>성묫길 IC 건설, 이상득 거짓 해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왜 박근혜 의원에게만 대표직을 그만둔지 벌써 5년이 넘었는데도 꼬박꼬박 '전 대표'라고 하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지지자들이 박근혜 '대표님'이라고 하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달이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부르듯이 말입니다.

박 의원이 2012년 유력 대선 주장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유독 박 의원에게만 전직 직책을 붙이면서 다른 정치인에게는 오락가락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아닌 박근혜 의원이 맞습니다. 박근혜 의원은 국회의원 중 한 사람일뿐입니다.
#박근혜 #정동영 #강기갑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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