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새로운 선거 실험' 시작됐다

온·오프라인 결합시킨 경청유세 '마실' 스타트... 한국형 타운홀 미팅 유세 가능할까

등록 2011.10.14 22:10수정 2011.10.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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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와 이계안 2.1 연구소 이사장이 14일 저녁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경청유세 '마실'을 진행하고 있다. ⓒ 이경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원순 야권단일후보의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14일 저녁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0.5톤짜리 화물트럭을 개조한 '경청 카페' 차량 위에 박원순 후보와 박 후보 측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이 털썩 주저앉았다. 두 사람 손에는 태블릿PC가 들렸다. 약간 멀찍이 서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노란색 앞치마를 두른 '스마트 경청 유세단' 10명이 바삐 돌아다니며 의견을 들었다. 박 후보가 새로운 선거 문화를 위해 선보인 경청유세 '마실'이다.

흔히 선거 유세 때면 보게 되는 율동단이나 연설도 없었다. 박 후보와 이 이사장이 나누는 대화 소리는 가끔씩 200여 미터 넘게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던 공연 음향에 섞이기까지 했다. 선거입후보자가 지역 주민들을 초대하여 정책 또는 주요 이슈에 대하여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비공식적 공개회의, 이른바 미국식 타운홀 미팅이 한국의 선거문화에 접목되는 순간이었다.

'스마트 경청 유세단'이 유세차량 인근에 모인 시민들에게 "박원순에게 바란다"를 묻고 이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구글앱스 '클라우드'에 등록시키면 캠프 안에서 대기 중인 분석팀이 이를 취합·분석했다. 그렇게 모인 의견들은 인터넷 프로그램 '스카이프'를 통해 유세차의 전광판에 새겨졌다.

사상 최초의 시도인 만큼 어색한 점들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이색적인 풍경에 걸음을 멈췄지만 쉽사리 유세차 앞으로 다가서지 못했다. 하지만 기존의 선거 유세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귀를 막고 자리를 급하게 떠나는 이들은 없었다. 서 있는 이들은 물론, 자리에 주저앉은 이들도 박 후보와 이 이사장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일부 적극적인 시민들은 박 후보의 얘기에 추임새를 넣으며 흥을 돋웠다.

박원순 "아, 왜 그렇게 어려운 질문만 하셔요, 머리카락 더 빠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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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의 '스마트 경청 유세단'이 14일 저녁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 이경태


박 후보는 이 이사장과 함께 주로 자신의 정책을 설명했다. 일자리 문제·보육·서울시 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면서 "이 이사장님은 왜 그렇게 어려운 질문만 하시나, 이러다 제 머리카락이 더 빠지겠다"고 농을 치기도 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TV토론에서 충분히 하지 못했던 얘기들도 풀어냈다. 나 후보와 다퉜던 양화대교 문제가 대표적 사례였다. 박 후보는 "지금 양화대교에 아치공사를 하는 건, 5천톤 급 배를 지나가게 만들려는 건데 한강운하만 포기하면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100억 원이 더 드는 공사를 배도 안 지나갈 건데 꼭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또 "100억 원이면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다"며 "양화대교 아치 하나가 보기 조금 보기 싫은 게 나은가, 학생들의 등록금을 낮추는 게 더 중요한 일인가"라고 강조했다.

희망제작소 당시부터 연을 맺어온 시민 한 명의 '찬조 유세'를 받기도 했다. 정년 혹은 명예 퇴직한 이들의 제2 인생을 계획하는, 희망제작소 '행복설계 아카데미'를 다닌 이영구(79)씨는 "원순씨 옆에 20~30대만 있는 게 아니라 80대도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며 "요새 가장 안타까운 것은 원순씨와 10분만 같이 있어도 그의 진정성을 알텐데 (다른 분들이) 그럴 기회가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경청유세 '마실'을 마친 후 "처음 있는 일이고 야외에서 진행하다 보니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 "시민들이 주신 의견을 모아 전문가들과 함께 정책에 반영토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후보 측은 경청투어 '마실'을 오는 15일 오후 시흥동 홈플러스 앞에서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박 후보 측은 이 이사장 외에 박 후보의 '멘토단'에 참여하는 조국 서울대 교수,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소설가 공지영, 방송인 신경민, 만화가 박제동, 배우 김여진씨 등이 대담자로 계속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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