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연수 뒤, 왜 학습업체 전화가 오지?

[발굴] 서울지역 4개 초등학교 학부모·학생 정보 유출 말썽

등록 2011.10.25 17:54수정 2011.10.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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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초가 학부모들에게 보낸 학부모연수 안내 가정통신문. ⓒ 윤근혁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연 학부모 연수 뒤 학습업체의 전화와 문자가 2번씩이나 왔어요. 전자메일도 2번 받았고요. 내 정보가 이들에게 넘어가 이용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어이가 없네요."

서울 S초 학부모 K씨는 요즘 한 학습콘텐츠업체 전화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가 지난 달 30일 서울 S초 체육관에서 연 '특별 학부모 강연회'에 참석한 뒤 벌어진 일이다.

업체가 후원한 학교 학부모연수, 그 뒤...

S초에서 보낸 가정통신문과 이 학교 Y교장의 말을 종합하면 S초는 지난 9월 30일 오후 7시부터 특별 학부모 강연회를 400여 명의 학부모가 참여한 가운데 열었다. Y교장도 이 연수에 참석해 15분간 연설했다. 그런데 이 행사를 후원한 곳은 초등학생 인터넷 가정학습 사이트를 준비하고 있는 A업체였다.

학부모 K씨는 "가정통신문을 보고 학교에서 순수하게 하는 연수일 줄로만 알았다"면서 "학교만 믿고 설문지에 답한 것이 이렇게 업체 상술에 이용될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이 업체에서 나눠준 설문지에 자신의 이름, 핸드폰번호, 전자메일, 자녀의 학년 등의 개인정보를 적었다. 이런 일이 생긴 뒤 A업체의 전화와 메일 사업이 시작됐다. 실제로 이 업체가 학부모에게 보낸 메일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니 다음과 같은 안내 말이 나왔다.

"앞서가는 엄마들의 선택 '○○○○○홈런'입니다. 학습 관련은 1번, 결제 관련은 2번을 눌러주세요."


S초에서만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서울지역 학교 관계자 등에게 확인 결과 A업체가 관여한 학부모 연수는 9월 한 달 동안 D초, Y초, G초 등 3곳이 최소한 더 있었다.

이 업체는 한 학부모 카페에 올려놓은 글에서 "앞으로 약 3개월 동안 서울 시내 초등학교에서 학교 강연회가 있을 예정"이라면서 "가정통신문을 받으시면 신청하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서울교육청, 개인정보 유출 여부 조사

S초의 Y교장은 "그 업체에서 '사회 환원사업'이라는 제안을 해서 학부모 연수를 준비했고 강사도 유명한 분이고 강의 내용도 좋았다"면서 "그 업체가 학교에서 학부모 연락처를 갖고 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학부모 스스로 자신의 연락처 등을 적어준 것이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학교 한 교사는 "수백만 원짜리 강사가 오니 학부모가 많이 참석하도록 반별로 통계를 내 제출하라는 학교 쪽의 지시가 있었다"면서 "결국 학교가 인터넷 학습업체에 학부모와 학생 개인정보를 대주는 역할을 했으니 얼굴을 들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S업체 고위 임원은 "우리가 하려는 학생용 학습 사이트는 아직 개통도 하지 않았다"면서 "학부모 연수를 후원한 것은 오직 사회 환원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와 학생 정보 유출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 교육정책국 중견 관리는 "학부모 연수에서 개인 정보가 특정업체로 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실태조사를 한 뒤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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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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