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수 없는 선거, 변화의 교두보 만들자"

[무지개연합군③]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등록 2011.10.25 20:40수정 2011.10.25 20:40
0
원고료로 응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25일 자정을 끝으로 마감된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 야권에서는 한국 정치사상 보기 드물었던 현상, 야5당이 단합해 '무소속 비정치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뛴 '무지개연합군'을 만나 직접 선거를 뛰어본 소감, 이번 선거의 의미와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 야권통합 의제 등에 대해 물었다. <편집자말>
a

21일 박원순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박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들자, 박 후보가 '큰 귀'를 자랑하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겠다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 ⓒ 남소연

21일 박원순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박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들자, 박 후보가 '큰 귀'를 자랑하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겠다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이번 선거는 사실 질 수 없는 선거다. 져서도 안 된다. 우선 민심의 흐름 자체가 한나라당에 책임을 묻는 선거다. 야5당 모두가 망라돼 이번 선거를 치르고 있다. 무엇보다 상대방인 나경원 후보가 한나라당 특권정치의 표상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박원순 후보의 당선은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지난 21일 서울 성동구 금남시장 앞 유세 때도 힘이 가득 차 있었다. "질 수 없는 선거"라는 게 요지였다. 심 전 대표가 "이쁜 시장 필요 없지 않나", "뽑아줬는데 잘못하면 싹둑 잘라 버리는 게 맞지 않나", "병역비리 전문당은 한나라당 아니냐"고 물을 때마다 유세장 앞에 모인 시민들은 큰 소리로 "예"하고 외치곤 했다.

 

그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마지막 공식 선거운동일인 25일 오후에도 박원순 후보와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심 전 대표가 유세장을 이동하는 사이 잠시 짬을 내 전화 인터뷰를 했다. '무지개 연합군'으로 지난 선거운동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의 물꼬를 틀어야 할 이번 선거가 초반에 '인물론'으로 좁혀진 점이 아쉽다"면서도 승리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그 확신의 바탕에는 '준비된 민심'과 '단합된 야권'이 있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리했던 무상급식 주민투표·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 등 민심이 '회초리'를 내려칠 기회만 엿보고 있는 데다 6·2 지방선거 이후 야5당이 이렇게 한 몸으로 뭉쳐 움직인 적이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40억 원 대 자산가'·'1억 원 피부클리닉'·'정치자금 미용비용 지출' 등의 논란이 불거지면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한나라당 특권정치의 표상"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심 전 대표는 특히, 진보정치세력의 성장도 기대했다. 박원순 후보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은 기존 양당 구조의 한국 정치가 국민들이 고통받고 가려워 하는 곳을 전혀 긁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또 거대 양당의 대안세력으로 평가받던 진보정치세력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진보정치세력이 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능력과 조건을 갖춰나가야 한다는 게 심 전 대표의 주장이었다. 또 야5당이 모두 하나의 정당이 되는 '통합'만으로는 국민이 요구하고 있는 중장기적인 정치 구조 개혁이 불가능한 만큼, 정책노선이 비슷한 정당끼리 뭉치고 서로 변화를 위해 경쟁하는 것도 연대·연합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심 전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급했던 한나라당, 네거티브 폈지만 민심은 회초리 들고 있었다"

 

- 지금도 박원순 후보와 함께 유세현장을 누비고 있다. 지난 선거운동을 평가한다면?

"전부 다 최선을 다한 것 같다. 역시 민심의 핵심은 부자만을 위한 정치와 불통 정치로 일관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 특히 내곡동 사저 문제만 해도 그렇다. 임기가 얼마나 남았다고 사저를 핑계로 국민의 혈세를 가로채려고 하나. 그 파렴치한 행태를 본 우리 국민들이 한나라당식 정치에 회초리를 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그 민심을 확인했다. 다만,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의 물꼬를 틀어야 할 이번 선거가 초반에 '인물론'으로 좁혀진 점이 아쉽다. 박원순 후보를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주도하면서 이번 선거의 본질을 흐렸던 측면이 있다."

 

- 한나라당이 네거티브 공세를 핀 이유가 뭐라고 보나.

"한나라당이 굉장히 급했던 것 같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다 뭉치지 않았나. 또 후보가 시민운동의 대표격인 분이다. 시민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가 대단히 높은 편인데 그 점을 흠집내면 승산이 있다고 본 것 같다. 그랬기 때문에 'X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처럼 비리와 부패의 본당인 한나라당이 네거티브 공세를 취했던 것이다. 하지만 박 후보는 개인이 아니었다. 야당 연합군의 후보였다. 그랬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본다."

 

- 무소속 후보의 당선을 위해 야5당이 힘을 합치는 '무지개연합군'이 인상적이었다. 현장에서 연합군의 파괴력을 느꼈나.

"일단 시민들이 흡족해 하시는 것을 느꼈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무엇을 정치에 바라는지 핵심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들이 각 정당의 차이를 모르는 게 아니다.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는 힘을 합치라는 게 민심이다. 그를 제대로 읽고 그에 대한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든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각 정당들이 실력대로 경쟁하면서 책임 있게 연대·연합할 수 있도록 선거 제도 등을 개선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승자독식 구조이기 때문에 1 대 1 구도가 사전적으로 강제돼 있다. 이것이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하는 데 한계였고, 진보정치세력이 그동안 겪었던 고통이다. 국민들은 한나라당-민주당 양당 구조가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야권들은 연대·연합해 정권을 교체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야권연대의 핵심약속이어야 한다."

 

-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기대가 안철수·박원순 등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이어진 것 같다. 특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원 여부는 선거 종반까지 초유의 관심을 모았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안철수 현상은 '한나라당-민주당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양당 정치가 국민들이 고통받고 가려워하는 곳을 전혀 긁어주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다. 국민들은 그동안 새로운 정치대안을 요구했다. 그를 위해 진보정치세력이 반세기만에 전면에 부상했지만 의미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른바 '안풍(安風)'은 이 사이 비어 있는 공간을 점유한 것이다. 앞으로 진보정치세력이 변화와 혁신을 열망하는 강력한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 안을 능력과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런 소명의식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한나라당 특권정치 상징하는 나경원 이기는 건 '필연'이다"

 

- 박원순 후보가 승리하리라 보나. 만약 그가 당선된다면 그 의미는 무엇이라 보나.

"이번 선거는 사실 질 수 없는 선거다. 져서도 안 된다. 우선 민심의 흐름 자체가 한나라당에 책임을 묻는 선거다. 야5당 모두가 망라돼 이번 선거를 치르고 있다. 무엇보다 상대방인 나경원 후보가 한나라당 특권정치의 표상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박원순 후보의 당선은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박원순 시장'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야당들이 연합해서 만들었다. 국민들에게 이번 선거를 통해 내년 총·대선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을 선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야권의 뜻을 100% 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모두 힘 모아 국민의 뜻을 잘 받들었다. 내년 총·대선에서도 더 큰 힘을 모아주실 것이다."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야5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통합론이 더 힘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어떻게 보나.

"내년 총·대선에서 야당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건 국민의 명령이라 본다. 그것을 거부할 정치세력은 없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힘을 합치는 게 내년 선거와 중장기적인 한국 정치 구조 개편에 도움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야권 내부에서도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저는 야당이 지금처럼 분화된 까닭을 국민들의 강력한 변화 열망을 받아 안을, 시대정신의 변화를 제대로 수렴할 정당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기존 정치에 대한 과감한 혁신과 변화도 (통합과 함께)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민심에 부응하기 위해 한나라당과는 철저히 연대·연합하며 맞선다, 야권 내에서는 노선과 정책을 놓고 활발히 경쟁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원칙이 있어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당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연대와 협력만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경쟁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하나의 정당 틀로 모두 합치는 게 아니라 정책노선이 비슷한 정당들끼리 통합해서 큰 틀에서 선거연합을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

 

- 선거 종반 박빙 구도가 계속되면서 투표율이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박원순 시장'이어야 한다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국민 여러분, 정치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크시지 않았나. 정치를 못 믿겠다는 분,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 그것도 아주 확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내일(26일) 서울시장 선거에 투표하시길 바란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변화와 희망이 시작될 수 있다고 분명히 말한다.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면서 변화의 교두보를 만들자. 새로운 변화와 희망을 일굴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은 오롯이 국민들께 있다."

#심상정 #박원순 #서울시장 보궐선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