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하느라 투표 못해... 투표시간 늘려주세요"

[10·26 재보선] 20대가 말하는 투표하지 않는 이유, 그리고 대안

등록 2011.10.26 09:55수정 2011.10.2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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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가 바로 오늘입니다. 많은 언론에서 투표율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것이라며 투표율을 중요한 변수로 꼽고 있습니다. 투표율 하면 아무래도 20대 젊은층의 투표율이 관건이겠죠. 연령대별로 봤을 때 가장 투표율이 낮은 층이 바로 20대이니까요. 혹자는 60대 투표율이 60%, 50대 투표율이 50%… 20대 투표율은 20%라고까지 표현하더군요. 투표율이 당락을 좌우한다면 그 중에서도 변수가 가장 많은 20대 투표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래서 20대 친구들과 투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 친구들은 10월 28일부터 시작하는 김제동, 김여진의 <청춘콘서트2.0>을 준비하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친구들입니다. 청춘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청춘콘서트2.0>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참여활동으로 어떤 이야기든지 자유롭게 말하는 '청춘아지트'를 전국에서 열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청춘아지트의 주제로 '20대의 투표'에 대해 이야기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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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왜 투표하지 않는지 친구들과 열심히 토론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20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 학교에 투표장소를 마련해 주면 좋겠다는 제안이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 이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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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들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대학생들. 학창시절부터 받아온 주입식 교육이 자신들을 더 수동적으로 만든 것 같다고 토로합니다. ⓒ 이준길


첫 번째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왜 20대는 투표하지 않을까?" 자신들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주제라 처음에는 좀 당황을 했지만, 금방 자신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꺼내놓더라구요. (아래 나오는 대학생들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 왜 20대는 투표하지 않을까?
김희철(대학생) : 외국은 토론식 수업을 많이 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만, 우리나라는 주입식 교육을 받아와서 주어지는 대로 사는 것에 익숙하다. 사회 참여를 해서 뭔가를 바꾸고 스스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부모님이나 교수님이 시키는 대로 조용히 사는 것이 편한 길이라는 생각도 든다.

허민정(대학생) : 민주화 운동을 했던 부모님 세대들은 자신들이 희생해서 얻은 권리였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아는데, 우리 세대는 그런 노력을 모르기 때문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정치 같은 것은 누군가가 하겠지 막연한 생각이 있다.

홍기인(대학생) : 우리는 아직 사회 생활을 안 해봐서 사회에 대한 관심이 덜 발달된 것 같다. 사람 하나 뽑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이효상(대학생) : 정치하는 사람들은 만날 몸싸움만 하는 것 같다. 그 놈이 그 놈 같다. 그런 안 좋은 모습만 보니까 나도 투표하기 싫어진다. 내 삶도 살아가기 빡빡한데 지저분한 정치 쪽은 생각조차도 하기 싫다. 아까운 시간 낭비해서 투표하러 안 간다. 그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다른 일 한다.


권완수(대학생) : 예전에는 대학생들이 취업걱정 안 했다. 공부 못해도 공무원 할 수 있었다. 막걸리 마시고 정치를 이야기하면서도 취업 걱정 안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은 취업의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고, 본인의 안일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놓여 있지 않은가.

권종률(대학생) :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 듣겠다. 공약들이 도대체 나에게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 공공주택을 지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세금 감면을 해주면 무엇이 좋아진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더 무관심해진다. 잘 모르는 우리들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해 주셨으면 한다. 열심히 잘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20대와 관련한 정책이 새롭게 나오면 스마트폰에서 푸시 알림이 오는 어플이 있었으면 좋겠다. ㅋㅋㅋ

김지은(대학생) : 20대가 투표하지 않는다고 몰지각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 아줌마들이 오세훈 시장을 뽑았던 이유가 잘생겨서 그랬다고 하는데 우리들이 보기에는 그것이 더 몰지각한 것 같다. 20대가 투표하지 않는 것은 투표해도 소용없다는 하나의 표현방식이다.

거침없는 이야기가 참 담백했습니다. 특히 공약을 알기 쉽도록 눈높이를 맞추어 달라는 이야기는 많은 친구들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20대와 관련한 새로운 정책이 나오면 푸시 알림을 해주는 스마트폰 어플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에 빵 터졌습니다.

예전에는 막걸리 마시며 정치를 이야기해도 취업을 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취업의 문이 너무나 좁아져 있기 때문에 자신만 챙기기에도 여유가 없다는 현실도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기존에 정치인들이 안 좋은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여왔기에 외면하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크구요.

"20대 정책 알림 어플 있었으면... 학교에 투표 장소 만들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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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정치인을 만들자는 거침없는 제안에 많은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자신들의 목소리는 기성세대들이 반영해주지 않기 때문에, 아예 20대 정치인을 뽑자고 말이죠. 정말 발칙하죠.^^ ⓒ 이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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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투표하지 않는 이유를 "20대의 머릿속은 백지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백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펙, 취업 불안으로 삶의 여유를 잃어버린 20대를 극명하게 표현했다고 합니다. ⓒ 이준길


하지만, 이런 20대들의 이야기에 100% 공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정치가 아무리 지저분하다고 외면만 할 경우 더 큰 문제점들이 생겨납니다. 왜냐하면 정치는 우리 삶과 너무나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경제정책을 펼 때 성장 중심의 정책을 고용 중심의 정책으로 바꿔주기만 해도 청년실업 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소될 것입니다. 취업의 문이 더욱더 좁아질수록, 자신들이 더욱더 경쟁에 내몰릴수록 더욱 투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럴수록 더욱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을 했더니 금방 그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 주네요.

그래서 이번에는 이런 20대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리고, 20대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물어봤습니다. 

- 그럼 20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서진석(대학생) : 후보들의 공약을 우리들의 언어로 쉽게 표현해서 친구들에게 알려주자.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가 바로 우리들의 이런 욕구를 채워주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정치를 이해하도록 우리들의 눈높이로 채널링을 해준 것이다. 

김정인(대학생) : 난 지난 6·2 지방선거 때 아르바이트를 밤늦게까지 해야 하느라 투표장에 못 갔었다. 투표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늘려주면 좋겠다.

박지윤(대학생) : 정치 이야기하면 친구들이 그런다. "너 그런 쪽에 관심 있었냐. 넌 재미없고 지루해" 라고. 이런 것을 깨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는 여의도에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라는 생각의 틀을 깨는 활동들을 우리가 해보면 좋겠다. 젊은이들의 생각을 일깨우는 동영상, 플래시몹 이런 것들을 우리가 만들어봐도 재미있겠다. '우와, 이게 뭐지' 이렇게 친구들의 관심을 끌도록 하는 활동들을 해보자. 즐겁게~

진상일(대학생) : 공약 이행이 안 되었을 때는 왜 안 되었는지 자세히 설명이라도 해준다면 정치 불신이 많이 사라질 것 같다. 

조정훈(대학생) : 20대 정치인을 만들어보자. 20대의 의사를 대변하는 20대 정치인, 멋지지 않나.

김태선(대학생) : 학교 안에 투표 장소를 마련해 주면 좋겠다. 그러면 더 많은 친구들이 투표할 것 같다.

정민혁(대학생) : 오늘 하고 있는 '청춘아지트'가 많이 열리면 자연적으로 투표율 올라 갈 것이다. 20대가 정치에 대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런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

다양한 의견들이 나름 신선했습니다. 특히 아르바이트 하느라 투표장에 못갔다는 이야기는 좀 충격이었습니다. 여유가 없고 각박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20대들이 주위에 꽤 많다고 합니다. 또 자신들부터 친구들에게 왜 투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재미난 활동들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더라구요. 이 친구들이 쏟아내는 재미난 활동들은 다음에 소개하도록 할게요. 깜짝 놀라실 겁니다. 기대해주세요.

20대 투표 저해 원인 '정치불신'... 새로운 정치 문화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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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한 친구들끼리 함께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더니, 10.26에는 꼭 투표할 것이라고 투표약속샷 포즈를 취했습니다. ⓒ 이준길


왜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할까? 토론을 정리해 보니, 결국 정치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20대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들이 정치 불신을 이야기하죠.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우리나라의 최초의 대통령은 이승만이었습니다. 정권을 강제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무조건 투표하라고 동원했죠. 저희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이 그 때는 소위 막걸리 투표, 고무신 투표라고 불렀을 정도로 막걸리 주면 찍고, 고무신 주면 찍고 그랬답니다.

우리나라는 대의민주주의의 첫 시작 단계부터 이런 정치 불신을 잉태한 것 같습니다. 정치 불신은 곧 외면을 낳았고, 외면은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정치를 마음껏 하도록 내버려 두게 한 것이죠. 이는 부정부패, 정경유착으로 이어지고 그러니 국민들은 더 외면하게 되었구요. 이제는 어떻게 이 외면을 끝낼 것인가를 위해 행동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는 것 같아요. 20대들이 마음껏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그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의민주주의입니다. 나 대신 말할 사람을 뽑는 것이 투표이지요. 어떤 사람이 나를 대신하는 것인지 정말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우리들이 이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계속 우리의 권리를 빼앗겨 버릴 겁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투표만이 혁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투표를 통해 세상의 변화에 작게 기여할 수 있다구요. 친구들에게 투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재미난 활동들을 해보겠다는 20대들을 만나며 '희망'을 가슴에 품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네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hopeplanner.tistory.com/225에도 실렸습니다. 제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ttp://hopeplanner.tistory.com/225에도 실렸습니다. 제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대 투표율 #20대 투표 #10.26 선거 #서울시장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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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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