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FTA 날치기는 어려워진 상황"

[인터뷰] 박석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등록 2011.10.28 13:51수정 2011.10.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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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24일째 단식농성 중인 박석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 최지용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24일째 단식농성 중인 박석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 최지용

"한미 FTA는 주권포기 협정이다. 미국 법은 FTA에 우선하지만 국내법은 그렇지 않다. 결국 미국법이 맨 위에 있고 그 다음에 FTA, 그 아래에 국내법이 존재한다. 이것이 주권포기가 아니고 무엇이냐. 주권을 포기하려는 자들을 매국노라 부르는 것이다."

 

단식 24일째. 박석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가 마른 입술 사이로 분노를 토해냈다. 얼굴은 많이 홀쭉해졌지만 앉아 있는 자세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는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는 우리 세대만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재앙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8일 오전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한미FTA 국회 비준을 막기 위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노숙단식농성을 벌이는 박 대표를 만났다.

 

그는 인사 대신 "방금 박원순 시장이 출근길에 다녀갔다"라며 "박 시장이 어제 '한미FTA 체결되면 서울시정과 시민들의 생활에 굉장한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시장의 공동선대위원장이면서도 농성으로 인해 선거를 전혀 도와주지 못한 그였다.

 

이제는 선거로 인해 묻혀 있던 한미FTA 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오후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농민들과 각계 시민단체가 개최하는 한미FTA 비준 저지를 위한 집회가 국회 앞에서 예정돼 있다.

 

"한나라당 날치기 통과 어려워진 상황"

 

박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사실 민주당이 오락가락 하고 있어 걱정이 컸는데 어제 의총을 통해 방향을 올바르게 잡은 것 같다"며 "서울시장 선거로 민의가 확인된 상태에서 민주당이 야권연대를 깨는 방식으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8시간이 넘는 의원총회를 통해 "다수의 의원들이 몸을 던져서라도 FTA 비준을 막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 진영에서 우려한 한미FTA 저지에 소극적인 민주당의 자세가 어느 정도 달라진 것.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역시 28일 오전에 있었던 야5당 대표회담에서 "한나라당이 한미FTA를 강행처리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결단코 이를 저지할 것"이라며 비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박 대표는 "민주당이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하면서 한나라당이 무리하게 날치기로 통과시키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수도권 시민들의 민심이 확인됐고 농촌을 기반으로 한 영남지역의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도 FTA비준 반대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한나라당이 FTA를 날치기로 통과시키려 한다면 정권 심판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경술국치를 당하고 국권을 회복하는 데 40년이 걸렸다. 제2의 을사조약인 한미FTA가 비준되면 이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미국도 상대국가 비준상태에서 재협상 요구했다"

 

단식 24일째인 박석운 대표. ⓒ 최지용

단식 24일째인 박석운 대표. ⓒ 최지용

-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통해 비준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사실은 민주당이 오락가락하고 있어서 걱정이 있었는데 어제 장시간 의총을 통해서 방향을 올바르게 잡았다. 한미FTA 비준저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철저한 국민적 검증과정을 거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냈다고 본다. 예전에는 민주당 내 상당수 의원이  한미FTA에 찬성했다. 하지만 지난 국회 끝장토론을 지켜본 많은 의원들이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게 됐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시장 선거로 민의가 확인된 상태에서, 민주당이 야권연대를 깨트리면 내년 총선과 대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 그럼에도 시민사회에서는 민주당의 소극적인 자세를 의심하기도 한다.

"지난 4·27 재보궐선거 때 야권연대는 이미 한미FTA 재협상 안을 폐기하고 독소조항을 전면적으로 검증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한-EU FTA를 비준하지 않기로 동의했는데, 선거 이후 민주당이 이를 통과시키면서 사실상 배신을 했다. 만약 이번 한미FTA 건도 그렇게 한다면 신뢰성에 상당한 문제가 제기된다. 아마도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연대에 결정적인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 합의를 하고 약속을 했는데 지키지 않는 정당과 연대할 수 있겠는가."

 

- 지난 10·26보궐선거 결과가 한미FTA와 관련한 정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이번 선거 결과는 한미FTA 비준 문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도권 한나라당 의원들이 또 다시 민심을 배반하면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절실하게 확인했을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순탄한 표결처리를 하거나 날치기에 동참한다든가 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이미 영남권 농촌지역 의원들 몇 사람은 비준에 반대한다는 서명도 했다. 특히 황우여 원내대표,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 등 한나라당 국회의원 22명은 지난해 예산안 날치기 통과 이후에 다시는 날치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또 다시 날치기를 할 경우에 내년 총선 불출마를 약속했다. 날치기를 또 하면 이들은 그대로 낙선이다. 거기다 자유선진당까지 야6개 당이 모두 반대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농민들이 공격적인 투쟁 동력을 집결해 사회적 분위기를 만든다면 날치기 저지선이 만들어질 것이다."

 

- 미 의회가 FTA를 비준 한 상태에서 우리가 비준을 이행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국회가 비준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환대를 받은 이유는 FTA도 있겠지만, 사실 수조 원의 무기 대량 구매가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이미 미국에 많은 것을 주는 거다. 미국과 FTA를 추진하다가 안 하는 나라들이 많다. 우리가 비준이 보류된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을 건 전혀 없다.

 

미국 스스로 페루와 파나마와 FTA를 추진할 때 상대 국가가 이미 비준한 상태에서 재협상을 요구해 실현한 사례가 있다. 미국도 그렇게 한 적이 있는데, 우리가 비준을 보류하고 재재협상을 요구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불리한 게 있고 문제가 있다면 비준을 미루고 다시 협상을 요구해야 하는 게 맞다."

 

"노무현은 스스로 FTA 재논의 필요성 인정했다"

 

- 현재 FTA 비준에서 가장 큰 문제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인가.

"무엇보다 주권을 포기하는 협정이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국내법이 FTA보다 우선한다. 대한민국에서는 국내법보다 FTA가 우선한다. 결국 미국법 아래 FTA가 있고 그 아래 대한민국의 법이 있게 된다. 이게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우리는 주권을 포기하려는 자들을 매국노라고 부른다. 이는 우리세대뿐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재앙을 물려주는 꼴이다."

 

-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표는 FTA가 추진되는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반대 활동을 해왔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한미FTA에 대해 본인이 직접 잘못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정이 달라지면서 재논의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미 미국의 시스템이 망신창이가 됐기 때문이다.

 

또 비록 독소조항의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익의 불균형은 더욱 심해졌다고 봐야 한다. 노무현의 FTA는 자동차 분야 같이 어떻게 하나라도 건진 협정이었다면 재협상을 마친 이명박의 FTA는 모든 것을 퍼주는, 이익의 불균형이 극심해진 상태라고 봐야 한다. 결국 노무현을 지지하는 층과 차이는 있지만 그 사람들도 이번 한미FTA 비준 저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2011.10.28 13:51 ⓒ 2011 OhmyNews
#한미FTA #박석운 #이명박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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