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으로 당선된 시장, 재건축 탓 퇴출?

16일 과천시장 주민소환투표 실시... 집값 하락과 재건축 지연이 주요 사유

등록 2011.11.16 09:03수정 2011.11.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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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과천시장 주민소환투표를 앞둔 14일 오후 경기 과천시 주공2단지 아파트 입구에 "빠른 조합설립은 성공적인 재건축의 지름길"이라는 내용의 펼침막이 내걸려있다. ⓒ 선대식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은 경제성장을 부르짖은 후보를 택했다. 200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뉴타운", "재개발"을 외친 후보자들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선거에서 정치인들은 집값 상승과 재산 증식의 욕망을 자극했건만, 오히려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졌다. 이들 정치세력은 오는 2012년 대선과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받을까?

16일 경기 과천시에서는 내년 국민의 선택을 미리 엿볼 수 있다. 이날 여인국 과천시장 주민소환투표가 진행된다. 2007년 주민소환법이 시행 이후, 하남시장과 제주도지사에 이은 3번째 주민소환투표다. 하남시와 제주도에서는 화장장 유치와 해군기지 건설문제가 주민소환투표 청구사유가 됐지만, 과천시에서는 재건축 지연과 집값 하락이 문제다.

주민소환을 찬성하는 주민들은 "시장이 재건축 공약을 내세웠지만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고, 보금자리주택 도입으로 집값 하락이 우려된다"며 "주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인국 시장은 "재건축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했고, 행정 절차와 경기도의 규제로 재건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맞받았다.

주민들의 욕망을 부추겨 3선이 된 여인국(56, 한나라당) 시장이 절대적 지지를 보낸 주민들로부터 퇴출 위기에 처했다는 점은 향후 선거에서 큰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15일 과천시를 찾았다.

여인국 시장, 선거 때마다 재건축 공약... 집값은 하락, 재건축은 지지부진

"재산권이 걸려 있는 문제인데, 당연히 투표해야지."

14일 과천시내에서 만난 한 주민의 말이다. 이날 주민소환운동본부에서 동원한 방송차가 과천시내를 돌며 여 시장의 실정을 비판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시내 중심가에서는 "무능시장을 심판하자", "나쁜 투표 거부하자" 등의 주민소환 찬반 쪽의 대형 펼침막이 내걸렸다. 


이번 주민소환투표 청구이유는 크게 3가지다. 정부청사이전·재건축 관련 상급기관과의 업무 조율 능력 부족, 보금자리주택 일방적 수용과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 유발, 재건축 행정 소극적 추진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등이다. 이중 2건이 재건축과 관련돼 있다. 그만큼 재건축은 과천시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안이다.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재건축 지연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재건축이 이뤄진 주공 3단지 인근 주공 2단지 곳곳에는 투표 관련 펼침막보다 "성공적인 재건축"을 독려하는 펼침막이 더 많았다.

과천시 주민 7만2000명 중 다수는 1981~1984년에 지어진 주공 1~12단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여인국 시장은 첫 출마인 2002년 지방선거 때부터 재건축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 시장은 당시 공개연설에서 "여러분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재산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재건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여 시장 당선 이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2006년 12월 과천시 집값(아파트)은 3.3㎡당 3925만 원에 달했다. 서울 강남구를 제치고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당시 사업 진행이 빨랐던 2개 단지는 재건축에 들어갔지만, 집값 거품이 꺼지면서 나머지 단지의 재건축은 지연됐다.

주민들은 용적률을 최고 190%로 정한 지구단위계획의 변경을 요구했다. 이에 과천시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용적률을 최고 250%로 올리는 내용을 담은 정비기본계획안을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에 냈지만, 거부당했다. 여 시장은 2010년 선거과정에서 또 다시 용적률 상향 조정 공약을 내걸었고, 결국 3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용적률 상향 조정이 또 다시 지연되고 집값이 하락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쌓여갔다. 지난 5월 과천 보금자리주택 발표에 주민들의 불만은 폭발했다. 시세보다 싼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서게 되면, 과천시내의 집값 하락과 재건축 지연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천정부청사 이전 문제와 맞물려, 주민들은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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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과천시내에 여인국 과천시장의 실정을 비판하는 주민소환운동본부의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 선대식


여인국 시장 "최선 다했다" - 주민운동소환본부 "재산권 침해"

여인국 과천시장은 "주민소환운동본부 쪽의 주장은 정치 공세"라며 "시장이 어떻게 주민들의 재산 가치를 떨어지도록 하는 일을 밀어붙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여 시장은 주민소환의 가장 큰 이유로 보금자리주택으로 인한 재건축 지연으로 꼽았다. 그는 "재건축이 되려면 일반 분양을 많이 해서 조합원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의 일반 분양분보다 싼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오면 실패한 재건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화가 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누구보다 재건축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2주에 한 번씩 재건축 추진위원장을 만났다, 다만 행정절차를 이행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그러한 규제완화 권한이 도지사와 중앙정부에 있기에 주민이 원하는 수준까지 해결하지 못했다"며 "220%까지 용적률 상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제 재건축이 제대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강구일 주민소환운동본부장은 "과천시민들은 여인국 시장(3선), 안상수 국회의원(4선)을 뽑는 등 한나라당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를 보냈다"며 "하지만 여인국 시장은 집 한 채 있는 시민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했고, 과천정부청사 이전에 대해서도 찍소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강구일 본부장은 "여 시장은 각종 선거 때마다 재건축 공약을 내세웠고, 선거 직전에는 용적률 상향 조정을 강조했지만, 10년 동안 재건축은 지지부진했다"며 "공약을 했으면서 권한이 시장한테 없다는 말만 하는 등 무책임한 행정을 보였다, 여 시장은 주민들의 재산을 보호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충남 연기군수는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있을 때 단식을 하며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세종시 원안을 지켜냈다, 하지만 여 시장은 그런 노력을 보이지 않아 알짜배기 정부청사를 내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세입자들 "찍을 사람 없다... 다음 선거에서는 세입자 위한 후보 뽑을 것"

이번 주민소환투표는 집주인들의 관심사인 집값 하락과 재건축을 둘러싼 갈등인 탓에 투표 참여율이 낮을 것이라 분석이 나온다. 하남시장과 제주도지사 주민소환투표는 33.3%의 투표율을 넘기지 못해 투표함을 열지 못했다. 인구의 절반이 세입자인 과천시에서도 투표함 개함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과천시내에서 만난 많은 주민들은 투표에 큰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보신당 출신인 황순식 과천시의회 부의장은 "주민소환투표는 집값 문제로 시작했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세입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세입자들도 편히 살 수 있는 과천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숙 비닐하우스 주거연합 전 집행위원장은 "세입자들에게 '재건축파'나 '여인국 시장 추종파' 모두 비슷하다, 이들의 주장 모두 세입자들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투표율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다음 선거에서 집주인을 위한 대책만 내놓는 후보는 뽑히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과천 #주민소환투표 #여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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