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도 등돌린 MB인사, TK언론은 '무덤덤'

[참언론 모니터] '영포라인, 김석기' 논란...우리라도 지역인물 보호?

등록 2011.11.16 15:29수정 2011.11.1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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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재보선 평가와 함께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움직임은 정말로 역동적입니다.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한 축으로는 현 정권 및 정책에 대한 불신, 또 다른 한 축은 기존 정치권 및 정당 밖에서 일고 있는 제3세력의 활발한 움직임이겠죠.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은 한나라당의 텃밭이라고 하는 이 지역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역의원에 대한 교체율이 과반수가 높고, 현 정부 국정지지도는 겨우 29%에 머물러 있습니다.(<영남일보> 10월 14일 여론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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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2011년 10월 11일자 4면 <영남일보> 2011년 10월 11일자 4면 ⓒ 영남일보

▲ <영남일보> 2011년 10월 11일자 4면 <영남일보> 2011년 10월 11일자 4면 ⓒ 영남일보

그런데 지역언론을 살펴보면 현 정권에 대한 불신과 분노의 흐름을 일정 정도 차단한다는 느낌입니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TK지역에서, "우리라도 이 지역 인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불필요한 지역사랑이 발동한 것일까요. 지역 언론의 이런 태도가 지역사회 정치다양성 실현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할 텐데요.  

 

현 정부 인사정책, 진보-보수 언론 입모아 비판

 

MB정부에 대한 불신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최근 진보와 보수 언론이 공동으로 입을 모으는 지점은 '인사 정책'입니다. 첫 번째는 정권 말 레임덕 방어용 '명박산성'을 쌓기가 도를 지나치고 있고, 두 번째는 보은인사로 혜택 받은 인물들의 '오만함'에 대한 분노입니다.

 

즉 청와대 경호실 및 군과 검찰, 경찰에 나타난 인사 흐름을 보면, 측근 인물을 요직에 앉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명박산성'을 쌓는 것이고, '보은인사 오만함'의 대표 인물은 김석기 오사카 총영사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8개월 만에 사표를 쓴 사건입니다.

 

그런데 논란의 대상이 된 인물 대부분이 이 지역, 대통령의 고향 사람입니다. 평상시에 지역인사가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것은 지역 입장에서 본다면 박수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통령의 입지가 벼랑 끝인 시점에, 고향 인물을 중용해서 '끼리끼리' 조직을 만들겠다는 정책은 '변화와 혁신'에 대한 민심은 외면한 채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독선일 뿐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부임한 지 8개월 만에 사표를 던진 김석기씨. 2009년 경찰청장에 내정됐다가 용산재개발 참사로 중도 사퇴한 그가 올 초 총영사로 임명되었을 때 '보은인사' 논란이 일었지만, 현 정부는 강행했습니다. 그리고 채 8개월이 안 돼 내년 총선 경주지역 출마를 위해 귀국했습니다. 공직을 사익에 이용했을 뿐만 아니라 '귀 막은 불통 인사'의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언론이 침묵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보언론과 보수언론이 입을 모아 비판하는 배경도 이 지점입니다.

 

10·26 재보선 직후 어청수 경호처장,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임명, 11월 9일 임명된 이강덕 서울경찰청장(경북 영일)에 대해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전국 일간지는 매섭게 비판했습니다. 같은 영남권 언론인 <부산일보>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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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011년 11월 10일자 사설 <부산일보> 2011년 11월 10일자 사설 ⓒ 부산일보

▲ <부산일보> 2011년 11월 10일자 사설 <부산일보> 2011년 11월 10일자 사설 ⓒ 부산일보

<부산일보>는 11월 10일 사설 <정부 간부 인사에 또다시 듣게 되는 '영포라인'>, <동아일보>는 11월 11일 박제균 정치부장의 <MB 곁의 프셀루스>, <조선일보>는 10일 <서울경찰청장에 영포라인...여당도 등돌린 MB인사>, 11일 사설 <'믿을 건 고향뿐', 그건 정권 끝났다는 말>을 통해 현 정부의 인사정책을 날세워 비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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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1년 11월 10일자 8면 <조선일보> 2011년 11월 10일자 8면 ⓒ 조선일보

▲ <조선일보> 2011년 11월 10일자 8면 <조선일보> 2011년 11월 10일자 8면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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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11년 11월 11일자칼럼 <동아일보> 2011년 11월 11일자칼럼 ⓒ 동아일보

▲ <동아일보> 2011년 11월 11일자칼럼 <동아일보> 2011년 11월 11일자칼럼 ⓒ 동아일보

"출신지역 때문에 역차별을 받아서는 안되지만 '끼리끼리' 동향(同鄕)인사라는 의혹은 피하고 경계하는 게 옳다", "MB가 지금처럼 불통(不通)이미지로 굳히게 된 주범은 인사", "정권 말 치안누수를 막으려면 측근을 경찰청장에 임명해야 한다고 믿었을지 몰지만 '믿을 건 고향 사람뿐'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점령하면 그건 정권이 끝났다라는 신호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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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1년 11월 9일자 사설 <중앙일보> 2011년 11월 9일자 사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2011년 11월 9일자 사설 <중앙일보> 2011년 11월 9일자 사설 ⓒ 중앙일보

김석기씨에 대한 비판은 더 매섭습니다. <중앙일보>는 9일 사설 <김석기, 8개월 만에 사표 내던질 것을>, <경향신문>도 같은 날 서의동 국제부 기자가 기자메모 <'용산 참사' 김석기, 이렇게 빨리 떠날 줄 몰랐다>, <한국경제>도 차병석 정치부 취재여록 <귀막고 인사하는 청와대>를 통해 김석기씨의 행위와 청와대의 우유부단에 입을 모아 질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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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1년 11월 9일자 9면 <경향신문> 2011년 11월 9일자 9면 ⓒ 경향신문

▲ <경향신문> 2011년 11월 9일자 9면 <경향신문> 2011년 11월 9일자 9면 ⓒ 경향신문

특히 <경향신문> 서의동 기자가 전하는 소식을 보면 속이 터집니다. "김 총영사는 지난달 19일 교민단체장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사임의 뜻을 전했고, 지난 2일에는 오사카의 호텔에서 나라혀 지사와 오사카부 부지사 등 유력인사 400여 명을 초청한 이임 리셉션에서 총선 출마의사를 밝혔다. 그런 뒤 외교통상부의 인사발령이 나기도 전에 귀국해버렸다, 임지 이탈인 셈이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8개월 짧은 재임기간 동안 김석기씨의 행보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2011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당시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여행업계 간담회, 경주시 청소년 오케스트라 오사카 공연 등 지역구가 될 고향행사를 열심히 챙겼다"며 "26만명의 교민이 모여 사는 오사카는 그에게 '정치적 정류장'에 불과했다"며 "내년 총선 벽보의 프로필에 적어넣을 경력이 추가돼 좋을지 모르지만, 교민들은 힘이 빠질 노릇이다"라는 것입니다.

 

부글부글 끓는 민심을 안고, 지역언론을 찾았습니다. 

 

지역언론, 영향력 있는 지역인물 논란 방어에 '안간힘'

 

이 지역 출신 대통령, 이 지역 출신 서울경찰청장, 공직을 사익에 활용한 이 지역출신 경주지역 출마예정자에 대한 지역언론의 시각은 한마디로 '무덤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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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2011년 11월 12일자 사설 <매일신문> 2011년 11월 12일자 사설 ⓒ 매일신문

▲ <매일신문> 2011년 11월 12일자 사설 <매일신문> 2011년 11월 12일자 사설 ⓒ 매일신문

물론 이강덕 서울경찰청장 등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련의 인사정책에 대한 비판은 있긴 하되, 여론의 파급력이 미치지 못하도록 무지 애쓴(?)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매일신문>은 12일 <거듭되는 인사 파행, 국민 불신만 깊어진다>에서, <영남일보>는 10일 1면 <다음 경찰청장은 TK맨?>을 통해 이 문제를 언급은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김석기씨의 행보에 대한 비판은 한 줄도 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또 무슨 꼼수입니까?, <매일신문>은 상대적으로 가독성이 떨어지는 토요일(경찰 인사는 9일에 발표되었지만 3일이나 지난 후)에, <영남일보>는 경찰 내외부의 입장을 주요하게 편집, 논란을 해명하는 데 무게중심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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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2011년 11월 10일자 1면 <영남일보> 2011년 11월 10일자 1면 ⓒ 영남일보

▲ <영남일보> 2011년 11월 10일자 1면 <영남일보> 2011년 11월 10일자 1면 ⓒ 영남일보

이 시기 지역언론이 박수(?) 받아야 할 점은 '현 정부 인사정책에 대한 지역민의 분노를 억제'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TK지역에서, "우리라도 이 지역 인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역언론의 '과도한 애향심'은 지역의 일부 계층으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나,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거대한 민심의 흐름에 반한다는 사실을 왜 모르십니까?

 

지역언론이 지켜야 할 원칙은 '저널리즘, 저널리스트로서의 자존심'이지, '이 지역의 영향력 있는 인물에 대한 보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영화 <도가니>의 주옥 같은 대사,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뀌지 않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를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www.chammal.org) 사무국장입니다. 

2011.11.16 15:29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www.chammal.org) 사무국장입니다. 
#김석기 #영포라인 #이강덕 서울청장 #고소영 #회전문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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