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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우리가 향유했던 1990년대가 아니다

<컴백쇼 톱10>이 충격과 파격으로 '왕년의 스타'를 소비하는 방법

11.11.24 09:53최종업데이트11.11.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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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신사동 클럽 팬텀에서 열린 <컴백쇼 톱10> 기자간담회 및 촬영현장공개 행사에 참석한 가수들이 '아자!'라고 외치고 있다. ⓒ 이정민


15년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난 느낌이다. 7080 세대가 세시봉을 찾듯, 요즘 TV는 20~30대가 어릴 적 열광하던 1990년대 우상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이태원의 클럽 문나이트를 배경으로 1990년대 가요계를 그린 픽션 드라마 Mnet <문나이트90>와 1990년대 톱가수들이 출연해 서바이벌을 펼치는 SBS플러스 <컴백쇼 톱10>이 비슷한 시기에 방송을 시작했다.

그중 <컴백쇼 톱10>에서는 최고의 자리에 있던 90년대 스타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변방으로 사라진 '왕년 스타들의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인데, 서바이벌이 가질 수밖에 없는 절실함을 넘어 스스로 '처절함'을 콘셉트로 잡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주노·터보의 김정남·쿨의 김성수·잼의 조진수 등 옛 그룹에서 혼자가 된 이들부터, 구피·R.ef·클레오·리아·김현성까지. 90년대 각각 정점을 찍었던 스타들은 이제 노래할 수 있는 무대를 얻기 위해 처절하게 경연을 해야 한다. 

유승준부터 김성수까지, 반복재생산되는 프로그램 속 논란거리

처절함은 그 안간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컴백쇼 톱10>이 90년대를 소비하는 방식이 충격과 논란이라는 점이다. 90년대 스타들의 재기를 돕는다는 취지로 기획됐다는 이 프로그램은 그 시작부터, 아직까지 뜨거운 감자인 '유승준 컴백'을 활용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유승준 컴백에 관한 지지율을 조사해 찬성이 33.3%가 넘으면 입국금지를 당한 그가 국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결국 이 논란은 프로그램만 알리고 어영부영 넘어가 잠잠해졌다.

이 뿐인가. <컴백쇼 톱10>은 첫 촬영현장 공개 자리에서 폭행혐의로 논란이 됐던 김성수의 긴급 기자회견을 추가했다. 첫 방송을 앞두고는 김현성과 이본의 공연 중 키스 퍼포먼스가 실제냐 아니냐는 가십거리만 화제가 됐다. 첫 장면은 무려, 고 김성재의 묘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MC 이본의 모습으로 시작했다.

24일 두 번째 에피소드가 방송되기 전에는 마약 루머로 고초를 겪었던 리아의 심경고백과 김성수의 명동 한복판 108배 사죄, 김현성 잠적 등이 이미 이슈로 준비돼 있었다. 다음 방송에서는 다시 뭉친 구피 멤버들의 불화와 갈등을 드라마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오후 서울 신사동 클럽팬텀에서 열린 컴백쇼톱10 기자간담회 및 현장공개 행사에서 가수 김성수가 최근 일어난 불미스런 일에 대해 심경고백을 말한 뒤 눈물을 흘리며 고개숙이고 있다. ⓒ 이정민


90년대 가요계를 소비하는 방법, 이래야만 하나

과연 90년대를 소환하는 방법이 논란의 재점화나 충격요법뿐인지 의심스러운 것은 대중가요계의 황금기인 90년대를 향유했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파격성을 빌리지 않아도 20~30대는 여전히 17년 최장수그룹 쿨의 김성수를 유쾌한 사람이었다고 떠올린다. 무대에서 거울을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지 않아도, 작은 거인 리아가 쏟아냈던 파워를 기억한다.   

돌아보면, 1990년대 가요계는 오히려 지금보다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이 공존했다. 아이돌 일색인 지금과 달리, 댄스와 발라드부터 R&B·록·레게·테크노까지 골고루 대중에게 소비됐다. 힙합과 아이돌 그룹의 태동이 시작된 것도 90년대 중후반부터다. 그런데 고작 10여년이 지났을 뿐인 90년대 가요계에 대해 현재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굴욕과 처연함밖에 없다는 점에 동의하기 어렵다.    

세시봉 열풍이 50~60대 부모 세대에게 다시금 추억을 선물하고, 젊은 세대까지 반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가장 잘 아는 1970년대의 감성을 오롯이 재연해냈기 때문이 아닐까. <컴백쇼 톱10>이 보여주는 무대가 '2030의 세시봉'이라면 그냥 기억 속에 머무는 90년대를 추억하는 것이 더 아름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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