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탐욕으로 죽어간 말들의 전설이 살아난다

[서평] 개발 위기에 처한 '제주 곶자왈' 알리는 <별이의 마지막 숲>

등록 2011.11.25 20:20수정 2011.11.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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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의 마지막 숲> 겉그림 ⓒ 한울 아카데미

지난 12일, 브라질의 아마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테이블산, 베트남의 하롱베이 등과 함께 우리의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됐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이번 선정으로 매년 제주도를 찾는 해외 관광객이 최대 57만1872명, 내국인 관광객은 57만 8111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 해외관광객은 73.6%, 내국인 관광객은 8.5% 증가한 규모란다. 100% 장담할 수 없지만 이 정도라면 관광분야에 종사하는 그 누구라도 반길 일인 것 같다. 7대 경관 선정 과정과 선정 기관에 대한 공신력이나 정체성 등을 두고 말이 많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제주도의 미래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간 세계 7대 경관 같은 것에 선정되지 않은 곳들도 관광지 조성이나 골프장 건설, 생활환경 개선 등과 같은 이유들로, 또 개발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개념 없는 개발로 어지간히 파헤쳐지고 우리의 생태계 곳곳이 망가졌는데, 이런 타이틀까지 내세워 외화를 듬뿍 안겨줄(?) 외국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개발, 그에 따른 훼손이 오죽할거냐는 것이다.

제주도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에 환호하는 분에게 권합니다

하기야 그동안 그런 일들이 좀 많았나? 그리고 좀 고달팠나. 시민(단체)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경제적 이윤 논리와 권력을 앞세워 강행하고 마는 것을, 정작 그 당사자인 자연의 입장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몇몇 인간들의 편의만 앞세운 자연훼손을 숱하게 봐 왔는지라 이들의 염려에 100% 동감한다.

<별이의 마지막 숲>(한울 아카데미 펴냄)은 제주도 7대 경관 선정을 계기로 장밋빛 제주도를 꿈꾸며 자연을 인간 편리 위주 혹은 돈벌이로만 보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만화다. 한 방송 피디가 기획한 책인데, 지금 한창 골프장 건설이다, 채석장이다로 위기에 처한 '제주 곶자왈'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곶자왈(Gotjawal)이란 "화산분출시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암괴로 쪼개지면서 분출되어 요철(凹凸)지형을 이루며 쌓여있기 때문에 지하수 함양은 물론, 보온·보습효과를 일으켜 열대식물이 북쪽 한계지점에 자라는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식물이 남쪽 한계지점에 자라는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독특한 숲"을 말한다.

곶자왈 지대는 토양의 발달이 빈약하고 크고 작은 암괴들이 매우 두껍게 쌓여 있어 아무리 많은 비가 올 지라도 빗물이 그대로 지하로 유입되어 맑고 깨끗한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함양한다는 점에서 마치 '스펀지'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각종 오염물질이 빗물을 통해 유입될 경우 지하수 오염에 매우 취약한 지역입니다." - 곶자왈 지킴이 '곶자왈 사람들' 홈페이지에서

제주도 사람들 사이에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전설 하나가 있다. 오래전의 제주도 사람들은 아이와 함께 아이를 지켜줄 수호마도 태어난다고 믿었다. 아이와 수호마가 산과 들을 누비며 함께 자람으로써 사람들의 건강과 제주도의 평화가 유지되었다. 하지만 이런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인간들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시작된 전쟁이 모든 것을 뒤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전쟁의 잔해로 황폐해진 땅에 가뭄이 찾아듣다. 그로인해 삶이 위협 당하자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기와 탐욕으로 인한 전쟁을 반성하기는커녕 도리어 자신들을 위한 어떤 희생양을 필요로 한다. 그리하여 한때 자신들의 수호마였던 말들을 무참히 학살한다.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걷잡을 수 없는 재앙. 사람들은 모두 죽고 자신의 수호마를 지키려던 아이만 살아남아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평화가 그나마 유지되고 있다는 그런.

오늘날의 제주도는 다시 위험에 처한다. 투병생활을 하던 유노의 어머니는 유노에게 자기 고향 제주도에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이와 같은 전설을 들려주며 말이 그려진 목걸이를 남기고 죽는다. 그리하여 유노는 후배와 저작권 시비에 휘말려 만화 그리기를 그만둔 삼촌과 함께 제주도에 가서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전설 속의 말들처럼 제주도의 말들이 무참하게 희생되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제주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돌림병이 도는데, 검역당국은 자세한 원인도 살피지 않고 말 때문이라고 단정, 모든 말들을 닥치는 대로 끌어가 무참하게 죽여 그 사체를 숲에 아무렇게나 버리고 만다. 그리하여 지하수까지 오염되고 만다.

유노를 유난히 따르던 야생마 별이도, 서커스단에서 재주와 위용을 뽐내던 말도 그들에게 끌려가고 만다. 정든 말이 희생되는 것을 볼 수 없어 말을 탈출시키는 유노. 와중에 모 제약회사의 생약실험으로 희생된 수많은 말들과 그 사체처리문제 때문에 발생한 돌림병임이 밝혀진다. 하지만 그들은 그걸 은폐하고자 숲에 불을 지르는데….

<별이의 마지막 숲>의 상황처럼 말은 구제역에 걸리지 않는 동물이다. 그럼에도 이런 설정을 한 것은 그만큼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자연을 거스른다면 자연뿐 아니라 우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헌신하는 말마저 위험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 아닐까?

여하간 책 속 상황은 상황은 우리를 긴장하게 했던 지난해 이즘음의 구제역 그 상황과 흡사하다. 구제역 사체 매몰로 인한 지하수 오염문제도 그렇다. 그러기에 쉽고 가볍게 읽혀지지만은 못한다.

곶자왈 지대는 그러나 지금 개발바람에 시달리고 있다. 숲을 허물고 골프장과 채석장, 심지어 혐오시설인 쓰레기 매립장까지 들어서고 있다. 주변 환경이 크게 훼손되면서 고립된 환경 섬으로 남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자연생태계의 상생과 순환의 원리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은 협력관계여야 하지만 인간사회가 발전할수록 인간과 자연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크게 보면 개발은 보존만큼 중요하다. 환경을 보존하는 개발은 또 하나의 보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므로 후손의 몫으로 돌려져야 한다.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짧은 시간에 가능하나, 그 회복은 장구한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주의 미래를 곶자왈 지대에서 찾고자 한다. -곶자왈 지킴이 '곶자왈 사람들' 홈페이지에서

현재 곶자왈은 이런 위기에 처해 있다. 책의 뒤표지 안쪽에는 ①하나. 우리는 곶자왈을 파괴하는 행위를 거부하고 보존을 위한 노력을 다한다. ②하나. 성장만능주의를 경계하며, 평화와 평등, 공존의 정신이 살아있는 사회를 지향한다. ③하나. 환경 파괴적인 소비생활을 거부하고 친환경적 삶을 실천한다. (곶자왈 선언문 일부) 이와 같은 곶자왈 선언문과 그 취지가 실려 있다.

<별이의 마지막 숲>은 제주도 토종마와 오래전부터 제주도에 전해져 오는 전설을 매개로 자연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인간 위주의 개발과 그로 인한 자연훼손·환경파괴가 결국은 인간의 삶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경고한다. 부디 이 책의 메시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스며들어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는 곶자왈의 자연조건과 건강한 생태계가 오래오래 지속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실 물이 썩어서, 먹을 게 없어서, 비가 오지 않아서, 신약 개발을 위한 실험용으로, 구제역이라는 끔찍한 전염병으로, 인간과 다른 종이라는 이유로, 무덤도 없이 이별도 없이 동물들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실험동물업체는 팔다 남은 동물들이나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동물들은 비닐봉지에 수십여 마리씩 담아 손으로 눌러 '처리'한다고 합니다. 손으로 '처리'할 수 없는 큰 동물들은 소각로에 넣어 산 채로 불에 태우거나 묻어 버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 죽은 동물들의 반란이 시작되었습니다. 산 채로 버려진 동물들의 피와 살이 산과 내를 타고 흘러나와 인간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역류하는 강물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 저자의 한마디

덧붙이는 글 | <별이의 마지막 숲>ㅣ오은실 | 조미라 (글) | 이장희 (그림)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1-09-26ㅣ값:12000원


덧붙이는 글 <별이의 마지막 숲>ㅣ오은실 | 조미라 (글) | 이장희 (그림)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1-09-26ㅣ값:12000원

별이의 마지막 숲 - 곶자왈과 제주마 이야기

오은실 기획, 조미라 글, 이장희 그림,
한울(한울아카데미), 2011


#곶자왈 #제주도 #만화 #제주마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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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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