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오십 앞두고 취업... 어깨가 무겁습니다

"각시한테만 맡기면 되겠냐?" 호통치시던 어머니... 저 직장 다닙니다

등록 2012.01.12 12:11수정 2012.01.1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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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지인이 보낸 첫 출근 축하 문자메시지. ⓒ 임현철

"첫 출근 축하합니다. 기획실장님 역량을 맘껏 발휘하여 살기 좋은 여수 만드는데 일조하소!"


출근 첫날 지인이 보낸 문자메시지입니다. 저는 4년여의 프리랜서 활동을 접고 직장에 나가게 됐습니다. 제가 새로 둥지를 튼 곳은 지역 문화 사업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단법인입니다.

직장에 취직한 후 주위 반응은 조금 있다가 설명하기로 하고, 그간의 사정을 말씀드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지냈던 프리랜서 기간 동안 우여곡절이 참 많았습니다. 여든을 넘기신 부모님의 프리랜서에 대한 반응은 아주 매몰찼습니다.

"프리랜서가 뭐데? 그게 돈이 나와? 남자가 직장에 다니며 돈을 벌어야지, 각시한테만 맡기면 되겠냐. 빨리 취직해라." 

연로하신 부모님이라 프리랜서에 대한 설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부모님 말씀대로 프리랜서 생활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자칭 '전국에 꽤 알려진 부류'였지만 프리랜서 초창기 수입은 쥐꼬리만큼 적었습니다. 팍팍한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여, 제주도부터 강원도까지 전국을 누비며 글감을 찾아 끊임없이 글을 써댔습니다.


그렇지만 수입은 여전히 들쑥날쑥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원고료와 광고료에 목을 매야했습니다. 예전부터 글을 연재했던 언론사를 제외한 곳은 스스로 원고료 하한선을 정하고 그 이하는 거절하거나 흥정을 했습니다. 다만, 제가 사는 지역의 언론사와 TV 방송국에는 작은 원고료에도 응했습니다.

글로는 먹고 살기는 힘들다고 하던데…. 역시 전업 글쟁이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덕분에 저는 프리랜서 기간 동안 뼈저리게 느낀 게 하나 있습니다. 

'직업이 있으면서 취미로 글쓰기를 해야 한다!'

결론은 직장에 다니는 월급쟁이만큼 편한(?) 게 없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직장에서 버티는 게 최선일 듯합니다(직장인 여러분,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오십을 앞두고 재취업... 어깨가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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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한 직장 관계자와 지역 노인당을 방문, 향토문화조사에 나섰습니다. ⓒ 임현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지난 12월 31일 원서를 낸 후, 1월 4일 합격했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주위에서 축하 전화가 빗발치더군요. 묵묵히 힘을 실어주었던, 그래서 너무나 미안했던 아내도 오십을 앞둔 40대 가장의 취직을 축하해 줬습니다. 아이들 역시 '하이파이브'로 반기더군요.

출근 첫날이었던 1월 5일 아침, 출근길에 보인 아이들의 반응은 아주 재미있었답니다. 방학이라 늦잠을 자던 아이들이 글쎄 득달같이 일어나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라며 인사하지 뭡니까. 뒤통수가 머쓱하더군요.

지인들은 축하 전화도 모자라 화분 선물과 점심, 저녁 술자리까지 마련했습니다. 늦은 나이의 재취업을 진심으로 축하해 줬지요. 어떤 분은 감히 변화와 개혁을 예언(?)하더군요.

어쨌거나 나이 오십을 목전에 둔 가장인 저는 요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생활을 하던 사람이 직장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국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주길 바라기 전에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지요(<개그콘서트>에서 패러디로 이 말을 뒤집었지만). 하여튼 올해에는 제가 먼저 직장과 사회, 국가에 필요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아주 작은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 저도, 직장도, 사회도, 국가도 함께 발전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하루 모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재취업 #직장 #문자메시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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