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집단 돌연사 항소심, 책임자 무더기 감형

헌재 양형규정 위헌 판정으로 법인은 '무죄'...시민단체 "봐주기 판결"

등록 2012.01.13 10:38수정 2012.01.13 14:36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2011년 12월 26일 오전 11시, 한국타이어 노동자집단사망원인 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심규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한국타이어 법인 및 임원들이 2심에서 무죄 또는 형량이 깍였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봐주기 판결'이라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대전지방법원 제 3형사부는 지난 12일 한국타이어 법인에 대해 1심 판결(벌금 1000만 원)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던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안전관리책임자였던 이아무개씨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 원으로 형량이 줄었다.

금산공장 책임자였던 정아무개씨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 원(1심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 원)으로 감형됐고 나머지 3명에 대해서도 벌금액이 1심에 비해 모두 100만 원씩 줄었다.

한국타이어 공장 안전관리책임자, 형량 및 벌금 모두 감형 

재판부는 "한국타이어 법인의 경우 헌재 위헌판결에 따라 무죄가 선고됐고, 나머지 임원들의 경우 산업재해조사표 미제출 및 솔벤트 등 유기화학물 보관장소 보건조치 미이행 등 혐의에 대해 일부무죄가 인정돼 형량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법인의 종업원 등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를 했을 때는 법인도 함께 처벌한다'는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즉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범죄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법인을 처벌토록 한 것은 헌법의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된다는 것.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1심 판결보다 낮아진 형량에 대해 '봐주기 판결'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08년 1심 재판부는 근로자들의 건강악화 및 돌연사가 공장 임원들의 주의 태만과 무관하지 않다며 한국타이어 법인을 비롯 임원들에게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선고했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자들이 건강을 위협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었음에도 사측이 보건 관리 및 안전관리 주의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며 "근로자들의 건강관리에 소홀했던 점으로 볼 때 피고인들의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었다.

시민사회단체 "집단 사망 노동자 억울함, 어디에 호소하나" 

'한국타이어 노동자집단사망원인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관계자는 "1심 법원은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하면서도 1년 미만의 징역형에 집행유예와 벌금형의 솜방망이 판결을 내렸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2심 재판부가 한국타이어 법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등 면죄부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 위헌 판결과 일부 무죄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죽음의 작업장을 운영한 사측에는 죄가 없고 몇몇 임원들에게만 가벼운 책임을 묻는다면 유족들과 노동자들은 어디에 억울함을 호소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처벌의 경중을 떠나, 법원이 회사 임원들에 대해 연이어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는 점에서 향후 근로자들에 대한 산업안전 및 보건관리대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전지방노동청은 지난 2007년 한국타이어 근로자 집단돌연사와 관련한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모두 1394건의 법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지방노동청이 밝힌 당시 처리내용은 ▲사법처리 554건(39.7%) ▲과태료부과 273건(19.6%) ▲위험기계기구 사용중지 14건(1.0%) ▲ 시정지시 553건(39.7%) 등이다. 이중에는 산재를 은폐에 해당하는 산재 미보고와 보고기한을 지나 처리한 경우가 160건이 포함됐고, 유기용제를 사용하면서 안전교육 등 관리소홀 17건, 질병유소견자 및 요관찰자 등 579명에 대해 적절한 건강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내용들이 들어 있다.
#한국타이어 #항소심 #감형 #산업안전보건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