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국군을 중병 들게 만들었는가?

[표명렬의 군개혁 문답2] 국군을 병들게 만든 두 가지 원인

등록 2012.01.27 13:22수정 2012.01.27 13:22
0
원고료로 응원
[문] 앞 기사에서는 정신전력, 즉 심리전력 측면에서 국군이 심각한 중병에 걸려있음을 들어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사실, 전투 의지적인 심리 전력의 실태에 대해서는 보다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진단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상식수준에서만 봐도 대체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일단 인정한다. 그렇다면 먼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만든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 이를 해소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개혁의 실마리를 제대로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답] 물론이다. 현재 우리 군의 바람직하지 못한 형태의 조직문화는 광복 후 지금까지 우리 군대가 걸어온 특수한 역사적 경험 때문에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고질병이다. 그 역사적 경험이란 아래와 같이 두 가지로 구분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일재의 침탈로 독립군과 광복군이 국권회복을 위해 항일 독립전쟁의 혈투를 벌이고 있을 때 일본 점령군에 부역 천황에 충성하던 친일 매국노들이 적반하장 광복과 더불어 군권을 송두리째 장악해 버림으로써 민족혼이 흐려진, 폼만 챙기는 군대가 된 점이다. 국군은 제1순위로 청산, 정리돼야 할 친일도당들의 기득권 옹호, 확장을 위해 철저히 이용 당해 왔다.

친일역도들의 가장 두려운 대상인 독립운동가와 민족세력을 제거 학살하는데 군을 앞자 세웠다. 그 결과 국군은 일제 군대나 다름없는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됐다. 국민과 유리돼 철저히 폐쇄적인 집단으로 성장해 마치 '군대를 위한군대'처럼 됐다. 고위급 간부 위주, 부하 인권 인격 무시의 극단적인 권위주의 문화가 깊게 뿌리내렸다.

이런 경험 때문에 군은 지난 민주정부 10년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무조건 친일독재의 거짓 보수정권을 위한 파수꾼, 하수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고에 철저히 찌들어 있다. 지극히 편파적인 정치교육을 안보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버젓이 실시하는 시대역행적 작태를 지금도 벌이고 있다. 군에 관련된 보수단체들은 헌법에 명시된 군의 정치적 중립을 심각히 훼손하는 반 헌법적, 시대착오적인 정권 안보교육을 '국민 안보교육'이라고 지칭한다. 이들은 국가예산을 써가며 국민을 대상으로 이 '국민 안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것이 어찌 군대에만 국한된 현상이겠는가? 정치, 경제, 교육 등 우리사회 각 분야에 만연된 불의와 부정의 근본 원인은 따지고 보면 바로 친일청산에 실패했기 때문에 비롯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너무나 뼈아픈 경험은 북한의 남침으로 인한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을 거쳐 오면서 만들어진 비극적 과오 때문이다. 아무리 다급했다지만 작전통제권까지 완전 미군에 이양해버리고 그들을 거의 영구 주둔할 수 있도록 모든 문을 열어줬다는 점이다.


이로써 친일매국노들은 일제 때와 다름없는 철옹성의 탄탄한 배경을 갖게 됐다. 그들에겐 모든 것을 다 퍼주고라도 무조건 미군만 붙들고 있으면 우리의 안보문제가 해결된다는 지극히 종속적인 사고가 뼛속 깊이 각인됐다. 자신들의 부와 권력만 영속할 수 있으면 그만이지 민족정기가 바로선 자주적 국방건설 등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이를 고민하며 정상화할 것을 주장하면 반미주의자, 빨갱이, 친북좌파로 몰려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정도다.

강대국이 다른 나라를 침략, 점령하고 주민들에 대한 참혹한 학살을 감행할 때, 그들은 언제나 그럴듯한 미사여구의 명분을 내걸어 홍보한다. 그러나 그것은 실제의 내막과는 대부분 다르다. 월남 전, 이라크 전, 아프가니스탄 전 등 모두 예외 없이 그랬다. 군사적 행동이란 궁극적으로는 자국의 경제와 외교적인 혹은 군사전략상의 국가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통해서 자국의 국가이익을 도모하려는 미국의 입장과 북한을 영구히 적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받으려는 친일도당들의 흉계가 맞아 떨어졌다. 이후 미군정의 옹호와 묵인 하에 통일을 주창하는 민족의식 있는 세력들은 무참히 제거 당했다. 그들은 '빨갱이' 이 한마디면 거의 무법적으로 반대 세력을 없애 심리적 공황상태를 조성했다.

지금의 군대는 자주적 국방사상의 정립이나 국민의 군대로서의 지향과 비전 없이 정통성과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 최고위 간부들은 진급에만 연연하고, 정권에 아부하는 자존심 없는 정치군인들이 됐다. 이상 2가지 독특한 역사적 경험이 상호 교호적으로 작용해 생성된 병폐는 다른 나라 군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특이한 문제들이다.

이런 경험이 없는 구미 선진국의 정상적인 군대에서는 군대개혁이라 하면 대체로 무기 및 장비 등 물량적 물리적인 군사력 건설과 이의 운영에 관련된 분야를 일컫는다. 즉 무기체계의 설정과 획득 그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군 구조와 제도 교리 등에 관한 개혁이 대종을 이룬다.

이와 같은 물리적 군사력 건설 및 운영에 관한 분야의 개혁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논의코자 한다.

덧붙이는 글 | 다음 기사는 '누가? 무엇이? 국방개혁을 방해하고 있는가'입니다. 이 기사를 작성한 표명렬 기자는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입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 기사는 '누가? 무엇이? 국방개혁을 방해하고 있는가'입니다. 이 기사를 작성한 표명렬 기자는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입니다.
#친일군대의 영향 #자주국방의식 결여 #국방사상 미정립 #국방비전 미설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 군을 부하인권존중의 ‘민주군대’, 평화통일을 뒷받침 하는 ‘통일군대’로 개혁할 할 것을 평생 주장하며 그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해왔음. 만84세에 귀촌하여 자연인으로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 해 가고 있음.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