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벙이'를 아십니까?...재능으로 지역 봉사

여주군 김기철씨, 어려운 이웃들에게 웃음을 드립니다

등록 2012.02.07 14:17수정 2012.02.0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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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경기도 여주군의 각종 행사는 물론, 심지어 동네 어르신 회갑연에까지 출연하여 관객들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한 남자가 있다. 이런저런 행사에서 자주 마주치다보니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게 되었고, 늘 그렇듯 명함을 주고받으니 그의 명함에는 '꺼벙이'라고 적혀 있다.


꺼벙이?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 주인공의 이름이다. 길창덕 선생의 만화 주인공인 꺼벙이는 땜통머리에 사고뭉치. 공부는 뒷전이고 놀 궁리만 하는 꺼벙이는 엉뚱한 발상으로 어린 시절이 나를 웃겼던 바로 그 친구다. 분위기에 따라 말을 섞다보니 어린 시절 만화 속의 그 꺼벙이가 맞다. 행동은 아니지만 그의 재담에 빠지다보면 만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것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웃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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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고구마축제 2012년 고구마축제에서 노래자랑 행사를 진행 중인 꺼벙이 김기철 ⓒ 이장호


꺼벙이의 본래 이름은 김기철(여주읍 하리)이다. 여주의 한 보험회사 리스크컨설턴트(RC)로 일하며 연예인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그는 웬만한 여주의 행사장에선 언제나 만날 수 있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 보고도 절을 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여주읍 출신의 아내 때문에 본가의 부모님까지 여주로 이사하여 함께 살고 있다는 김씨는 여주가 너무 좋단다. "우선 사람들이 좋고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좋은 쌀 때문에 좋다"며 "왕비를 많이 배출한 여주에서 딸을 낳으면 딸애가 나중에 커서 최소한 장관이라도 될 것 아니냐"며 너스레를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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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소풍 2011년 5월 남이섬으로 떠난 여주군지체장애인 소풍에 참여한 꺼벙이 김기철, 오른쪽의 사람은 그의 부인이다. ⓒ 이장호


다방DJ개그와 서세원 성대모사로 KBS-TV를 누비던 시절 그는 선후배들과 함께 교도소 위문공연, 심장병 어린이 돕기 행사 등에서 사회자로 마이크를 잡았다. 한창 날리던 시절부터 봉사활동에 적극적이던 그의 활동은 여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생활근거지를 여주로 옮기면서 그가 가장 먼저 인연을 맺은 곳은 장애인단체다. 공연이 없는 장애인 소풍에 참여해서는 휠체어를 몇 시간씩 밀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그에게 있어 봉사는 어떤 의미일까?


"물론 저도 넉넉한 형편은 아닙니다. 출연요청이 매일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주변에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보이는데 어떻게 합니까. 도와야죠"라는 그의 말에서 사람에 대한 예의와 배려의 진정성을 읽는다.

허우대만 크고 야무지지 못하여 조금 모자라는 사람을 꺼벙이라고 한다. 어쩌면 생활인의 기준으로 보면 조금 모자라는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그에게 모자라는 것은 이미 다른 사람들과 나눴으니 그의 말처럼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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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교육 2011년 12월 여주군장애인 행사에서 사회를 보고있는 꺼벙이 김기철 ⓒ 양병모


그의 개그 주특기는 서영춘, 이주일 등 고인이 된 코미디언들을 비롯해 현재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성대모사를 통한 개그와 음식 먹는 표정을 코믹하게 보여주는 표정연기다. 특히 음식 먹는 표정연기는 그 스스로 '대한민국 공인 표정연기'라고 할 정도로 관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행사에 저를 부르면 여러 연예인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며 "한 사람 출연료로 여러 사람을 볼 수 있으니 경제적인 연예인"이라는 꺼벙이 김기철. 오늘도 여주 사람들에게 웃음을 나눠주는 그는 영원한 여주의 보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한강신문, 월간 여주사람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남한강신문, 월간 여주사람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주군 #장애인 #꺼벙이 #김기철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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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에서 지역신문 일을 하는 시골기자 입니다. 지역의 사람과 역사,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이런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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