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파업, 난 불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뉴스 축소보도, 마음은 상했지만 MBC노조 파업은 정당하다

등록 2012.02.08 18:28수정 2012.02.0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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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의 파행을 알리는 안내 문 MBC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MBC는 뉴스를 비롯한 각종 방송프로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 MBC 화면 갈무리

▲ MBC 뉴스의 파행을 알리는 안내 문 MBC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MBC는 뉴스를 비롯한 각종 방송프로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 MBC 화면 갈무리


'MBC 노조의 파업을 모르고 뉴스의 축소보도와 결방에 대해 화를 낸 점 사과드립니다.'

 

나는 MBC를 좋아했다. 각 방송의 메인뉴스인 9시 뉴스를 보더라도 채널은 KBS가 아닌 MBC에 고정되어 있었고 9시 뉴스의 메인앵커를 했던 엄기영 전 사장이 한나라당 간판을 달고 강원도지사에 출마할 때도 MBC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MBC는 변해갔다. 정연주 사장이 해임되고 KBS가 이 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할 때도 MBC는 다를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했지만 MBC도 예외는 아니었다. FTA가 국회비준을 통과할 때 KBS는 체리가격을 보도했고 MBC는 스키장 개장 소식을 알렸다.

 

'우리는 인권을 존중하고 사회정의와 민주질서를 옹호하며 사회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불편부당한 공정방송에 힘쓴다'며 자신들이 만들었던 방송 강령을 무시했고 언제나 국민의 편에 서겠다던 다짐도 모두 버렸다. 그리고 비겁해졌다. 당장 국가경제에 대한 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줬음에도 그들은 천연덕스럽게 스키장 개장소식이나 알리며 한FTA에 대한 중요사안과 날치기 통과 과정에 대해서는 쉬쉬했던 것이다.

 

MBC는 끝났다고 생각했고 공영방송임을 자부했지만 김재철 사장 부임 후 그간 MBC가 보도했던 내용은 종편보다도 못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당시 MBC노조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언론인이기 이전에 직장인이었던 그들 또한 생계에 대한 걱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해고가 두려웠을 것이고 정권과 자본의 논리 앞에 당당하게 선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고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한 정권에 의해 장악된 언론이 바로 선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기대는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MBC가 달라졌다. 오랜만에 뉴스를 보던 나는 뉴스가 시작된 지 채 20여분이 지나지 않아 날씨가 나오고 뉴스가 끝나는 것을 보고 황당해 할 수밖에 없었다.

 

총 파업에 들어간 MBC노조가 기자들의 취재 거부로 인해 뉴스 제작에 차질을 빚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KBSSBS 파업당사자인 MBC조차도 MBC 노조의 파업과 관련된 뉴스는 단 한마디도 보도되지 않았다. 그리고 뉴스 말미 '문화방송 노동조합의 불법 총파업으로 뉴스가 정상적으로 방송되지 못했습니다. 시청자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리며, 조속한 시일 내에 더 좋은 뉴스 프로그램으로 찾아뵙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이 현 MBC노조의 파업을 대변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 주말(4) MBC의 간판 연예오락 프로인 '무한도전''하하vs노홍철 특집'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지난해 8월 방송되었던 '우천 시 취소' 특집으로 대체되었고 '우리 결혼 했어요'도 다른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대체 방송 되었다. 일주일을 꼬박 기다렸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다소 의아할 수 있지만 그만큼 MBC노조의 파업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MBC노조의 이번 파업은 현 정부 들어 벌써 다섯 번째고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은 두 번째다. MBC노조는 20104월에도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39일 동안 파업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파업을 끝냈던 경험이 있다. 때문에 MBC노조의 이번 파업은 방송편성의 파행이 거듭되더라도 끝장투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MBC측의 입장은 이번 MBC노조의 파업이 불법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해를 품은 달'이 시청률 30%대를 웃돌고 있고 '무한도전'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MBC노조의 파업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며 지난 6일에는 전국 일간지에 MBC노조의 파업을 비판하는 광고를 내고 노조와의 협상을 거부한 채 여론전에 나섰다.

 

또한, 기자들의 제작거부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는 뉴스에 대해서는 지난달 31일 이미 '보도국 뉴스영상PD(계약직) 모집' 광고를 내며 대체인력을 투입하기 위한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나아가 MBC측은 '지난해 MBC는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경영 성과에서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이런 방송사의 사장과 임원에게 퇴진을 요구하며 취재현장과 제작현장을 떠난 것은 시청자들이 부여한 책임을 져버리는 행위'라며 MBC 노조에 대한 파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MBC노조는 총파업을 결의했던 지난달 30'그동안 김재철 사장 때문이라는 이유로, MB 정권의 언론탄압 때문이라는 이유로 비굴했으며 MBC의 주인인 국민을 섬기지 못하고 저들의 품안에서 놀아난 2년을 가슴깊이 성찰한다'라는 내용으로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사과문'을 발표하며 석고대죄 했다.

 

MBC 노조의 말처럼 2년이다. 많이 늦었다. 하지만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도 있다. 지난 2년 동안 MBC는 변했고 MBC를 바라보는 국민들도 변했다. MBC측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경영 성과도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MBC를 외면하고 있고 MBC를 불신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MBC 노조의 파업이 늦었지만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시청률 30%대를 웃도는 드라마를 일주일 아니 한 달 안 본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시청률 1위를 달리는 오락프로를 보면서 웃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에 웃을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론이 언론으로서의 제 역할을 못하고 정권의 꼭두각시 역할을 한다면 이처럼 또 슬픈 일이 있겠는가?

 

MBC노조의 파업이 길어질수록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의 결방 또한 길어질지 모른다. MBC프로 잠시 안 봐도 괜찮다. 하지만 멀리보고 싶다. 국민들에게 석고대죄 하는 심정으로 파업을 하고 있는 MBC가 더 이상 정권에 휘말리지 않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2.02.08 18:28 ⓒ 2012 OhmyNews
#MBC노조 파업 #MBC 파업 #MBC노조 #김재철사장 퇴진 #문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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