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많아도 언론인은 적은데... 이 여자 대단!

[책동네 새얼굴 - 3월 첫째 주] <사람이, 아프다> <최고의 학교> 외

등록 2012.03.03 16:25수정 2012.03.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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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①] <사람이, 아프다>
김영미 씀, 추수밭 펴냄, 2012년 2월, 336쪽, 1만3000원

기자가 되기는 쉬워도 언론인이 되기는 어렵다. 하루하루 기사 마감만 생각하다보면 그저 '보도업체 종사자'가 되기 십상이니까. 그래서 정말로 눈과 귀가 필요한 곳에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언론인을 볼 때마다 부끄러움을 숨길 수가 없다. 이 책은 분쟁지역 전문PD 김영미가 전쟁 속에서 만난 이들의 삶을 그려낸 에세이집이다.


12년간 분쟁지역 30개국을 다닌 김영미 PD. 그가 2000년대 들어 나란히 미국의 침공을 받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사람들의 '진짜 삶'을 보여준다. 10년 남짓 계속된 전쟁이 그들의 일상을 얼마나 어떻게 파괴했는지 말하는 그의 글에서, 무모하다 싶은 그의 용기가 무엇을 위함이었는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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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②] <최고의 학교>
남승희 씀, 인카운터 펴냄, 2012년 3월, 392쪽, 1만6000원

2010년 OECD 청소년 행복지수 조사에 따르면, "삶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한국 청소년의 비율은 53.9%였다. OECD 평균은 84.8%. 굳이 이렇게 창피한 데이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 청소년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다 알 만한 이야기다. 이 책은 학생이 불행한 우리 교육의 현실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하루 평균 15시간을 공부하고 대학교육까지 한 사람당 평균 2억6000만 원이 드는 나라. 대통령은 자나깨나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외치지만 저자는 '학교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말한다. 풍부한 데이터 자료를 통해 10년 뒤에 찾아올 대한민국의 위기를 진단하고 '학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교실'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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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③] <돼지가 사는 공장>
니콜렛 한 니먼 씀, 황미영 옮김, 수이북스 펴냄, 2012년 2월, 428쪽, 1만5000원


올해 초, 한 시민기자와 '한우파동' 얘기를 하다 "축사에 가둬서 동물사료 먹인 한우보다 들판에서 풀 먹인 호주 소가 훨씬 낫다"는 말을 들었다. 가축을 키우는 목장이 아닌 고기를 생산하는 공장이 돼버린 축산업. 이 책은 미국의 한 환경운동가가 공장식 축산업의 비극을 정면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몸을 돌리지도 못하는 비좁은 콘크리트 우리에 갇혀 약품을 먹고 비정상적으로 몸을 불려 5개월 만에 도축되는 돼지. 말 그대로 '고기를 생산하는 기계'일 뿐이다. 저자는 건강하지 않은 고기를 먹는 사람이 건강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말하며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그림을 제시한다. 현장감을 더해줄 사진자료가 없는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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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④] <김정헌, 예술가가 사는 마을을 가다>
김정헌 씀, 검둥소 펴냄, 2012년 2월, 260쪽, 1만5000원

먹고사는 게 중요하다 해도 사람은 '먹고만 사는' 존재가 아니다. 잘 먹고살게 해주겠다던 대통령은 재개발 삽질과 4대강 삽질로 마을을 부수고, 그 사람 때문에 쫓겨난 예술가는 마을을 살리겠다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이 책은 미술가 김정헌이 마을에 뿌리내린 예술가들을 찾아다니며 마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 답사기다.

2009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서 해임된 김정헌. 그 뒤로 그는 이철수, 김용택, 이진경 등 예술가가 사는 마을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마을의 예술적 가치를 살려 성공모델로 정착시킨 사례들을 돌아보며 마을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마을 공화국'을 열어가려는 예순일곱 예술가의 '젊은' 도전이 흥미롭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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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⑤] <시로 읽는 니체>
오철수 씀, 갈무리 펴냄, 2012년 2월, 490쪽, 1만8000원

<오마이뉴스>에서 하는 철학자 강신주의 '김수영 다시 읽기' 특강 신청 전화를 받을 때마다 사실 좀 놀랐다. 요즘 세상에 시와 철학이라니. 돈으로, 발전으로, 워낙에 앞으로만 내달리는 세상이라 시와 철학으로 삶을 들여다보려는 시도가 더욱 소중해진 까닭일 거다. 이 책은 시인이자 평론가인 오철수가 시를 통해 니체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좌절과 허무가 짙게 깔린 사회. 저자는 녹록치 않은 세상살이 속에서 예술을 통한 '삶의 생명력 회복'을 이야기한다. 삶을 노래한 시, '삶노래' 80편을 니체의 사상으로 읽었다. 생의 조건과 허무주의, 그리고 허무를 극복하며 삶이 열리는 과정을 '엄연한 생의 흐름'으로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사람이, 아프다 - 김영미 세계 분쟁 전문 PD의 휴먼 다큐 에세이

김영미 지음,
추수밭(청림출판), 2012


#새책 #신간 #책소개 #김영미 #남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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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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