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총회서 유치 결정? 다 거짓말이다

[주장]강정 마을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심사숙고의 시간

등록 2012.03.16 16:27수정 2012.03.2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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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14일 제주도내 각 일간지에 법무부장관 등 명의로 된 호소문을 광고했다. 호소문에는 그 광고에서 강정 해군기지 건설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진돼 왔으며 강정마을 향약규정에 따라 마을총회에서 유치를 희망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리고 지난 15일, 국방부는 '2007년 4월 강정 마을총회에서 단 87명만 참석해 민주적인 주민 동의를 얻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반대 측 주장에 대해 "마을총회 운영규약에 정족수는 51명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87명이 참석한 것은 정족수를 충족한 것이므로 적법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방부는 '형식적 합법성'만을 강조하며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 진실을 제대로 보게 되면 누구나 정부와 국방부의 주장이 거짓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강정마을은 애당초 해군기지 후보군에도 없던 곳이었다. 해군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제주 해군기지 후보지로 화북항, 성산일출봉 근해, 신양리, 화순항, 형제도지역, 모슬포 등 6개 지역을 검토한 끝에 화순항을 최적지로 선정했다. 당시 강정마을은 검토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해군은 2007년 3월에 이르러 화순, 월평동, 강정동, 위미리, 토산리, 온평리, 애월읍(고내·신엄리), 고산리 등 8개 지역을 대상으로 입지 타당성을 검토해 강정마을을 최적지로 선정했다.

애당초 후보군에도 해당되지 않던 곳이 갑자기 왜 최적지로 둔갑이 됐을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는가. 강정주민들은 해군이 강정마을로 미리 내정하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짜 맞추기'식 입지 타당성 조사를 했다고 믿고 있다.

87명이 결정한 해군기지 유치... 이게 적법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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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7회 갈무리 ⓒ 뉴스타파


한편, <뉴스타파> 7회 보도에 의하면, 해군본부는 강정마을에 대해 15만 톤급 대형 크루즈선은 커녕 군함조차 입출항하기 부적절하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해군이 그런 곳을 최적지로 선정했으니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어쨌거나 강정마을에서는 2007년 4월 26일, 87명이 모인 마을 임시총회에서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 결의가 이뤄졌다. 정부와 국방부는 이를 근거로 적법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강정마을회에서는 '총회 공고는 7일 동안 해야 하나 3일 만 공고한 점' '공고 안건은 해군기지에 관한 건이었으나 총회에서 해군기지 유치 건으로 바뀐 점' '마을 공동재산 매각이나 그에 준하는 중요사안의 성원은 200명이 돼야 하는데 해군기지 유치 건은 중요사안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당시 마을총회의 결의는 마을 자치규약인 향약을 위반해 무효라고 주장한다.

강정마을회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당시 마을총회가 단 한 번의 설명회나 공청회도 없이 열렸다는 점이다. 마을주민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심사숙고할 기회를 전혀 갖지 못한 채 결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풍림콘도가 강정마을에 들어올 때 우리는 마을총회를 여덟 차례나 열며 고심한 끝에 결국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물론 설명회나 공청회도 숱하게 있었지요. 그런데 해군기지는 콘도에 비할 바가 아니지 않습니까. 마을총회를 여덟 차례가 아닌 여든 차례를 열면서 유치여부를 고민해도 부족한데…. 어떻게 설명회나 공청회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단 한 차례의 마을총회로, 그것도 반대의 의견이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박수로 유치결의를 할 수가 있습니까."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중심이 돼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회가 꾸려진 날은 유치결의 후 20일이 지난 2007년 5월 17일이었다. 제주도지사가 해군기지 강정마을 유치결정을 발표한 날이 2007년 5월 14일이니까 그로부터도 3일이 지난 후에 꾸려진 것이다. 반대의 의사표시가 조직화되기도 전에 모든 것이 결정된 것이다. 이는 해군기지 강정마을 유치가 얼마나 졸속으로 무리하게 이뤄졌는지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제주 해군기지, 마을주민 94%가 반대했다

해군기지 반대책위원회는 당시 마을회장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협상은 결렬됐고, 이에 주민투표를 위한 마을 임시총회를 소집을 요구했다. 그러나 마을회장은 이를 거부했고 결국 마을회 감사가 2007년 6월 19일 마을임시총회를 소집했다. 그 때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주민들은 경찰병력이 동원된 상태에서 투표함을 탈취하는 사건을 일으켜 주민투표를 무산시켜 버렸다.

그때서야 강정주민들은 각본에 의해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분노하기 시작했다.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회는 2007년 7월 23일 '마을회장 해임 및 선출의 건'으로 마을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고 우여곡절 끝에 2007년 8월 10일 마을임시총회가 열리게 됐다. 그 총회에서는 해군기지 유치결의를 주도했던 마을회장은 해임됐고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동균 현 마을회장이 새롭게 선출됐다. 당시 투표에는 마을주민 436명이 참가해 유표 투표수의 95.4%인 416명이 회장 해임에 찬성을 했다. 

그때부터 해군기지 반대운동의 주체는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회가 아닌 강정마을회가 됐고, 해임된 마을회장을 비롯한 해군기지 찬성 주민들은 별도로 해군기지추진위원회를 꾸려 활동하게 됐다.

2007년 8월 20일에는 해군기지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는데, 마을주민 725명이 참가해 유효 투표수의 94%인 680명이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해군과 해군기지추진위원회에서는 조직적으로 주민들에게 주민투표 불참을 종용했다.

그러면서 맞불을 놓기 위해 695명의 찬성 서명을 받았다는 주장도 하기 시작했다. 이에 강정마을회에서는 만일 서명자가 모두 강정주민들이라면 반대운동을 그만두겠다고 공언하며 서명자 명단 전부 공개를 요구했으나 지금까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우울증과 강박증세... 강정에서 흔해진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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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목사와 신부, 활동가들이 공사현장 기습 점거시위를 벌인이다가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된 가운데, 지난 9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현장 앞에서 마을주민이 강제연행을 규탄하며 호송차량의 이동을 막자, 경찰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 유성호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마을 주민들은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갈라서게 되며 극단적으로 대립하게 됐다. 사촌끼리는 물론 형제끼리도 원수가 돼 서로 싸우게 됐다. 그로 인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겪은 정신적인 피해는 참담한 수준이다.

<서귀포신문>이 2009년 9월 2일부터 11일까지 강정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적대감, 우울, 불안, 강박 등 정신적인 이상 소견이 있는 사람이 전체 주민 중 75.5%를 차지했다. 정신이상 소견 중에는 적대감이 가장 많았는데 전체 주민 중 57%가 적대감에 사로잡혀 고통 받고 있었다.

또한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전체 주민의 43.9%나 돼 제주도민의 자살충동 평균 치인 8.1%에 비교해 볼 때 5.4배나 높았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계획했다고 응답한 주민들도 34.7%나 됐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강정마을 주민들의 정신상태가 황폐화된 것이다.

지난 2월 초부터 강정마을에서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현성숙 한양대 교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간이정신 진단검사를 해보면 대부분 우울증과 공포, 강박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앞으로 해군기지와 관련한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그동안 쌓인 정신적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부와 해군이 강정주민들에게 정말 몹쓸 짓을 한 것이다.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심사숙고할 시간

보수 세력들은 해군기지를 반대하면 '좌파'라고 하는데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주민들은 '좌파'가 뭔지 그 개념조차 모른다. 강정주민들이 6년 동안 정부와 해군을 상대로 일관되게 주장했던 내용을 한마디로 말하면 '해군기지 유치여부에 대해 심사숙고할 기회를 제대로 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기만과 꼼수, 아니면 밀어붙이기식의 강행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회나 공청회를 제대로 열어서 국가안보상 해군기지가 왜 필요한지, 마을은 어떤 피해를 입는지, 그에 대한 대비책이나 보상은 무엇인지 이런 점들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고 마을 주민들이 이에 대해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해 찬성 또는 반대를 결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나는 정부가 민주주의를 조금이라도 존중할 생각이 있다면 지금처럼 거짓 광고로 국민 여론을 호도해 공사 강행의 명분을 얻고자 하는 꼼수를 버리고 마을주민들에게 그런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지금 정부에게 이를 기대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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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헌법가치가 온전히 구현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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