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오빠나 아빠가 아닙니다

평등한 부부생활 위해 평등 호칭 권한다

등록 2012.03.16 17:38수정 2012.03.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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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아침마당>을 보다가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 김용숙 대표의 주장에 공감했다. 매주 수요일은 부부간 혹은 가족 간 갈등의 사례자에게 정신과 의사, 변호사, 개그맨 김학래, 그리고 김용숙 대표와 시민 아줌마대표단이 종합 처방을 내려주는 것으로 진행된다.


아무튼 그날의 상담에서도 다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들을 하였는데, 말끝에 김용숙 대표가 부부간 호칭을 언급하였다. 대충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호칭을 바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남편을 오빠라고 하는 것을 고쳤으면 해요. 특히 이런 방송이나 드라마에서 왜 그 오빠라는 호칭을 허용하는지 모르겠어요. 말 따라 행동도 나옵니다. 말이 바로 서야 가정의 행복도 있다고 봅니다."

김 대표의 말을 듣고 나는 마침내 구원 투수를 만난 듯 손뼉을 쳤다. 평소 드라마나 방송에서 남편을 오빠라 부르는 말을 들으면 저게 아닌데 하며 불편해했다. 부부간 호칭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 결혼 생활에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준다. 결혼 전에는 그 "오빠" 소리 듣는 남자들이 간이라도 빼 줄지 모르지만 결혼하고 나면 '오빠'라는 호칭은 계급 성을 띈다.

부부는 나이 차가 많든, 적든 일단 부부가 되면 서로 평등해야 한다. 그래야 자녀에게 남녀의 평등을 알려줄 것 아닌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면 남편은 '갑'이고, 부인은 '을'이 되기 쉽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오빠가 "시끄러!"라도 하게 되면 대번 기가 죽기 십상이다.

결혼 초, 쑥스럽더라도 서로 호칭을 정하자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배려할 것 같은 신혼의 달콤함이 몇 년이고 이어지면 뭐든 문제이겠느냐 마는 인간사 그렇게 달콤하지 않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는 저 요르단 시인의 말처럼 가정의 평화가 오래가기 위해서는 '거리'가 필요하고, 그 거리는 예(배려)를 통해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정선이 유지되는 것 같다.

아무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예를 지키기 가장 좋은 방법은 호칭이다. 호칭이 평등하다면 남편은 "이게 어디?" 같은 위압적인 말을 함부로 쓸 수 없다. 또는 남편이 약자면 오빠에게 생떼 쓰는 듯한 부인의 비난을 면할 수가 있다. 주변이나 TV 속 상담 프로에서 "오빠가 이렇게 못살게 굴었어요. 저렇게 나를 힘들게 했어요"라며 오빠가, 오빠가 하면서 훌쩍이는 젊은 아내들을 보면 속상하다. 그렇게 힘들게 하는 오빠는 더이상 연애 시절의 그 오빠가 아니다. 오빠가 아니고 남편이다. 남의 편일 수도 있는 남편이다. 냉정함이 요구되는 것이다.

하여간 하루 이틀 살 것도 아니고, 결혼생활에서 이 호칭은 기계의 윤활유처럼 결혼생활을 매끄럽게 하는 데 무척 중요하다. 쌍방 다같이 존대하며 이름을 부르든가, 아니면 다같이 반말을 하든가, 또 아니면 서로 별칭을 부르든가 해야지 남편을 오빠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일부는 아이가 자라면 오빠라는 소리를 접고 대신 누구누구 아빠도 아니고 그냥 자녀와 똑같이 '아빠, 아빠'라고 부르던데 이 호칭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유머 있는 존재가 되어야지, 애교 부리는 존재? 글쎄다. 자녀에게 물어보면 답 나온다.

"엄마가 아빠에게 애교 떠는 게 좋니? 유머로서 웃기는 게 좋니?"
#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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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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