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석, 국민경선에 "대리등록은 안 걸려" 권유

[제보] 녹취록 공개...장 의원측 "젊은층 참여시키자는 취지"

등록 2012.03.17 16:05수정 2012.03.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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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자료사진) ⓒ 유성호

경북 영주에서 3선에 도전하는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이 지지자들을 향해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등록에 가족들을 대리등록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국민의 투표 경선 참여비중을 축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19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을 놓고 장윤석 의원과 투표경선 경쟁중인 김엽 예비후보측이 공개한 녹취록은 지난 3월 8일 장 후보가 경북 영주시 내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발언한 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내용에 대한 법무법인의 공증이 첨부돼 있다. 이 녹취록에서 장 의원은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내 주민등록번호 신상은 내가 알지마는, 내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신상 주민증록번호를 다 적어놓고 계시다가 전화가 오면 내 먼저 등록하지 말고, 여기에 50대 안 된 분도 계시겠지만…그러니까 50대 이상은 아마 투표하실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지요? 그런데 투표인단 여론조사를 해 보면 20대, 30대, 40대의 연령자를 찾기가 어려워요… (중략)…패스콜이 안 된 전화가 오더라도 내부터 등록하지 말고… 일단 아들, 딸, 며느리, 사위를 먼저 등록시키고…. 그리고 '아, 내가 이렇게 아들, 딸을 등록시키는 게, 이거는 부정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이건 절대 부정한 게 아니잖아요. 투표장에 아들 유권자 신분증을 가지고 내가 투표하면 부정인데, 이거는 등록이니까 아들이 등록됐는데, 투표장에 내가 등록했다고 내가 투표하는 게 아니잖아요? 투표장에는 아들이 가서 하는 거니까. 내가 대리등록하는 것이… 그 정도까지 걸리진 않을 거다…(후략)"

장 의원의 발언 뒤 한 남자가 "시간이 많이 지나간 관계로 특별한 말씀이 안 계시다면 마칠까 합니다. 마쳐도 되겠습니까?"라고 묻고,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지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예"라고 대답하며 박수를 친다.

새누리당 국민참여경선은 1500명의 선거인단을 기준으로 하고, 이 중 당원 20%, 당원이 아닌 일반국민 80%로 구성하게 돼 있다. 일반국민 선거인단 모집은 중앙당의 의뢰를 받은 여론조사기관의 전화상담원이 무작위로 유선전화를 걸어 응답자가 선거인단에 참여할지 여부를 묻고,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본인확인을 한 뒤 전화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를 받아 선거인단으로 등록한다.

녹취록에 나온 장 의원의 발언 내용은 전화를 받은 유권자가 자신만 선거인단으로 등록하지 말고, 아들·딸·며느리·사위 등을 먼저 등록시키라는 것. 선거인단은 연령대별로 일정 비율을 맞추게 돼 있는데, 고령 인구가 많은 농촌지역의 특성상 응답자가 고령임을 밝히면 선거인단으로 등록될 가능성이 낮고, 젊은이를 먼저 등록시키는 게 등록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가족의 대리등록, 일반국민 참여율 떨어뜨리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장 의원이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신상 주민등록번호를 다 적어놓고 있다가 경선참여 여부를 묻는 전화가 오면 이들을 먼저 등록시켜라'고 권유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어느 가정에 선거인단 등록 여부를 묻는 전화가 갔는데, 이 전화를 시어머니가 받아 '우리 며느리 나이가 30대인데 선거인단 등록을 할지 물어보라'고 하면서 며느리에게 전화를 바꿔주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유선전화는 보통 집·직장 단위로 개통돼 있기 때문에 직접 통화해 본인확인을 한 뒤 참여 의사를 확인한다면 한 전화번호로 몇 명이 가입하든 문제 없다.

그러나 이 녹취록에서 장 의원이 "대리등록하는 것이…그 정도까지 (선거부정으로) 걸리진 않을 거다"라고 분명히 언급했듯, 장 의원이 권유한 것은 대리등록이다. 장 의원은 주민등록번호를 직접 언급하며 가족의 신상정보를 미리 알아두고 선거인단 등록에 활용하라고 권유했다. 유권자 본인이 경선등록 전화에 응답하는 것이 아닌, 가족이 선거인단 대리등록을 하라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고 대리등록 사례가 있다면, 본인의 참여의사를 직접 확인해 선거인단에 등록하도록 한 선거인단 등록절차가 무력화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또 참여 의사가 불확실한 일반인들을 대거 대리등록시키면, 자신이 선거인단인지도 모르는 일반인의 경선투표율은 떨어지는 동시에 기존 당원 선거인단의 투표가 가지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현역 의원의 당원 장악력이 높다는 걸 고려하면, 대리등록이 많으면 많은 만큼 현역 의원이 유리해지는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경선 선거인단 대리등록 수법이 당장 관련 법률에 따른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선의 경우 공직선거법이 적용되는 시점은 선거인단 명부가 확정되는 시점부터인데, 대리등록 행위는 선거인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것이어서 공직선거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당 내 경선에서 이 같은 대리등록이 발생했다면 정당 내부의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정당법상 '정당활동 자유 방해죄'는 그 구성요건이 '정당기능의 일시적 상실'이라는 결과가 초래돼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는데, 대리등록 행위로 정당기능이 상실됐다고 보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리등록 행위만으론 공직선거법이나 정당법에 의한 처벌이 어렵다는 얘기다.

장 의원측 "'젊은 사람 전화 바꿔주자'는 것...김엽 후보측의 억지"

장윤석 의원측은 이 같은 녹취록이 공개된 데 대해 "18일 열리는 경선 직전 언론을 현혹시켜 경선 결과에 영향을 주려는 것"이라며 적극 해명했다.

장윤석 의원실 관계자는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녹취록에 나온 내용은 무슨 교육을 한다거나 한 것이 아니라 선거사무소에 수 많은 지지자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과정에서 장 의원이 지지자와 사적으로 한 얘기"라며 "젊은이가 적은 지역 특성상 (경선 등록 전화가 와도) 50대 이상이라고 응답하면 '50대 이상은 선거인단이 이미 꽉 찼다'고 전화를 끊을 우려가 있어, 전화가 오면 '이 곳에 젊은 사람이 있으니 바꿔주겠다'고 적극적으로 하자는 내용이지, (대리등록하라는)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반론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엽 후보가 녹취록을 공개하고 언론사에 제보하는 내용은 황당하기 그지없는 억지에 불과하다"며 "녹취록도 제 3자 간에 오간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참여경선 #대리등록 #장윤석 #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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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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