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자가 이 지경...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진단] 'MB노믹스' 주도 인사부터 학계 인사도 보수 성향

등록 2012.03.19 21:26수정 2012.03.1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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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여 경제민주화를 구현한다. 시장경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경제세력의 불공정거래를 엄단하여 공정한 경쟁풍토를 조성한다."

 

새누리당이 지난 2월 마련한 경제민주화 강령 중 일부다. 세부적인 경제정책도 이에 발맞춰 마련됐다. 새누리당은 ▲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 하향 조정 및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 과세표준 1000억 원 초과 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 인상 ▲ 불필요한 비과세·감면제도 대폭 정비 ▲ 고소득자·영업자 소득파악 제고 및 체납 추징 강화 ▲ 기업진단에 대한 정기적인 내부거래 정기 직권조사 등을 총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문제는 이를 실행할 '사람'이 있는가다. 새누리당의 4·11 총선 지역구 공천 결과가 마무리된 19일 현재, 결론은 '없다'다. 당내 경제통인 유승민 의원은 지난 18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인사는 버젓이 공천하고 정작 개혁을 외쳐온 사람은 공천하지 않으니 국민들이 새누리당의 개혁 의지를 믿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경제민주화 정강·정책을 입안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은 "새누리당 공천신청자 중 정강·정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개탄한 바 있다. 특히 김 비대위원은 진보성향 경제학자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를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했다. 

 

하지만 전 교수는 새누리당 입당 의사가 전혀 없었다. 김 비대위원은 이에 대해 "전 교수가 (새누리당 입당에) 의지가 없긴 하지만, 진짜 변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려면 당 차원에서 전 교수 같은 인물들을 데려오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자가당착' 김종훈·'감세론자' 나성린·'MB노믹스' 윤진식으로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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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미FTA 지키기 1000만 서명운동 돌입 및 한미FTA 반대 후보 낙선 운동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해 특강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미FTA 지키기 1000만 서명운동 돌입 및 한미FTA 반대 후보 낙선 운동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해 특강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는 서울 강남을에 공천된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다. 김 전 본부장은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한미FTA 전선'을 긋고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실 김 전 본부장은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과도 정면충돌하는 인사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13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인구 30만 명 미만의 중소도시에 대형마트 및 SSM(기업형슈퍼마켓) 신규진입을 한시적으로 규제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김 전 본부장은 지난 2010년 국회의 SSM 규제법안 도입에 대해 "상생법이 통과되면 한-EU FTA 체결에 장애가 될 수 있다", "한-EU FTA가 발표되는 시점에 이 법이 문제가 된다, EU 측과의 합의에 위반되기 때문이다"며 반대입장을 폈다.

 

그는 골목상권 보호정책이 발표된 이후 불교방송 <아침저널>에 출연, "해당 정책이 FTA와 충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유통산업 개방의 역사가 오래됐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좀 균형 있게 생각을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강남을과 부산 중·동구를 거쳐 부산 진구갑에 공천된 나성린 의원도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감세론자'다. 나 의원은 지난 2011년 추가감세 논란 관련 의원총회에서 "감세와 규제 완화는 선진화를 위한 핵심정책"이라며 "부자만을 위해 감세해준 적이 없기 때문에 부자만을 위한 감세가 아니다"고 추가감세 철회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절대감세액으로 보면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더 많을 수 있지만 이것은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몇십 배 세금을 많이 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의 원칙과 방향은 타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 한 인터뷰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재벌세 도입 추진 등) 재벌 때리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이를 두고 "서민들의 경제 현실을 제대로 모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한 사석에서 "나 의원이 버핏세 의총 당시 '고소득 개인사업자인 변호사, 의사 등이 버핏세를 도입하면 파출부를 못 쓰게 될 것이다, 걔들이 오피니언 리더인데 이런 정책을 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이런 발언은 현실을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을 골자로 하는 'MB노믹스'를 주도한 이도 공천됐다. 충북 충주에 단수공천된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은 청와대 정책실장 겸 경제수석을 지냈고 강만수 산업은행장과 더불어 'MB노믹스'의 설계자로 꼽힌다. 윤 의원은 지난해 5월 추가감세 논란 당시에도 나 의원과 함께 소득세 및 법인세 모두를 감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구 동구갑에 공천된 류성걸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도 '부자 감세' 등 현 정부 경제정책의 선두에 선 인물로 평가된다.

 

공천 받은 학계 인사, '줄·푸·세' 만들고 '타임오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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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2010년 12월 27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총회에 참석,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남소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2010년 12월 27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총회에 참석,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남소연

경북 경산·청도에 공천을 받은 친박계 최경환 의원도 보수 경제통이다. 그는 지난 7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감세와 같은 우파 정책에까지 'MB노믹스'란 딱지를 붙여 공격하고 있는데 '큰 시장, 작은 정부'는 우파의 정체성이다, 큰 틀에서 옳은 정책"이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대구 수성갑에 재공천된 '친박계 경제통' 이한구 의원도 빠질 수 없다. 박 위원장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는 그는 당내 대표적인 시장주의자다. 그러나 그는 현재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미래연)'에서 '재정복지' 분야를 맡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010년 미래연 발족 당시 "박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와 법치주의를 지지하지만 그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박근혜표 복지정책의 핵심은 시혜성 복지는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4·11 총선 공천에서 발탁된 학계 인사들도 경제민주화 정강·정책에 부합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번에 공천장을 움켜쥔 학계 인사들은 대개 미래연 출신이다.

 

경기 분당갑에 공천된 이종훈 전 KDI 연구위원은 미래연 출범 당시 발기인 중 한 명이다. 그는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책임전문위원 등을 거쳐 현재 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지난 2007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위원장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김광두 전 서강대 교수와 함께 만들었다. 감세철회 및 기업집단의 불공정 행위 감시 강화 등이 골자인 경제민주화 정강·정책과 '줄·푸·세' 공약은 배치된다.

 

서울 성동갑에 공천된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과)는 미래연 출신 인사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 선대위 공약을 다듬는 '일류국가비전위'에도 참여했고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노사정위원회의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특히 양대 노총의 파업을 불러왔던 '타임오프제'를 처리한 당사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당시 김 교수는 지난 2010년 5월 타임오프한도 의결을 처리한 뒤 "타임오프는 우리나라 특이한 노사관계의 선진화라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평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타임오프제가 시행되면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노동운동은 한계점에 이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지난 5월 근면위원장인 김 교수와 임태희 당시 고용노동부장관을 각각 직권남용과 직권남용 교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서울행정법원에 근면위 의결 취소 청구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자본주의 4.0' 강석훈, '박근혜 복지' 안종범만으로는 부족하다

 

서울 서초을에 공천된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경제민주화 정강·정책에 부합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로 줄곧 거론됐던 강 교수는 지난 2009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쇄신특위 토론회 패널에서 "금융위기를 맞아 MB노믹스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있었는지, 감세 속도와 폭에 대해 대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MB노믹스에 '각'을 세웠다. 또 "사회적 약자, 복지시스템에 대한 고려없이 성장과 효율만 강조하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명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강 교수는 시장개혁을 통한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자본주의 4.0' 담론을 강조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강·정책도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확립을 골자로 하는 만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지난 8월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자본주의 4.0은 기업의 사회적 연대의식, 즉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뉴 패러다임"이라며 "이윤과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의 원리, 시장의 원리를 중시하면서도 사회 유기체 모두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대표로 거론되는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박근혜식 복지'의 조언자로 꼽힌다. 안 교수는 박 위원장이 2010년 12월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을 당시 발제자로 참석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윤진식 #김종인 #쇄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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