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 '삐그덕'... "이정희가 말할 타이밍"

'여론조사 조작사건' 파장 확산... 통합진보당 '지도부 회동' 제안에 민주통합당 "책임부터..."

등록 2012.03.21 15:17수정 2012.03.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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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을) 야권단일후보 경선과정에서 통합진보당 측의 여론조사 조작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통합당 김희철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여론조사 조작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유성호


[2신 : 21일 오후 5시 30분]
통합진보당 '지도부 회동' 제안에 민주통합당 "책임부터 져야..."

야권연대가 총체적으로 흔들린다는 위기감 속에,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단은 긴급 성명을 통해 "경선불복사태를 정리하고 미합의된 지역을 포함한 쟁점을 오늘(21일) 중으로 매듭짓기 위해 양당 지도부가 만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의 '태산같은 책임'이 전제 돼야 한다"며 당장의 만남을 거부했다. 사실상 '여론조사 조작 사건'을 일으킨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에 대한 후보직 사퇴 촉구다.

이정희·유시민·심상정·조준호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단은 21일 긴급성명을 발표해 "경선에서 패배한 일부 후보들이 경선 불복을 선언하고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들고 나오는 우려스러운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야권연대를 통해 2012년 총대선 승리를 해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공동대표단은 "몇몇 지역구와 미합의 지역구 문제가 침소봉대되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연대와 단합을 요구하는 국민의 여망에 반하는 일"이라며 "급기야 4.11총선 승리를 위한 전국적인 야권연대 합의를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은 민주당이 대답할 시간 아니고 이정희가 말할 타이밍"

이에 대해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양당의 지도부가 만나 야권연대 전체 판 유지와 총선의 공동 승리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점은 공감하지만 문제를 야기한 측의 태산 같은 책임감을 전제해야 한다"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혔다.


통합진보당의 '결단' 이후 만나자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후보 등록일인 금요일까지 내일 하루의 시간이 더 남아있다"며 "지금은 민주당이 대답할 시간이 아니고 이정희 대표가 말할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론조사 조작'이 일어난 관악을뿐 아니라 안산 단원 갑에 대한 양당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통합당에서 백혜련 전 검사가 나선 안산 단원 갑은 3표차로 조성찬 통합진보당 후보가 승리한 바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중 일부가 '단원 갑'이 아닌 '단원 을' 주민에게 실시됐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온 상황. 이에 민주당은 '재경선'을 요구하고 있다.

박 대변인은 "관악 을과 안산단원 갑에 대해 내일(22일)까지 통합진보당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모든 결정 사항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가 중대한 위기국면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 정치적 공방과 책임 떠넘기기, 본질 외면의 태도는 국민에겐 실망만 안기고 야권연대에는 상처만 남기게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은평 을과 노원 병 등 민주당 후보들이 여론조사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경선 불복'을 선언한 지역에 대해서 그는 "(해당 지역) 후보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이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게 아니고 (통합진보당 측에서) 단순 투표 독려를 한 것"이라며 "문제를 확장시켜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1신 : 21일 오후 3시 20분]
야권연대 '삐그덕'... 빅4 지역구 '경선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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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단일후보 경선과정에서 패한 민주통합당 관악을 김희철 의원과 고연호 은평(을) 후보, 박준 덕양(갑) 후보, 이동섭 노원(병)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연대 경선과정에서 여론조사가 조작이 됐다고 주장하며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심상정, 노회찬, 천호선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여론조사 조작' 사건이 점입가경이다.

이 공동대표와 관악 을에서 맞붙었으나 경선에서 패배한 김희철 민주통합당 의원이 출마 강행의 뜻을 밝힌 가운데, 통합진보당 심상정·노회찬·천호선 후보 지역구의 민주통합당 예비 후보들도 "경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 당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나섰다.

야권연대 경선 참여 당시 모든 후보들은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는 서약서를 제출했으나 이를 어기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같은 '경선 불복' 움직임은 야권연대 전체를 뒤흔들 수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김희철 의원은 이정희 공동대표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범법자와 어떻게 재경선을 하겠냐"며 재경선 불참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 공동대표는 20일 '나이를 속여 ARS에 응답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당원에게 보낸 것에 대해 사과한 후 김 의원에게 재경선을 요청한 바 있다.

여기에 진보신당도 이정희 대표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며 불을 당겼다. 박은지 진보신당 대변인은 "관악 을 부정투표를 두고 이정희 후보의 재경선 주장은 매우 뻔뻔한 행태"라며 "문제가 일어나면 보좌관의 실수나 과잉충성으로 덮어씌우는 보수 정치의 행태와 무엇이 다르냐"고 힐난했다. 박 대변인은 "이정희 후보는 국민 앞에 반성하고 후보직을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못 박았다.

김 의원과 함께 경선 불복을 선언한 고연호(은평 을), 이동섭(노원 병) 예비후보는 "우리는 여론조사 진행 과정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는데 통합진보당 측은 이를 미리 알고 당원들에게 투표를 독려해왔다"며 "사전에 조사 결과를 알고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이 유출된 경선 결과는 모두 무효다, 네 후보 모두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한 박준(덕양 갑) 민주당 후보는 "심 후보가 일당을 주고 선거운동원을 고용했다"며 역시나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에서도 "40세 질문 끝나...19~39세 응답해 달라" 문자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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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올라온 문자메시지 캡처본이다. ⓒ 누리꾼 '열혈불곰'

그러나, 민주통합당에서도 어떤 세대의 투표가 마감됐는지 정보를 입수해 지인들에게 투표를 독려한 일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누리꾼 '열혈불곰'은 21일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글을 올려 여론조사가 시행된 지난 18일 이행자 시의원이 관악구 주민들에게 보낸 문자를 공개했다.

문자에는 "예배시간 전 후 집 전화 여론조사 끊지 마시고 응답 부탁드리겠습니다, 40세 이상 질문이 끝나고 19세~39세 응답해주세요, 야권단일후보 김희철 후보 지지해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민주통합당 소속 관악구 시의원인 이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새누리당에 있는 지인이 '40대 (여론조사)가 끝났다더라'라고 알려줘 20~30대에게 투표해달라고 문자를 보낸 것"이라며 "교회 청년들과 평소에 갖고 있던 명단들 위주로 백여 건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60대 보고 20대라고 응답한 거라고 한 게 아니다,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며 "민주당 후보들은 경선 진행 과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민주당에서도 특정 경로를 통해 '세대별 투표 종료 현황' 등을 파악했음에도, 민주당 후보들은 후보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원 병 지역에서 노회찬 통합진보당 후보와의 경선에서 패한 이동섭 후보는 이날 김희철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해 "우리는 정보를 전혀 몰랐다, 여론조사 기관과 내통한 게 아니면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천호선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확정된 은평 을에 출마했던 고연호 민주통합당 후보도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조직국장이 '20~30대 샘플이 부족할 수 있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띄웠다"며 "'이정희·심상정·노회찬·천호선' 지역구는 일괄적으로 통합진보당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무정부상태... 야권연대 깨지지 않게 지도부의 의지와 정치력 필요"

이에 대해 통합진보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 당은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당원들이 '60대라고 하니까 (해당 연령대는 조사가) 이미 끝났다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며 당에 전화를 해 와 상황을 파악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원들이 전해온 소식을 종합해 특정 연령대에 '투표 독려'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이정희 대표 건이 발생하고 나니 여기저기서 들고 일어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고양 덕양 갑 지역에는 "심상정 후보가 자원봉사자에게 일당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심 후보와의 경선에서 패한 박준 민주통합당 예비 후보는 "심 후보 측이 경선 하루 전인 14일부터 16일까지 일당 7만 원에 선거운동원을 고용한 녹취록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심상정 후보 측은 "녹취록에 등장하는 오아무개 선거원은 우리 캠프에 있던 사람이 아니다"라며 "박 후보의 허위사실 유포와 악의적 명예훼손을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봇물 터지듯 이어지는 '경선 불복' 사태에 대해 우위영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민주통합당은 경선 불복을 합리화하고 이를 정당화할 구실을 찾기 위해 여론조사의 불공정성을 제기하고 있다"며 "야권연대의 기초를 허무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민주당은 경선불복사태를 대승적 결단으로 정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조국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양당 지도부가 책임있게 수습하지 않으면 무정부 상태에서 상호비방과 폭로, 소송제기가 잇따를 것"이라며 "연대에 대한 지도부의 의지와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조 교수는 "야권단일화 방법을 전화여론조사로 하면서 사고의 씨앗은 배태돼있다"며 "전화투표인단 조직에 정치적 명운을 걸어야 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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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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