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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이연걸도 다운로드 직행... 힘 못쓰는 중국영화, 왜?

극장개봉과 함께 다운로드 시장풀린 <신해혁명> <용문비갑>... 흥행성 부재가 요인

12.03.22 17:23최종업데이트12.03.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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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의 100번째 주연작으로 소개된 <신해혁명>의 한 장면 ⓒ 포커스온


"엊그제만 해도 극장과 동시 개봉으로 1만원에 다운로드 되던 <용문비갑>이 오늘 보니 3,500원에 올라와 있다. 이건 1회 상영이든 뭐든 모든 개봉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는 것이겠지. 홍콩영화는 서극이 감독하고 이연걸이 나와도 한국에서 정식 개봉조차 어려운가보네."

한 영화팬의 일성대로, '격세지감' 혹은 '화양연화'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1990년대 한국 극장가를 호령하던 중화권 영화가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중화권 대표 스타의 최신작까지 우리 극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심지어 소규모 개봉 직후 부가판권 시장에서 바로 관람할 수 있다. 

그 비운의 주인공은 지난 15일 개봉한 성룡의 <신해혁명>과 이연걸의 <용문비갑>. 22일 개봉한 주윤발의 <양자탄비>는 조금 나은 경우다. 

먼저 성룡의 100번째 영화로 소개된 <신해혁명>은 기자·언론시사도 열지 못한 채 소규모 개봉에 만족해야 했다. '명절영화하면 성룡'이라던 전통은 옛날 얘기다. 개봉 직후 합법다운로드를 비롯한 부가판권 시장에 풀렸다. 성룡과 함께 리빙빙 조안첸이 출연하는 <신해혁명>은 300억에 이르는 제작비와 15개월 간의 촬영 기간을 거쳐 완성한 역사극으로 알려졌다. 

영화를 수입한 '포커스온'의 한 관계자는 "극장 개봉 문의와 함께 항의도 많이 들어 온다"며 "개인적으로 홍콩영화 팬이기도 하고 예전엔 수입도 많이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입할 때마다 손해보니까 정이 떨어진다"며 씁쓸해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와이드릴리즈로 개봉하려해도 극장 쪽에서 난색을 표했다"며 "작년 가을 일찌감치 수입 계약을 맺었는데 개봉도 전에 이미 불법다운로드로 볼 사람들은 다 본 상태다. 2년 전 정우성 주연의 <검우강호>도 수입했었는데, 홍콩보다 1주일 늦게 개봉했음에도 개봉 다음날 파일이 다 풀려 버려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털어놨다.

이연걸 주연의 <용문비갑>의 한 장면 ⓒ 누리픽쳐스


"수입할 때 마다 손해를 보니 (중국영화에) 정 떨어져"

반면 <용문비갑>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이 영화는 <영웅본색> <동방불패> 등의 제작자이자 <황비홍> <서극의 칼>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등을 연출한 서극 감독의 최신작이자 이연걸이 주연을 맡았다. 1992년 국내 개봉할 당시 흥행해 성공했던 <신용문객잔>의 3D 리메이크작으로 수요층이 적지 않은 만큼 극장 개봉의 프리미엄을 업고 적극적으로 부가판권 시장을 노린 케이스다.

<용문비갑>을 수입한 누리픽쳐스의 한 관계자는 "개봉과 함께 티스토어, 올레TV 등 IPTV에서 방영 중이고, 합법다운로드로도 볼 수 있다"며 "중국영화의 경우 수익이 예전만큼 나오지 않다보니 다른 여러 경로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와이드개봉을 포기하는 대신 관객들에게는 합법적인 관람의 기회를 주고, 수입한 영화사 측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는 접점을 찾아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고 스크린이 주는 감동이 있다는 점에서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유명 배우와 감독이 나와도 스코어가 예전과는 다르고 또 영화를 보는 툴도 달라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한편 주윤발이 주연을 맡고 중국의 흥행감독인 강문이 연출한 <양자탄비>는 전국 30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양자탄비>는 중국에서 1억불을 돌파한 흥행작이다. <양자탄비>를 홍보하는 한 관계자는 "부가판권은 이미 선판매로 정리가 됐다"면서도 "정상적인 개봉 절차를 거쳐 IPTV 등에 순차적으로 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윤발 주연의 영화 <양자탄비>의 한 장면 ⓒ (주)나우콘텐츠


언제까지 성룡·이연걸... 불법다운로드도 한 몫

사실 중화권영화의 흥행난조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내놓은 2011년 영화산업통계 자료에 따르면, 중국영화의 작년 전국매출액 점유율은 0.3%를 기록했다. 2010년의 1.2%와 비교해서도 보잘 것 없었다.

95%에 육박하는 한국·미국영화를 제외한 국적별 점유율 면에서는 2.0%의 유럽, 1.6%의 일본에 이은 3위였다. 그나마 50편이 상영된 일본영화에 비해 17편이란 개봉작 숫자에서도 밀렸다. 한국과 미국영화에 편중된 관객들의 관람성향과 함께 중국영화의 흥행 침체를 확인할 수 있는 수치다.

이러한 중국영화의 흥행몰락의 요인으로 관계자들은 부가판권시장의 부조리와 중국영화 자체의 매력 감소를 꼽았다. 극장 개봉은 물론이고 DVD가 출시돼야 불법 파일이 떠도는 일본영화와 달리 중국영화는 중국 개봉과 동시에 불법 파일이 인터넷 상에 떠돌아 다닌다.  여기에 중화권 영화계 또한 스타발굴에 실패했다는 점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다. 흥행을 주도하는 젊은 관객층이 올드하게 느낄 수 있는 성룡·이연걸·주윤발·유덕화 등 90년대의 스타들이 여전히 중국영화계의 간판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신해혁명>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음악이나 영화와 관련된 저작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며 "직업으로 일하는 업로더의 경우 적발을 당해도 30만원 정도의 벌금이나 순화교육에 그친다. 웹하드 업체도 '바지사장'을 내세워 법망을 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홍콩영화를 아끼는 입장에서 수입을 하곤 있지만 매번 손해를 보고 있는 입장"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최근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을 제외하고 <삼국지> 시리즈도 흥행이 잘 안 될 걸로 안다"며 "대작이라고 해도 이제는 관객들이 새로워하지 않는 것 같다. 또 젊은 관객들이 어필할 수 있는 스타가 없고, 이연걸이나 성룡은 옛날 배우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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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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