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1호' 의원될 조명철 "기업이 통일일꾼 키워야"

새누리당 비례대표 4번... "남남갈등 마음 아파"

등록 2012.03.23 13:52수정 2012.03.2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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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철 새누리당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 통일교육원

공천취소 사태를 겪은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 '이게 무슨 도덕성 우선 공천이냐' '박근혜 대선 진용이다' 등의 비판이 따르지만 긍정 평가를 받는 부분도 있다. 바로 새터민(탈북자)과 귀화 여성을 당선 안정권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새터민과 해외 이주 여성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서는 이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4번을 받은 조명철 후보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을 "대한민국 탈북자 중에서 가장 큰 은혜를 입은 사람"으로 표현했다. 탈북한 자신을 포용해주고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장(1급)으로 기용한 데 이어 탈북자로서는 처음으로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까지 맡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평양 출신인 조 후보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로 중국에 교환교수로 갔다가 지난 1994년 한국으로 왔다. 이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일했고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도 맡았다. 조 후보는 남북을 다 겪은 동북아 전문가로서 현재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나 자신이 추구할 정책 방향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있을 법한데도, 이런 분야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남남갈등에 마음 아파하는 나의 발언으로 인해 남남갈등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이유였다.

조 후보는 대신 "취업이 안 되는 정착이란 있을 수 없다"며 현재 2만3000여 명 새터민들의 취업환경이 크게 나아져야 한다는 바람을 강조했다. 탈북 직후 남한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기능 수준에 못미쳐 임금이 낮은 직장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것. 조 후보는 "탈북자들이 (능력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지만, 중요한 자리도 맡겼으면 좋겠다"며 "좋은 기업들이 탈북자들을 한두 명씩만 키워도 좋은 통일 일꾼들을 키울 수 있다. 각 기업들이 통일 일꾼을 키운다고 생각하고 투자하면, 그렇게 해서 큰 사람들이 꼭 그 기업에 보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내가 북한 사람 한 명씩 맡아 키운다고 생각해줬으면"

- 새터민들을 위해 많은 정책을 준비했을 것 같다. 국회의원이 되면 가장 먼저 어떤 법을 만들건가.
"그런 것보다도 먼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고마운 걸 느낀다. 대한민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정착을 돕는 게 결국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돕는 것 아닌가. 정착을 돕는 여러가지 제도도 만들어졌고, 재정적으로도 지원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구석구석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실업률도 높고 문화적 차이도 느끼고 있다.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아직도 어려운 면이 적지 않게 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더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대비해야 한다."


- 새터민들이 남한 사회에서 문화적으로나 노동임금 등 실질적인 면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새터민들이 북한에서 배웠던 지식과 기능 이런 것들이 여기선 잘 적응이 되지 않아 생기는 일이다. 새터민들이 여기 와서 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취직을 못 해 실업수당 같은 재정적인 지원 시스템에 들어가 사는 것이 하나고, 취직이 돼 노동을 하고 살아가는 게 하나다. 그런데 취직하는 환경들이 대개 고급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아닌 경우다. 또 당장 취직하기엔 기술과 지식이 떨어지는 분들이 많아서 '3D 업종'이라고 불리는 업종에 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반적인 소득수준이 화이트칼라와는 차이가 나니 자연적으로 탈북자들이 임금 수준이 낮다는 통계가 나온다.

그래서 기술·기능교육, 문화교육 이런 교육을 빨리해서 사회 평균 수준으로 올려줘야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계층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제도적 지원만 갖곤 안 된다. 우리 시민사회와 시민의식이 '나도 부족한 형편이지만 내가 북한 사람 한 명을 맡아서 키운다'는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 탈북자들이 (능력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지만 중요한 자리도 맡겼으면 좋겠다. 이렇게 북한 사람을 키워놓으면 통일이 됐을 때 내가 키운 사람이 북한으로 가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기업 사장도 하고 시장도 되고 해서 북한에서 큰 일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키워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기업들에게 얼마나 고맙게 생각하겠는가."

- 단순히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차원이 아니라 통일 일꾼을 키우는 '통일 투자'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긴가
"그렇다. 좋은 기업들, 봉급을 많이 주는 잘 나가는 기업들이 많다. 각 기업에서 탈북자들을 한두 명씩만 잘 키워도 좋은 통일 일꾼들을 키울 수 있다. 현재 탈북자가 2만3000명 정도 되는데, 1만개의 기업이 한 두명씩만 받아도 탈북자들의 실업문제가 없어진다. 취업이 안 되는 정착이란 건 있을 수 없다. 아무래도 탈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이는 통일한국을 위한 투자다. 각 기업들이 통일 일꾼을 키운다고 생각하고 투자하면, 그렇게 해서 큰 사람들이 꼭 그 기업에 보답할 것이다. 북한 지역에서 자신을 키워준 기업을 위해 큰 활동을 할 것이다."

- 탈북자의 한 명으로서 통일을 위한 활동 계획은.
"무엇보다 남북관계를 잘 가져가야 한다. 내가 대북 전문가, 통일 전문가, 동북아 전문가로서 그나마 자신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남북관계에 대한 정책 개발이다. 내가 북한에서도 살았고 남한에서도 살았고, 탈북자를 이렇게 성장시켜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은혜를 입은 사람으로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통일을 위해서 입법적인 것이든, 정책감시 기능이든 사회통합의 기능이든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특히 내가 마음 아파하는 것은 남남갈등이다. 크게 보면 갈등할 필요가 없는데, 자꾸 갈등이 일어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대북정책 평가는 "나중에"... 탈북자 북송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 현재의 대북정책에 대한 나름의 평가가 있을 것 같다.
"지금 구체적인 얘길 하면 남남갈등에 마음 아파하는 나의 발언으로 인해 남남갈등을 몰고 올 수 있다. 생각을 좀 더 다듬고 많은 전문가들과 각계 정파에서 수용 가능하고 이해 가능한 내용으로 다듬어서 얘기하고자 한다. 양해해 달라."

- 중국의 탈북자 북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사안을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탈북자 북송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 있고, 체제 성격과도 연결돼 있어서 한마디로 해결해보자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나 정책제안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뭉뚱그려서 얘기한다면 국민이, 전세계의 인류가 누리고 있는 평범한 인류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그 기준대로 관련 국가와 관계 기관 담당자들이 그런 기준에 충실하게 해 가면 해결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것은 너무 큰 차원의 얘기다. 이런 당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수백 수천 년 노력해온 것 아닌가. 인간으로서 바라는 평범한 가치로 수렴해 가면, 인권유린도 없어지고 남과 북이 갈등할 일도 없어지고…. 참 간단한 말인데, 그게 또 얼마나 힘든 과정이 되겠는가."

- 아무래도 비례대표 초선 의원에게는 당 지도부에 무조건 찬성하는 거수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많이 듣던 말이다. 그런 우려들을 많이 하는데,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이야기를 무엇이든 옳다고 보고 거기에 따르는 게 기본 자세다. 당의 결정이 나오기 전에 그 결정이 합리적인 결정이 되도록 만드는 게 우선 중요하다고 본다. 당의 의사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각 의원의 전문성과 현실을 반영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이 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결정이 났는데, 거기에 도전하고 싸우고 치고 받고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당도 조직이니, 조직이 힘을 가지고 일을 하려면 구성원이 일체성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일체성 때문에 원칙이 없는 결정을 하고 거기에 따르라는 것은 문제다. 남한은 오래 전부터 민주화된 사회다. 의원들이 당이 정책을 결정하도록 기다기면 안된다. 지금까지 얼마나 그래왔으면 이런 우려들이 나올까 싶기도 하다.

완전무결한 정책은 없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현실에서 모든 이를 만족시키는 정책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해와 양보와 참여가 필요하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교정이 중요하다. 정책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국민의 뜻과 맞지 않거나 비현실적인 것은 즉시 교정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조명철 #새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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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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