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력 정책, 담당부서가 혼란 부추겨

이주노동자 재입국 관련 법령 개정도 모르는 담당 공무원들

등록 2012.03.23 17:43수정 2012.03.2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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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관련 입소문,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다보면 가끔은 그들이 갖고 있는 정보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정보력이라는 것이 대부분은 입소문에 기대기 마련. 떠도는 소문 중에는 나름대로 근거를 가진 것도 있다. 물론 소문이 확대 재생산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근거가 없는 뜬소문 또한 없지 않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를 지원한다는 단체 활동가들 입장에서는 그런 소문의 진위 여부를 파악할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기 위해서다.


만일 잘못된 정보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포장돼 확대 재생산되기 시작하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 주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소문이 그렇다.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소문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체류와 관련된 것이다. 체류 문제는 이주노동자의 생존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잘못된 정보를 접한 이주노동자들은 전혀 근거가 없는데도 누군가가 체류 연장을 할 수 있다고 하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체류 연장을 하려고 한다.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체류 연장의 가능성이 단 1%라 할지라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려고 한다.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이익을 취하려는 행정사나 브로커 집단들은 이런 소문을 교묘하게 확대 재생산하며 이주노동자들을 현혹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라도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들은 여러 소문들에 귀를 기울이며, 그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관련 사실을 다국어 번역을 통해 정확하게 이주노동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이주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들마저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소문들이 돌고 있다. 외국인력 관할부서인 고용노동부의 애매한 태도와 지지부진한 홍보로 인해 그 소문이 발생된 것으로 보이는데, 시급히 시정이 요구된다.

한국어시험, 안 봐도 되는 겁니까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가 시행 만 7년이 경과하면서 재고용 기간이 만료된 이주노동자들이 귀국하지 않고, 미등록으로 남는 사례가 증가하자 일종의 '당근'같은 정책을 발표했다.


고용허가제의 기본 원칙은 단기순환 원칙으로 현행법상 최대 4년 10개월의 취업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귀국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자진 귀국한 이주노동자들이 다시 입국하고자 해도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입국 지원제도가 없어 신규 입국자와 똑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특히 한국어시험이 비정기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재입국 가능성 자체가 불투명해 귀국을 망설이는 요인이 돼 왔다.

고용노동부가 자진 출국을 독려하기 위한 당근책을 제시했다고 한 것은 취업 활동기간 내에 자진 출국한 4년 10개월 계약 만기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특별한국어능력시험'을 연중 실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당시 고용노동부 발표에 의하면, 특별한국어시험은 재입국 희망자를 대상으로 송출국에 설치된 CBT(Computer Based Test·컴퓨터 기반) 시험장에서 분기별로 1회 이상 시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합격자는 일반 외국인 구직자 보다 신속한 입국 절차를 밟게 될 것이며, 입국 전 취업 교육도 면제할 것이라고 했다. 또, 출국 전 최종 사업장 근무 기간이 1년 이상인 외국인에 대해서는, 해당 사업주와 노동자가 원하고, 이주노동자 고용요건을 갖출 경우 종전 사업장에서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특별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는 미화 24달러에 해당하는 현지화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시험주관 기관인 산업인력공단은 시험 가능 인원보다 초과 접수된 경우에도 접수된 인원에 대해 추가 시험 시행일을 정해 시험을 치게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험이 하루에 끝나지 않고, 며칠씩 이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태국과 베트남, 파키스탄에서 특별한국어시험이 치러졌고, 인도네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은 3월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에 걸쳐 시험이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위 내용은 고용노동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내용이라 이미 많은 이주노동자들이나 지원 단체들이 알고 있는 바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최근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나오면서 혼란이 일고 있다.

외국인력 정책 담당 부서가 혼란 야기

앞에서 언급한 내용대로 특별한국어시험이 시행됐거나 시행 예정인 국가는 1/4 분기에 고용허가제 인력송출 양해각서를 체결한 15개국 중 다섯 국가(파키스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밖에 되지 않는다. 다섯 국가 또한 공지된 1/4 분기 시험 이후에는 언제 다시 시험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시험이란 것은 대개 미리 알고 대비를 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정보인 시험일자도 모르는데, 준비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게다가 시험 일정이 나온 다섯 국가 외에 나머지 국가는 아직까지 분기별 시험 시행 공고가 한 번도 난 적이 없다. 필리핀의 경우, 특별한국어능력시험에 대한 논의 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특별한국어능력시험에 대한 고용노동부 발표 이후, 시험을 치기를 기대했던 수많은 자진 귀국 이주노동자들이 허탈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용허가제 인력 송출 국가들 또한 특별한국어능력시험에 대한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고용노동부가 만든 셈이다.

이런 와중에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특별한국어능력시험보다 더 진일보한, 더 획기적인 소식이 지난 2월에 전해졌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1일, '성실한' 이주노동자의 경우 본국으로 귀국한 뒤 3개월이 지나면 재입국할 수 있도록 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 개정안은 7월 2일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종래에는 6개월이 경과해야 재입국이 허용됐다. 여기서 더 획기적이라 함은 단순히 재입국 허용 기한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어든 데 있지 않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특별한국어능력시험'은 자진출국 후 6개월이 경과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국어시험을 칠 기회를 우선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외고법 개정안은 '성실 이주노동자는 재입국시 한국어시험이나 취업교육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출국 직전에 일했던 종전 사업장에서 다시 일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재입국 허용 기한도 줄고, 한국어시험도 치르지 않는 등 상당한 편의가 제공된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특별한국어능력시험에 비해 획기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으며, 제도의 개선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개정 법령을 공포한 외국인력 관할부서인 고용노동부 고용센터 외국인력팀에서는 이러한 법령이 바뀐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각국 한국 주재 대사관이나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들, 이주노동자 당사자들이나 이주노동자 고용주들의 문의에 대해 그들은 되레 "법령이 바뀌었느냐"고 반문하며 특별한국어능력시험에 대해서만 안내하고 있다.

외국인력 제도, 어떤 변화 있나

그동안 이주노동자나 관련 시민단체들은 이주노동자의 장기적인 체류 안정이 없이는 외국인력 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단기순환 원칙의 철폐를 주장해 왔다. 한편,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주들 역시 숙련된 이주노동자를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와 같이 이주노동자의 불편을 개선하고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주의 희망을 반영해 나온 것이 이번 개정안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소속 사업장 이주노동자를 재입국시켜 계속 고용할 의사가 있는 사업주는 해당 이주노동자가 출국하기 전에 고용센터에 신청해야 한다. 대상 이주노동자는 ▲ 취업기간 중 사업장 변경이 없고 ▲ 내국인을 고용하기 어려운 업종에 종사하며 ▲ 재입국 대비 1년 이상 근로계약 체결의 세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취업기간 만료 후 귀국 외국인은 2010년 5243명에서 2011년 3만3941명으로 급속하게 늘어 올해 6만7117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주노동자의 수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 외에 신청절차 등 세부 사항은 추후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별도 마련 예정이라고 알려 졌다. 지난 3월 13일, 고용노동부장관 명의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세칙 일부 개정령(안)'이 입법 예고됐다. 개정법과 입법예고된 시행령과 시행세칙안에 따르면, 취업기간 만료일이 7월 2일 이후가 되는 이주노동자에게 적용되며, 소속 사업장 이주노동자를 재입국토록 해서 계속 고용할 의사가 있는 사업주는 해당 이주노동자의 재고용 만료일 7일 전까지 소재지 관할 고용센터에 신청해야 한다. 또한 고용센터장은 신청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서를 발급해야 한다.

입법예고된 법과 시행령이나 시행세칙만 놓고 보면, '성실'하다는 기준은 무엇인지 그 기준을 정하는 이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아 상당히 자의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재입국 신청 대상자는 취업 기간 중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고, 재입국에 앞서 근로계약을 1년 이상으로 강제하고 있어서 고용허가제 독소조항인 사업장 변경 금지를 강화시키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 또한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재입국 신청이 언제부터 가능한 지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다. 재고용 신청일자를 놓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등에 대해서도 명확치 않다. 또한 7월 2일 이전에 근로계약이 만기되는 이주노동자를 배제하고 있어서 제도 시행에 앞서 논란과 소문은 계속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관련 공무원들이 늑장을 부리고,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주노동자 피해에 대해 관계기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개정안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은 만큼, 관련 시민단체들 또한 행정절차법에 따라 입법예고안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통해 진정한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용노동부 #외고법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이주노동자 #특별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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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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