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당이 젖은 명함을 내민 사연은?

[동행취재] '청춘봉고 유랑단' 이튿날, 대구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다

등록 2012.03.31 17:54수정 2012.03.3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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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청춘봉고 유랑단'의 이튿날이 밝았다. 아침부터 흐린가 싶더니 결국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러나 거세게 쏟아지는 비도 청년들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청춘봉고 유랑단'은 30일 대구시당 당원들과 합류해 대구 팀과 경산 팀 둘로 나눠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했다. 기자는 대구 팀과 동행해 이들의 선거운동을 취재했다.

"청년당이 취직 문제 해결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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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봉고 유랑단원들이 경북대학교 앞에서 구호를 외치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김경훈


"교육은 공공재다! 국공립대 무상교육, 사립대 제값등록금, 청년당이 이뤄내겠습니다!"  

오전 8시, 9명의 청년당원이 경북대학교에 도착했다. 주황색 티셔츠와 머리띠를 착용한 유랑단원들은 경북대학교 북문에서 등교하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구호를 외치면서 선거운동을 했다. 지나가던 학생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청년당의 선거운동을 지켜봤다.

첫 수업이 시작한 9시께부터 유랑단원들은 복지관과 중앙도서관 등으로 흩어져 학생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며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그때 "수고한다"며 이들에게 캔 커피를 건넨 사람이 있었다. 박영민(29)씨는 "자신도 군소정당을 해봐서 (군소정당 활동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면서 이들을 응원했다.

대학생들은 청년당이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이상현(20)씨는 "대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고, 권도운(24)씨 역시 "같은 청년이니 청년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보였다.


청년당이 주력해야 할 청년문제를 묻는 질문에는 취업을 꼽는 학생이 다수였다. 4학년인 손수현(23)씨는 "취직이 힘들어 졸업을 유예하고, 졸업을 앞두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며 "취직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계령(20)씨와 권도운씨도 청년당의 당면과제로 취업문제 해결을 꼽았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현씨는 "등록금이나 기성회비 문제가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성동현(30)씨는 "기본 취지는 지지하지만, 세대별 정당으로 갈지 기성 정당처럼 모든 세대를 포괄할지에 대한 명확한 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남언호(27)씨는 "신선하지만, 다른 진보정당과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선거운동을 펼치는 동안 비가 가늘게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하지만 청년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꿋꿋이 구호를 외치며 학생들에게 명함을 내밀고 청년당을 찍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에 관심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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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철 청년당 비례대표 후보가 비를 맞으면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김경훈



"안녕하세요, 청년당입니다. 젖은 명함을 내밀어서 죄송합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 4시께 유랑단원들은 계명대학교로 향했다. 카메라를 꺼내기가 두려울 정도로 비가 많이 내렸지만, 유랑단원의 선거운동은 멈추지 않았다. 특히 다른 유랑단원들이 잠시 쉬고 있을 때도 우인철 비례대표 후보는 쉬지 않고 발언을 하고, 사람들에게 명함을 건넸다.

그 모습을 본 대구시당 박상민씨도 "저 모습을 보니 쉴 수가 없다"며 다시 몸을 일으켜 사람들에게 명함을 건넸다. 이 모습에 "평소에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다"던 김준엽(25)씨도 "신선하다, 열정적인 이미지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를 맞으며 선거운동을 하던 유랑단원들은 이내 실내로 자리를 옮겨 학생식당과 매점에서 우 후보가 발언을 하고, 다른 유랑단원들이 명함을 건넸다. "대학은 돈 벌이 수단이 아니다"라며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당에 투표해달라"는 우 후보의 말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도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청년당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다민(20)씨는 "젊은 세대가 정치를 하는 건 괜찮은 시도인 것 같다"며 "등록금이나 취업 등 우리의 고민거리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표했다. 윤준형(20)씨 역시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더 활발히 활동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나 실제로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회의를 품는 사람도 있었다. 취업준비생 서순희(25)씨는 "이제까지 이런(취업) 문제가 안 바뀌었는데 앞으로라고 바뀌겠냐"고 말했고, 공성민(25)씨는 "사립대학도 있는데 그 많은 학교 등록금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의도는 좋은데 힘이 약한 것 같다"(박아무개씨·25)는 지적도 있었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게 문제"

일정이 다소 지연돼 오후 9시를 넘은 시각에야 20여 명의 청년당원들이 대구의 번화가인 동성로로 향했다. 주황색 옷을 맞춰 입은 청년들이 청년당 현수막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에 사람들은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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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당원이 청년당 현수막을 들고 동성로 지하상가를 지나고 있다. ⓒ 김경훈



한 여성은 청년당의 유세를 보며 "언제 창당했냐", "지역구는 몇 명이나 나오냐"고 질문을 던졌다. 동성로 지하상가에서 20년 정도 옷가게를 운영한 박아무개(54)씨는 "젊은 생각들이 나오면 변화의 물결이 나올 수 있지 않겠냐"며 청년당에 거는 기대를 내비쳤다.

지하상가를 나와 지상으로 향한 그들의 선거유세를 보며 한 남성이 돈을 건네고, 청년당원들은 "고맙지만 마음만 받겠다"며 사양하는 작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희곤(38)씨는 "청년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혜택을 못 받는 게 미안해서 그랬다"며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 하는,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혜민(23)씨는 "대학이 등록금을 조금 인하하고 수업을 폐강하는 일들이 있는데 이럴 거면 왜 등록금을 인하했는지 모르겠다"며 "청년당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잘 챙겨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부정적인 반응 역시 존재했다. 한 중년남성은 "반값등록금 주장하는 것은 좋은데, 정치적 힘이 없던 세력이 주장한다고 그게 현실이 되겠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동성로에서의 짧은 유세로 '청춘봉고 유랑단'의 이튿날 공식 일정은 마무리됐다. 이날 선거운동을 함께 한 대구시당 공동대표 홍민지(29)씨는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오늘 선거운동을 하며 조금만 이야기해도 열리는 게 사람 마음이라는 걸 느꼈다"며 "앞으로의 일정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청춘봉고 유랑단'은 31일 대구에서 다시 청년들을 만나고, 저녁에 부산으로 발걸음을 옮겨 유랑을 계속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김경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경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청년당 #청춘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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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 2015.4~2018.9 금속노조 활동가. 2019.12~한겨레출판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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