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조보다 예쁘다는 말, 많이 들어요"

구미 출마한 통합진보당 이지애 후보 "삶에서 나온 공약으로 승부할 것"

등록 2012.03.31 18:58수정 2012.03.3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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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이지애 후보가 시장을 찾아 명함을 나눠주고 있다. ⓒ 조정훈


"대학을 졸업하고 용역회사를 통해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야간에 일을 하기도 하고 얼마전까지는 학원강사로 일을 했어요. 우리지역 유권자들의 평균 연령이 29.7세라는데 제가 올해 29세이니 유권자들의 심정을 가장 잘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부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온 27세의 손수조 후보가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경북의 작은 도시 구미에는 29세의 당찬 여성후보가 거대한 새누리당 후보에 맞서 싸우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야권단일후보로 경북 구미을 선거구에 출마한 이지애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후보는 구미 출신으로 금오여고와 대구가톨릭대를 졸업했으며 가톨릭대 인문대 학생회장 출신이다.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때는 민주노동당 경북도지사 청년유세단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지애 후보는 많은 면에서 새누리당의 손수조 후보와 비교가 된다. 손수조 후보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총력지원을 받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두 번이나 찾아 지원을 하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선거도 처음에는 3000만 원으로 치르겠다고 했으나 당에서 선관위 등록금을 지원해 주고 후원금도 8000만 원이 넘게 모였다. 결과적으로 3000만 원을 쓰겠다던 공약은 물거품이 되고 1억3000만 원 이상 쓰면서 국회의원이 되면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지애 후보는 통장 잔액이 없다. 집도 없어 친구 집에 얹혀 지내다가 얼마 전부터는 월셋방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선거 치를 돈이 없어 중앙당에서 겨우 등록 비용을 보내줘 선관위에 등록할 수가 있었다. 또한 당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돈 3300만 원으로 겨우 홍보물을 만들고 사무실을 얻어 선거를 치르고 있다.

선거사무원을 둘 돈이 없어 선거사무장 1인과 회계책임자 1인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순수한 자원봉사자들이다. 통합진보당 당원들 중에 시간이 되는 사람들이 가끔씩 나와서 도와주고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회원들이 도와주는 정도다. 어깨띠 하나 만드는 데도 돈이 들어가니 부직포를 사다가 손으로 잘라서 만들었다. 그러니 선거운동도 제대로 될 리 없지만 항상 활기가 넘친다.

"학원강사에 공장 비정규직... 내 삶이 바로 청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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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애 통합진보당 후보가 지난 3월 29일 선거사무소 개소식 후에 참가자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조정훈


이지애 후보가 맞서 싸우는 상대는 새누리당의 3선 국회의원인 김태환 후보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경북에서 3선의 국회의원과 맞서 싸운다는 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지애 후보는 "3선인 김태환 새누리당 후보를 견제하고 대안세력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출마했다"며 당당하게 맞서 싸워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후보는 "이 땅의 청년으로 살아가면서 참 많이 힘들었다"며 "학원강사도 하고 야간에 공장에 나가 일도 하면서 누구보다 청년들의 아픔과 비정규직의 아픔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더이상 청년들이 이 땅에서 고통 받으면서 살지 않도록 우리 청년들을 대표해서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긴 머리를 엄청 좋아하는데 이번 선거 때문에 머리를 잘라서 솔직히 속상하기도 하다"며 "동네 반장선거도 아닌 국회의원 선거에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이 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내 안에 분노하고 공감하고 살아왔던 삶과 청년들의 현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야간에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을 했는데 일이 많으면 많은 사람들을 찾으면서도 일이 없으면 가차없이 자르더라"며 "처음엔 100명이었는데 점차 잘려서 나중에는 2명밖에 안남더라. 비정규직의 설움이 이런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출마한 구미을 선거구에는 구미4차공단이 있고 농촌이 혼재한 도농복합지역이다.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에 와서 일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 외지에서 온 청년들은 공장의 기숙사에 5~6명이 함께 잠을 자며 일을 하거나 조그만 원룸에서 4~5명이 함께 지낸다. 그래서 이 지역 유권자들의 평균연령도 만 30세가 안 된다.

이 후보는 "이번에 나온 후보들 모두가 젊은 사람들의 애환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내 삶이 바로 우리 세대의 삶이다"라며 "그래서 우리는 정책피켓을 들고 유권자들을 만날 것이다. 어머니를 만날 때는 보육정책, 노동자를 만날때는 비정규직 철폐를 외칠 것"이라고 말했다.

"손수조보다 이쁘다는 말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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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을 선거구에 출마한 이지애 후보 ⓒ 조정훈


이 후보는 손수조 후보에 대해 "손 후보는 전세자금이라도 있는 부자였군요"라고 웃으며 "손 후보가 어떤 고민을 가지고 나왔는지는 잘 모르지만 언론에 많이 부각되기도 하고 지원도 많이 받아 부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가 손수조보다 더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 후보는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힘들지만 거짓말할 게 없고 공약도 내 생활에서 나온 경험이기 때문에 피부에 와닿는 공약들뿐"이라며 "분명히 손수조 후보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비록 새누리당의 텃밭이지만 당당히 맞서 싸워 승리하겠다는 각오다. 이 후보는 "이곳은 투표율이 높지 않다. 젊은이들이 투표하면 반드시 당선될 것"이라며 "특히 젊은 어머님들이 많이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지역의 유권자들도 처음에는 "젊은 여자가 나와서 뭘 하겠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길거리에서 인사를 하면 손 흔들어주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이 만난다. 그만큼 빠르게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비정규직이 많고 젊은 청년들이 많은 도시, 농촌이 혼재된 도시인 구미에서 거대한 골리앗에 맞선 젊은 정치신인이 얼마나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지애 #총선 #야권단일후보 #손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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