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휘두른 소주병에 찔리고...잘렸어요"

[총선 이슈 검증 : 노동④] 타임오프 시행 20개월, 중소노조는 힘들다

등록 2012.04.11 08:45수정 2012.04.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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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이 노사관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박태석 하이닉스반도체 노조위원장)
"습관을 바꿔 적응해 보라. 노력하면 길이 보일 것이다."(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

지난해 6월 1일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은 취임 첫 방문지로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일자리 만드는 노사관계' 노하우를 배우러 간 이 장관에게 박태석 하이닉스반도체노조 위원장은 개정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을 문제 삼았다.

2010년 7월 1일부터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및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되면서 1사2노조 사업장인 하이닉스반도체의 전임자는 전체 21명에서 14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천공장의 경우, 전임자 8명이 24시간 3교대로 돌아가는 조합원 7천명을 전담하기에 이르렀던 것. 박 위원장이 "노조법에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자 이 장관은 "제도가 바뀌면서 과도기에 발생하는 어려움"이라며 "적응해 보라"고 답했다.(<매일노동뉴스> 2011. 6.2자 참조)

비현실적인 타임오프 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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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1일 금속노조가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노동법 재개정·노동 기본권 쟁취를 위한 총파업투쟁본부를 발족했다. ⓒ 노동세상


현행 노조법은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노조의 자주성 침해'로 보고 금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대신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내에서는 유급 전임활동이 가능하다. 앞서 이 장관은 과도기가 지나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노동계는 "타임오프 시행 20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비관적인 분위기다.

우선 타임오프 한도가 비현실적으로 정해진 데 대한 불만이 높다. 권수정 공공운수노조·연맹 아시아나항공지부장은 "우리는 승무원부터 정비직까지 다양한 직종의 조합원들이 있고 승무원들은 비행스케줄도 다 제각각이고 전국 공항에 조합원들이 흩어져있다"며 "그런데 타임오프는 이런 사업장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조합원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시아나항공 내에는 조종사노조와 나머지 일반직을 포괄하는 아시아나항공지부가 존재한다. 두 노조가 타임오프를 나눠씀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지부가 받은 근로시간면제한도는 2500시간(1.25명)이다. 총무와 선전을 담당하는 간부가 풀타임 전임을 하고 권 지부장이 0.25명분의 전임활동을 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면서 틈틈이 노조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타임오프 제도 전 아시아나항공지부의 전임자는 6명이었다.


권 지부장은 "현재 타임오프 한도로는 회의 있을 때 공문 보내고 연락하고 자료 만드는 걸로도 벅차다"라며 "지방에 있는 조합원들을 만나러 갈 짬도 없다, 오는 연락 받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라고 답답해했다.

노동계는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가 전임자수만 강제하는 게 아니라 교섭 등 비전임 부분까지 간섭하는 부분도 문제 삼고 있다. 이민정 공공운수노조·연맹 정책부장은 "처음에 노동부가 조합원 교육이나 총회, 산업안전활동 등 기존 단협이나 다른 법에서 보장한 유급 활동까지 근로시간면제 대상업무에 포함시키고 컴퓨터 등 편의시설 제공까지 금지하는 말도 안 되는 타임오프 매뉴얼을 내놨다"며 "사업주들은 이를 모범안처럼 받아들여서 노조활동의 상당 부분을 간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지부장은 적나라한 현실을 들려줬다.

"사측이 '조합원 교육이면 조합원만 가면 되지 왜 간부가 가냐'고 한다. 대의원대회의 경우도 의장이 지부장이고 사업보고를 할 사무국장, 서기도 필요한데 집행부 없이 대의원대회를 하라는 식이다. 사측은 조합 차량도 빼앗았고 전화와 인터넷 회선의 일부도 회수해갔다. 노조 사무실도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 정책부장은 "전임자는 사측이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안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인 것"이라며 "전임자의 임금지급이나 노조 차량 같은 경우도 어떤 목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봐야 한다, 노조를 설립하고 인정받는 투쟁의 과정에서 얻어낸 결실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배경은 다 무시하고 전임자 임금 지급 자체만으로 부당노동행위라고 하는 것은 노동운동의 역사를 부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노동부의 단협 시정명령 적합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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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을 앞두고 정리해고·비정규노동자들이 서울광장에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99% 희망광장' 농성을 통해 관련 법 폐지·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 노동세상


타임오프 한도를 무조건 지켜야하는 강행규정으로 볼지 노사 자율합의에 따라 한도를 초과할 수 있는 임의규정으로 볼지도 여태껏 논란이 되고 있다. 이승철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타임오프제도 시행 6개월 만에 민주노총 산하 29개 사업장에 대해 단체협약 시정명령이 내려졌다"면서 "기존 노조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부는 사업장들이 타임오프제도 시행 전에 합의한 전임자 급여지급이나 시설편의 제공 등의 단협들에 대해 시정명령을 남발했다. 2010년에만 94건이다. 노동부 포항지청의 경우 지난해 1월 금속노조 산하 포항·경주지역 7개 사업장 지회를 노조법 위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31조 위반)으로 형사입건하기도 했다.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한 단협 시정명령을 거부했다는 혐의였다.

문상환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포항지청의 경우, 전임자 임금을 줬는지 여부를 확인한다며 회사측에 임금대장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사측이 응하지 않으면 국세청을 통해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압박했다는 소리도 들린다"고 말했다. 이어 "시정명령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임오프가 노조탄압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기아차 사측이 현장관리자들한테 배포한 '근로시간면제 관련 근태관리 매뉴얼'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근태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이미 대의원대회 등 단체협약에 보장받은 조합활동도 조합활동 사전신청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었다.

신청서에 활동일시와 활동신청 내역을 적은 후 반장이나 근태담당자한테 사인을 받아야했다. 특히 공장 밖으로 나갈 땐 중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외출할 때 허락받는 것처럼 공장 출입문 경비실을 통해 출문시간과 출문장소를 확인받아 도장을 받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노조를 회사 노무부 직속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냐"는 노조의 항의로 해당 매뉴얼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못했다.

정인재 민주택시연맹 한성운수분회 분회장은 타임오프 제도로 해고까지 당한 경우다. 단체협상 기간 중 분회장의 전임을 인정하는 단협 조항에 따라 전임활동을 했지만 한성운수측은 지난해 10월 무단결근을 이유로 정 분회장을 징계·해고했다. 한성운수 사장은 2010년 면담 도중 소주병을 깨서 정 분회장의 머리를 찌르는 테러를 해 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정  분회장은 테러당한 지 1년 후에 다시 해고를 당한 셈이다.

지난해 7월 복수노조 시행과 함께 한성운수 내 상조회는 기업별노조로 전환한 상태다. 정 분회장은 "사측이 한성운수 분회원들에게만 매출과 직결되는 콜이 장착되지 않거나 오래된 택시를 배차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면서 노조 탈퇴를 유도해 오다가 이제는 유일한 전임자인 나까지 해고해 아예 민주노조의 씨를 말리려 하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한편 최근 노동부의 단체협약 시정명령 취소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문 정책국장은 "지난해 9월 인천지방법원이 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나 시설편의 제공만으로 노조의 자주성이 상실되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로 비슷한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그동안 노동부 매뉴얼 등으로 인해 노사간의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들도 소송으로 이어졌던 경향들이 바뀌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문 국장은 "노동조합이 고충처리 업무 등을 대신해 회사의 노무관리 비용이 적게 드는 부분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임자 임금이나 편의시설 제공 등을 법으로 규제함으로써 노사간의 불필요한 마찰만 늘어나고 있다"며 "노사자율로 맡기는 게 국제관례"라고 덧붙였다.

타임오프 시행 이후 중소노조 더 힘들어져

타임오프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제도와 마찬가지로 산업별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판 역시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후지쯔 사측은 활동내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노조위원장이 상급단체인 IT연맹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근로시간면제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회사측의 주장이었다. 한국후지쯔노조 위원장은 민주노총 IT연맹의 사무처장을 겸임하고 있다.

노동부의 타임오프 매뉴얼은 '사업장과 무관한 순수한 상급단체 활동은 근로시간면제한도에 포함되지 않음'이라고 명시해 상급단체 파견전임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시간면제제도의 운영에 관한 법적 쟁점' 발제문('노사자율침해, 근로시간면제제도의 문제점' 토론회, 2010.7.14)을 통해 97년 노조법 개정 시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이 금지된 배경을 설명했다.

우선 1990년대 이후 초기업(산업별)별 노조가 등장한 노동조합 지형의 변화를 들었다. 또한 박 교수는 과도한 유급 노조전임자 확대로 인해 사실상 노사의 담합적·비정상적 관계가 온존하고 있는데 따른 대책 측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근로시간면제제도 시행으로 노조 재정도 상급단체로 보다 집중되고, 유럽식 산별노조 활동이 활성화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결과는 정반대다. 한국은 기업별 활동방식이 강해 타임오프제도 시행으로 노조 재정이 부족해지자 사업장내 활동비나 인건비보다는 상급단체 파견이나 상급단체 활동가 급여 보전을 더 많이 줄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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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심각한 양극화문제의 해법 중 하나로 노조 조직률 높이기가 거론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 '노조하기 좋은 나라'로의 전환도 검토해볼 만하다. ⓒ 노동세상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타임오프 제도 시행 1년을 맞아 455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근로시간면제 제도 실태조사' 결과, 상급단체 파견전임자가 절반으로 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가 지난해 조합원 규모별로 타임오프 한도를 설정하면서 강조한 '하후상박(아랫사람에게 후하고 윗사람에게는 박함)' 원칙도 현실에선 '하박상박'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노동부에 따르면 20011년 4월 기준으로 1천명 이상 사업장의 전임자는 49.5%가 감소하고 300인 미만 사업장은 29.4%가 줄어들었다. 노동부 설명만 놓고 보면, 소규모 사업장이 피해를 덜 본 것 같지만 노동계에서는 대규모 사업장은 수당 등 임금인상으로 조합비를 올려 무급 전임자 월급을 충당하고 있지만 중소노조는 그 마저도 힘들다는 현실을 전하고 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국장은 "중소노조는 조합원수가 적어서 교섭력이 떨어져 법이 허용한 타임오프 한도도 못 맞추는 곳이 많다"며 "한국노총 소속 한 사업장에서는 2000시간(풀타임 1명)이 한도임에도 사측이 1000시간(0.5명)만 허용한다고 해서 파업까지 했지만 중소사업장의 한계 상 파업을 오래 끌 수 없어서 결국 1000시간을 받아들인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4·11총선을 앞두고 최근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가 회자되고 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노동공약으로 "비정규직의 편견과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까지 밝히는 형국이다. 극심해진 양극화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복지국가도 없다'는 사실을 보수를 자처하는 새누리당도 인정하는 셈이다.

이 시점에서 1930년대 대공황시기 미국의 뉴딜 노동정책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당시 루즈벨트 정부는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최저임금제 등을 규정한 전국노동관계법(일명 와그너법)을 제정해 노조 조직률이 대폭 늘어났다. 그 결과 분배 문제도 크게 향상됐다.

김선수 민주화를위함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노동자의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을 높여냄으로써 조직노동자를 중산층으로 끌어올려 이들이 낸 세금으로 나머지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정책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통합진보당은 2017년까지 '노조 조직률 20%, 단체협상 적용률 50%로 확대'하겠다는 노동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조직률이 10%도 안 되는 한국의 현실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 '노조하기 좋은 나라'로 전환해 보는 건 어떨까. 1400만 노동자들의 표가 어디로 갈지, 결과는 4월 11일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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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 노동세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회장인 김선수 변호사는 노동사건을 주로 담당해온 노동문제 전문가다. 김 변호사로부터 19대 국회가 풀어야 할 노사관계 및 노동기본권 관련 과제를 들어봤다.

- 사용자단체 등은 과다한 교섭비용을 이유로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 존속을 주장한다.
"자율교섭을 하면 비용과 절차가 증가한다는 사용자단체의 주장은 반대로 그 비용과 절차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겠다는 말과 같다. 현행법은 교섭절차를 시작하기 전에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상당한 기간과 비용의 지출을 요구하고 있다. 그 비용은 사실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가 지어야할 부담이다. 이는 노동자의 권리로 단체교섭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조항을 역진시키는 것이다."

- 대개 과반수노조가 그 지위를 획득하는 대표교섭노조와 관련해서 미국과 프랑스 등도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프랑스는 대표노동자 지위를 인정하고 조합원수에 따라 비례대표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근로자 투표로 과반수 지지를 받은 노동조합이 배타적 교섭권을 갖는다. 단, 미국에선 단결권이 헌법상의 권리가 아니다. 반면 한국처럼 헌법에 노동3권을 규정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창구단일화는 위헌이 명백하다는 게 다수설이어서 법조항에 넣을 생각을 않고 자율교섭을 하고 있다."

- 현재 노조법도 사용자가 동의하면 자율교섭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사용자의 동의로 자율교섭을 한다는 건 사용자의 시혜에 의한 것이지 노동자가 권리를 행사하는 것과는 다르다. 전임자 임금지급 역시 노사 자율로 가야한다. 타임오프를 규정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도 최저한도를 제시하고 있지, 한국처럼 최고한도를 규정하고 그 이상을 넘는다고 처벌하지는 않는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도 안 맞고 선진국 입법례에도 없다. 노동부의 월권행위이다. 노동부의 매뉴얼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으로 해석해야 된다고 본다."

- 타임오프제도 시행 이후 기존 단협에 대한 노동부의 단체협약 시정명령이 계속 내려졌다.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은.
"나는 단체협약 시정명령뿐 아니라 노동부의 시정명령 조항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 노동부의 시정명령은 노사관계의 자주적 해결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노사간에 다툼이 생기면 법원에 가서 판결을 받으면 된다."

- 개정노조법을 시행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창구단일화나 타임오프제도에 대해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다.
"잘못 시행된 건 빨리 고칠수록 좋은 것 아닌가. 문제점이 심각하게 드러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게 바보짓이다."

- 그밖에 노사관계 및 노동기본권과 관련해서 19대 국회에서 바꿔야할 부분이 있다면.
"우선 18대 국회에 제출됐던 야3당과 양노총이 합의한 노조법 개정안(홍영표 의원 대표 발의)이 19대 국회에서 빠르게 처리되어야 할 것이다. 그 개정안에는 근로자 및 사용자 개념의 확장,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노조설립신고제 개선 등이 포함돼 있다. 그와 함께 산별교섭을 정착시킬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또한 쟁의행위에 대해 우리나라처럼 금지조항이 많은 입법례도 없다. 쟁의행위에 대해 징역 등 형사처벌 규정이 있는 나라도 거의 없다. 더불어 평화적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 적용 요건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로 소송을 걸고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건 국제적으로 창피한 일이다. 입법으로 정리해주는 게 필요하다."

- 19대 국회에서 이와 같은 노조법 개정이 가능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4·11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되고 민주당이 안정적으로 다수당이 되어야 가능할 거다. 민주당 내에도 관료나 경제계 출신 등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개혁추진세력이 확실하게 당을 견인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계가 핵심으로 생각하는 비정규직의 사용사유 제한, 창구단일화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폐지, 근로자·사용자 정의 확대 등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이후 대선에서 정권이 완전히 바뀌어서 대통령의 의지가 실려야 할 부분도 있다. 경제계가 필사적으로 반대로비를 할 텐데 그 반대를 뚫고 관철시킬 추진력과 실질적인 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검찰개혁이나 재벌개혁도 마찬가지다."

- 그밖에 노동계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면.
"가능한 노조 조직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통합진보당이 2017년까지 노조조직률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냈는데 구체적인 목표수치를 정하고 5년 동안 동원할 수 있는 정책들을 모두 써서 노조조직률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노조 조직률을 끌어올리는 게 양극화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할 거다. 그건 법만 고쳐서는 안 되고 대선 후에 확실한 의지를 가진 노동부 장관을 등용해서 일을 추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장관이 분기별로 노조조직률 수치를 챙기면서 그 부분에 대해 모든 정책적 수단을 쓴다면 가능하다. 지나치게 고전적인 방법 같지만 지금은 그런 방식이 필요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노동세상> 4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노동세상> 4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4.11총선 #타임오프 #아시아나항공 #노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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