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넣은 육개장이 '만병통치약'이구나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끓여 먹은 육개장의 진미

등록 2012.04.17 10:55수정 2012.04.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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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정성으로 끓여진 육개장 한국에서 EMS로 보내어진 재료와 보내온 콩나물콩으로 직접 기른 콩나물을 재료로 끓여져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맛보는 제대로 된 육개장 ⓒ 성종환


음식에 대한 애착이라 할까요? 유독 우리나라 사람은 외국에 나와서도 자기 나라 음식을 고집한답니다.

제가 현재 살고 있는 탄자니아에는 미국의 Peace Corps(평화봉사단), 일본의 국제협력단인 JAICA, 우리나라의 국제협력단인 KOICA 등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자기 나라 음식을 밝히는 정도가 가장 심한 경우가 KOICA 요원들이라는 소리도 있을 정도입니다. 대표 음식이 고추장, 김치매운닭찜, 육개장 등 고춧가루가 들어간 얼큰한 음식이랍니다.

공직에서 퇴직 후 조금이나마 보람된 생활을 꿈꾸며 아내와 함께 출국한 지 한 달여가 지나면서 아내가 환경이 완전히 달라진 아프리카 생활에 적응하려는 노력 까닭에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은 입맛이 떨어지고 체중이 줄어들면서 얼큰한 육개장이나 매운닭찜 등을 먹고 싶다 했습니다.

탄자니아에서 생산된 비슷한 재료들을 넣어 육개장이랍시고 끓여 보았으나 맛은 어설프기만 했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육개장은 적합한 재료를 구할 수 없어 차일피일 했습니다. 우선은 우리나라에서 흔하디 흔한 콩나물을 구할 수 없으니. 콩나물 없는 육개장은 육개장이 아니지요. 개운한 맛이 없으니까요. 급기야 아내가 몸살을 앓고 입맛을 완전히 놓아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대구에 사는 출가한 딸에게 이메일로 애로사항을 전했더니 말린 토란대, 고사리, 고춧가루, 육쪽 마늘, 말린 대파 등 육개장에 넣어야 하는 재료들을 몽땅 EMS로 보내왔습니다. 말이 그렇지, 육개장 재료값보다 요금이 더 비싼 EMS가 아닙니까?

하지만 탄자니아에서 가장 물산이 풍부한 큰 도시인 다에살렘에서도 700km나 남쪽으로 떨어진 시골 동네인 은좀베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콩나물이었습니다. 날씨가 건조해서 어떻게 보내올 수가 없었지요.

할 수 없이 다시 딸에게 연락을 하고, 딸은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어렵사리 콩나물콩 2봉지를 보내왔답니다. 몽땅 쓰기가 아까워서 한 봉지는 내년 1월에 씨앗으로 쓰려고 남겨두고 한 봉지만을 헐었습니다.

콩나물을 제대로 기를 만한 시루가 없으니 물이 잘빠지면서도 콩을 적절히 키울 수 있는 용기를 구하다, 밥 찌는 도구(스테인리스로 만들어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곳)에 앉혔습니다. 그런 대로 쓸 만했습니다. 평균 섭씨 25도를 오르내리는 더운 날씨가 되어서인지 금방 뿌리가 내렸습니다. 거의 사흘 만에 검지 손가락 길이만큼 자라서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드디어 각종 준비된 재료를 넣고서 제대로 된 육개장을 벌겋게 끓였습니다. 재료를 만들어 주신 이름 모르는 분들, 재료를 구매하고 우송한 딸, 물건을 배달해준 택배 아저씨, 콩나물 기르기와 육개장 끓이기 보조 역할을 한 저, 시원치 않은 몸을 억지로 이끌고 육개장 끓이기를 진두지휘한 아내 등 여러 사람의 정성이 모여서 끓여진 육개장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습니다.

유난히 콩나물 머리와 파란 대파가 돋보였습니다. 완전히 끓여진 육개장에 코를 가까이 대니 냄새, 아니, 향기죠. 얼마나 향기가 좋은지! 향기만 맡아도 침이 꿀꺽 넘어갔지요. 땀을 뻘뻘 흘리며 오감으로 먹은 육개장이었습니다. 몸살을 앓던 아내가 그 향기 좋은 육개장을 먹고서야 기운을 차리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 독자님들과 나누고자 그 기분을 글로 쓰다 보니, 꿀꺽! 또 침이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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