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공부하고 자연 풍경 만끽한 충남 북부서해안 여행

등록 2012.04.23 12:09수정 2012.04.2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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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일이었던 지난 4월 11일, 일찍 투표를 하고 지인들과 서해안으로 여행을 떠났다. 첫 번째 들른 곳이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성당(충남기념물 제144호)이다. 수수하고 아름다운 건축물로 7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했을 만큼 찾는 이들이 많은 공세리성당(http://www.gongseri.or.kr)은 한국 최초로 천주교의 복음이 전파된 충청도에서 두 번째로 오랜 역사를 지닌 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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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종만

공세리라는 명칭은 조선시대 충청도 서남부인 아산, 서산, 공주, 청주, 회인, 옥천 등에서 거둬들인 조세를 보관하던 공진창(貢津倉)에서 유래한다. 1895년에 프랑스인 드비즈 신부가 이곳의 공진창 자리에 창고로 쓰였던 건물을 사들여 1897년에 성당과 사제관으로 만들었고, 1922년에 빨간 벽돌로 근대의 고딕식 성당과 사제관을 지었다.


드비즈 신부님이 원료를 구입해 무료로 나눠주던 고약이 한때 종기 치료에 최고의 특효약이었던 이명래고약의 원조였다는 것은 덤으로 얻는 정보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수령 350년이 넘는 보호수와 장례식 미사가 진행 중인 성당의 분위기가 이국적이다. 공세리성지성당박물관, 베네딕도관, 순교자현양비. 지하토굴의 성채조배실 등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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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교호 국민관광지 ⓒ 변종만


공세리성당에서 가까운 곳에 아산시 인주면과 당진시 신평면 사이의 삽교천 하구를 가로막은 인공담수호 삽교호(http://www.sapgyoho.or.kr)가 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은 1979년 10월 26일 방조제 준공식에 참석했던 고 박정희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한다.

삽교호 국민관광지는 퇴역 군함으로 이뤄진 함상공원, 놀이동산, 유람선이 있는 아름다운 바다공원이다. 기념탑을 지나 바닷가로 나가면 왼편으로는 행담도와 서해대교, 오른편으로는 방조제와 배수갑문이 바라보인다. 바닷가에 쉼터 역할을 하는 벤치와 데크로 만든 산책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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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종만

삽교호에서 나와 서해고속도로 송악IC 입구를 지나는 38번 국도를 석문방조제 방향으로 달리면 필경사(충남기념물 제107호)가 가깝다. 당진시 송악읍 부곡리 필경사(筆耕舍)는 일제강점기의 아담한 목조주택으로 심훈의 문학 산실이다.

이 집은 1932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낙향한 항일시인이자 계몽문학의 선구자인 심훈이 직접 설계하여 짓고 조선인들의 마음을 붓으로 갈아엎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필경사(筆耕舍)'라는 당호를 붙였다. 한국 농촌소설의 대표작인 상록수, 직녀성 등이 여기에서 집필되었다. 고택의 마루방과 사랑방 외부에 화분을 놓을 수 있는 작은 베란다가 있어 심훈의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씨를 엿보게 한다. 상록초등학교가 인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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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포구 ⓒ 변종만


왔던 길을 되돌아 한진교차로에서 직진하면 부곡공단, 고기잡이배, 행담도, 서해대교, 평택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한진포구다. 한진포구는 예전에 '큰 나루'를 뜻하는 대진(大津)으로 불리었다.

이곳은 당나라와 해상무역이 이루어졌고, 조선 시대에는 한양으로 가는 큰 항구였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숭어 어란을 일본에 실어 나르던 포구였단다. 높은 굴뚝에서 연기를 내뿜는 공단 옆 부둣가에 횟집들이 늘어선 작은 어촌마을에서 화려했던 옛날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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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섬휴양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닷가 풍경 ⓒ 변종만


한진포구에서 나와 38번 국도를 달리다 안섬갯마을로 간다. 바다가 생활의 터전인 어민들에게는 제일 큰 소원이 바닷길에 대한 안전과 만선이다. 어민들의 마음을 하늘에 알리는 안섬풍어굿(충청남도무형문화재 제35호)으로 유명한 이곳에 안섬휴양공원이 있다.

좁은 골목 끝에서 만나는 안섬휴양공원(http://www.ansum.com)은 해안가 절벽위에 노송과 카페가 어우러진 천혜의 휴식공간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휴양공원에는 전망대, 정자, 족구장, 산책로, 식당 등이 잘 조성되어 있다. 안섬포구에서 수산물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어 가족나들이 휴식장소로 좋다. 특히 전망대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등대와 방파제, 고깃배와 바다의 풍경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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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구미포구 ⓒ 변종만


섬처럼 끝이 막힌 지형이라 '섬꾸미'로 불렸다는 성구미포구에 가면 지역에 따라 간재미, 간제미, 갱개미로 불리는 간자미를 싼값에 맛볼 수 있다. 석문방조제 초입의 성구미포구가 봄철이면 어부들이 직접 잡은 간자미, 주꾸미, 실치회를 맛보려는 식객들로 넘쳐난다. 최근 인근에 현대제철이 들어서며 포구의 모습과 길이 많이 바뀌었지만 옆으로 이전한 횟집들은 옛 인심 그대로 손님을 맞이한다.

석문방조제는 당진시 송산면 가곡리와 석문면 장고항리의 바닷길 10.6km를 잇는 방조제로 1987년부터 1995년까지 8년 5개월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완공되었다. 방조제의 제방에서 서쪽으로 장고항이 바라보이는데 그 뒤편에 서해안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왜목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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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종만

석문방조제를 지나면 포구의 지형이 장고를 닮았다는 장고항이 가깝다. 장고항은 제법 큰 포구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고 배낚시를 즐기는 낚시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다. 이곳에서 해마다 봄철이면 입맛을 돋워주는 실치 축제가 열린다.

배들이 정박 중인 방파제 뒤편에 노적봉의 기암절벽과 촛대바위, 소나무가 어우러진 자갈밭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왜목마을과 국화도의 풍경이 멋지고 용이 승천했다는 해식동굴의 생김새가 기이하다. 왜목마을에서 해돋이를 하며 바라보는 곳이 노적봉과 촛대바위다. 왜목마을의 일출은 노적봉과 촛대바위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며 한 폭의 동양화를 만드는 11월부터 3월 사이가 가장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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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종만

왜목마을(http://www.waemok.org)은 왜가리 목처럼 불쑥 튀어나온 독특한 지형구조다. 바다 너머 경기도 화성시까지는 육지가 멀리 떨어져 있고 수평선이 동해안과 같은 방향이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일출과 일몰은 물론 월출까지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바닷가로 나가면 바다건너 국화도, 장고항의 노적봉과 촛대바위, 당진화력발전소가 가깝다.

당진화력발전소, 당진시 석문면과 서산시 대산읍을 연결하는 대호방조제, 도비도농어촌휴양단지를 지나며 역사를 공부하고 자연 풍경을 만끽한 충남 북부서해안 여행을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세리성당 #삽교호 #필경사 #장고항 #왜목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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