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성장 중심 개발정책, 국회 이념지도 바꿨다

강원택 교수, 총선평가 학술대회서 발표... "새누리는 경제만 '좌클릭'"

등록 2012.04.25 20:27수정 2012.04.2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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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평가 학술회의 25일 국회도서관에서는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정당학회 주최로 '19대 총선평가 학술대회'가 열렸다. ⓒ 강연준


'경제대통령' '부자 되세요' 등으로 표방되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은 역설적으로 국회의원의 탈물질 성향을 부각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정당학회가 25일 국회도서관에서 연 '19대 총선평가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19대 국회의원의 이념성향과 정책태도'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강 교수는 한국정당학회가 실시한 19대 총선 당선자들의 이념성향 조사를 바탕으로, 구체적 정책에 따른 정당별 이념적 특성을 비교하였다. 이 조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탈물질'이념이라는 항목이다. 이는 '삶의 질'과 같은 탈물질적 문제를 얼마나 의식하는지를 나타낸다.

과거 17대 국회까지는 이 부분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상대적 차이가 적었다. 하지만 18대를 기점으로 이 사안이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진보와 보수를 놓고 0점(가장 진보)부터 10점(가장 보수)까지 분류한 이념지수에 따르면, 16대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이념 차이는 각각 3.92점과 3.74점으로 0.18점 차였고, 17대에서는 4.52점과 4.08점으로 0.44점 차였다. 하지만 18대 들어 4.77점과 2.83점으로 2점 가까이 대폭 확대되었다. 19대 조사에서도 4.80점과 3.46점으로 1.34점의 차이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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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별 정책 차원에 따른 이념적 태도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원택교수는 25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19대 총선결과 학술대회'에 참가하여, 각 정당 별로 정책 차원에 따른 이념적 태도가 어떤지 조사하고 분석하여 발표했다. ⓒ 강원택



강 교수는 탈물질적 가치의 중요성이 커져가는 이유로 이명박 정부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2007년 많은 유권자들은 자신들을 잘 살게 해줄 거라는 믿음으로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하지만 개발과 경제성장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성장 일변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4대강 사업의 환경 경시 문제가 발생했고, 쌍용차 사태나 용산 참사와 같은 문제에서는 노동과 인권 문제에 대한 소홀함 드러났다.

이런 모든 정책에 경제 논리가 우선시 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삶의 질에 관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복지문제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와 같은 노동 문제가 국민들은 사이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이에 국민들이 정치권에 이런 문제에 관심 갖기를 요구하면서 국회의원들이 이에 반응했다는 거다. 강 교수는 발제문에서 '사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까지는 탈물질적 가치를 둘러싼 갈등이 적어도 제도권 정치에서 크게 두드러진 적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앞으로 19대 국회에서 원자력 발전소에 관한 문제나 환경정책, 노동정책 등이 국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당선자들 보수성 더욱 강화

한편, 정당들의 정책이 '좌클릭'하고 있다는 평가 속에서도 새누리당 당선자들의 보수성은 더욱 강화되었다. 특히 사회정책이념에 있어 새누리당 당선자의 점수는 6.49점으로 16대의 4.95점, 17대의 4.40점, 18대의 5.38점에 비해 크게 보수화 되었다.

19대를 기준으로 다른 정당과 비교하면 새누리당(6.49점)은 민주통합당(1.74점)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통합진보당(0.15점)과는 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과거와 비교해도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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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대 국회에서 정당별 정책 차원에 따른 이념적 태도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원택교수는 25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19대 총선결과 학술대회'에 참가하여, 각 정당 별로 정책 차원에 따른 이념적 태도가 어떤지 조사하고 분석하여 발표했다. 이사진은 16대에서 18대를 거치는 동안 각 정당의 이념적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나를 나타내 준다. ⓒ 강원택



강 교수는 이에 대해 '전통과 질서 대 개인과 자유를 상징하는 이슈가 발생하는 경우 국회 내 정당 간 갈등이 간단치 않음을 시사해 준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이나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이 정쟁의 대상이 될 경우 원만한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제 이념에서는 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의 경제 이념에 대한 태도는 4.41점으로 '온전한 진보'에 가깝다. 18대에 7.01점으로 보수성을 짙게 나타낸 것에 비하면 큰 차이다. 다른 당과의 격차도 민주통합당 2.13점, 통합진보당 0.92점으로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결국 새누리당은 경제 이념만 '좌클릭' 한 것이었다.

강 교수는 전반적으로 '정당들의 이념차이가 이전보다 더욱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이는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의 이념적 차이에서는 물론이고, 연대를 꾀하고 있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사이에도 시각차를 느낄 수 있다. 앞으로 야권 공조를 꾀하더라도 양당이 사안에 따라 이견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덧붙여 강 교수는 '정당 간 상이한 시각의 차이를 무리 없이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나 관행의 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원택 #19대 총선결과 학술대회 #국회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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