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곳에서 '비밀의 화원'이 열린다

스페인 코르도바- 도시를 가득 채우는 꽃향기

등록 2012.05.18 09:37수정 2012.05.1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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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제대로 느끼려면 안달루시아지방에 가라고들 한다. 플라멩코의 고향이고 우리가 '스페인'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안달루시아지방의 이미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코르도바하면 아름다운 파티오(Patio)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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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말부터 5월까지 코르도바는 꽃향기로 가득하다. ⓒ 이주리


파티오는 스페인식 집 특유의 안뜰이다.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있는 파티오는 가족들끼리 친목을 나누는 중요한 장소였다. 코르도바의 파티오는 로마시대 지중해의 집형태에서 기원하였다. 대리석 바닥에 가운데에 분수가 있는 것이 그 형태이다. 이슬람 세력이 지배하던 때에는 이 분수에서 끌어와서 물을 줄 수 있는 화단이 추가되었다. 1918년부터는 코르도바 시청의 주관으로 '코르도바 파티오 축제(Festival de Patios Cordobeses)가 열리고 있다. 이번년도에는 5월 2일부터 13일까지 이 축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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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코르도바 파티오 축제 포스터 ⓒ Asociacion dePatios Cordo


내가 갔을 때도 곳곳에서 꽃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가정집이라 들어가서 구경할 수는 없었지만 문밖에서 빠끔히 봤던 파티오와, 파티오식으로 꾸며놓은 식당, 집 외부에 한가득한 꽃들과 저절로 기분 좋게 해주는 도시 전체의 꽃냄새. 이 모든 것들이 한국에서 친구들이 올리던 벚꽃사진들을 보면서 배 아파했던 나를 충분히 위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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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혀진 문 사이로 봐야했던 가정집의 파티오도 축제기간에는 방문객들에게 개방된다. ⓒ 이주리


파티오 축제 때는 닫혀있던 이 개인들의 수십 개의 파티오들이 방문객들에게 문을 개방한다. 2012년의 경우 총 58개의 파티오가 개방되었다. 그리고 참가 파티오들은 그 맵시 경연이 벌어지고 주인들은 축제의 마지막에 '오래된 건축(ARQUITECTURA ANTIGUA)'과 '현대, 개조된 건축(ARQUITECTURA MODERNA O RENOVADA)' 등 참가 부문에 따라 올해의 1, 2, 3 등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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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오축제때 개방되는 파티오와 코스 ⓒ Asociacion dePatios Cordo


이들의 파티오 사랑에 유네스코도 화답했다. 내년 11월에 코르도바 '파티오의 주인들'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Intangible Heritage of Humanity)으로 등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집주인과 꽃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파티오축제때의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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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기념품이 내걸린 흰벽은 큰 화폭이 된다. ⓒ 이주리


8-11세기 이슬람 지배하에 100만 명이 넘는 인구에 300여 개가 넘는 모스크들로 도시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코르도바는 이슬람 세력이 떠나고도 이 도시는 쇠퇴했다기보다 오히려 개성 있고 여유 있는 매력을 간직한 채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 곳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구시가지 거리들, 세월을 머금을 그 거리를 생생하게 살아있게 하는 파티오들. 흰 벽에 걸린 화분들과 그 화분에 넘치도록 핀 제라늄 꽃들은 이 도시를 걷는 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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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이 아기자기해서 한 길이라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 이주리


소박함과 화려함이 조화롭게 펼쳐진 건물과 꽃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거리에 가득한 꽃향기는 심신의 피로를 녹이는 마법을 부린다.

파티오의 아담한 분수는 뜨거운 태양의 심술을 식히는 샘이다. 물과 꽃,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코르도바의 상징인 9세기 이슬람 왕국의 이슬람 사원이었던 메스키타(Mezquita)의 파티오의 이름이 '오렌지 나무 파티오(patio de los naranjos)'인데 그 이름의 기원이 이전의 야자나무들을 오렌지나무로 바꾸어 심은 15세기에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 모스크의 건립은 스페인식 파티오가 확립되기 전인 785년이었으므로 이 사원의 원래 이름인 '세정식 파티오(Patio de las Abluciones)'라는 이름에서 현재 파티오의 분수가 어떤 기능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유추해볼 수 있다. 즉 로마시대의 분수에서 비롯된 현재 파티오의 분수가 이 사원에서는 모스크 안의 예배에 참석하기 전에 손발을 씻는 세정의식의 장소로 활용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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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키타 파티오에 있는 분수. 이슬람 왕국이 지배했을 때는 세정의식을 하던 곳이다. ⓒ 이주리


메스키타 주변의 옛 유태인 지구(La Juderia)의 좁은 골목에는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여러 골목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이 '꽃의 골목(Calleja de las Flores)'이다. 이 짧고 좁은 길의 주인공은 당연히 벽에 매달린 꽃들이다.

현재 파티오의 식물과 흰 벽의 꽃화분 그리고 소박한 분수의 조화는 인공이되 인공을 느낄 수 없는 자연스러움이 있다.

'코르도바 파티오 축제(Festival de Patios Cordobeses)'는 안달루시아 사람들의 유별난 파티오 사랑의 일상이 그대로 반영된 축제이다. 집주인의 취향과 부지런함이 그대로 반영된 예쁜 파티오는 주인의 가장 큰 자부심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스쳐도 옷깃이 닿는 좁은 골목을 따라 걷는 것도 즐거운 것은 흰 벽에 매달린 다양한 꽃들 때문이다. 이 때문에 좁은 골목 기념품점의 상품들이 내걸린 벽조차 캔버스로 느끼게 된다. 마치 수백호짜리 작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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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도바의 명성만큼 거리 곳곳에서 기념품 가게를 찾아 볼 수 있다. ⓒ 이주리


코르도바에 갈 계획이라면 5월이 좋다. 그 5월에는 파티오축제라는 이름으로 집집마다 닫혀있던 정원을 연다. 그리고 그 파티오라는 이름의 비밀의 화원에서라면 누구나 '내 인생의 특별한 하루'가 될 것이다.

스페인은 유독 축제가 많은 나라이다. 매년 7월 빰쁠로냐(Pamplona)에서 개최되는 소몰이 축제인 '산 페르민 축제', 8월 마지막 주 발렌시아에서 열리는 '토마토 축제(La Tomatina)를 비롯해 북축제, 악마의 축제, 산호세의 불축제, 막달레나의 마리아 축제, 말축제, 불건너기 축제, 죽마축제, 바이킹 순례제 등이 있다. 확실하게 일하고, 확실하게 여가를 즐기는 그들의 기질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파티오축제 #코르도바 #스페인 #알달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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