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괴롭히는 아이 두어 번 때렸더니...

사라지고 있는 '가정교육'... 가정의 달이 우울하다

등록 2012.05.21 14:53수정 2012.05.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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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5월을 가정의 달로 기념하는 것은 가톨릭교회가 일찍이 5월을 '성모의 달'로 제정한 것과 관련이 깊다. 5월 1일이 '노동자의 날'인 것은 가톨릭교회가 일찍이 5월 1일을 '노동자 성 요셉 축일'로 정한 데서 유래한 것이라는 설도 있고... 성 요셉은 예수 그리스도의 양부로 직업이 목수였던 분이다.


5월도 어느덧 2/3이 지났다. 하순에 접어든 시점에서 5월 '가정의 달'에 관한 글을 하나 쓰고자 한다. 5월 안에는 가정과 관련하는 기념일들이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고, 성년의 날과 부부의 날도 있다. 그런데 '가정교육의 날'은 없다.

가정과 관련하는 5월의 그 모든 기념일들이 사실은 '가정교육'과 관계되는 날들이긴 하지만 가정교육의 실제성이 살아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 생활 속에서 가정교육은 사실상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생업에 쫓기는 가정... 가정교육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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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5년 전인 2007년 8월, 우리 가족은 노친을 모시고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견학할 수 있었다. 본회의장을 보며 민주주의가 생동하고 발전하는,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 되기를 기도했다. ⓒ 지요하


이제는 가정교육이라는 말도 듣기가 어렵게 되었다. 가정교육이라는 말을 입에 올렸을 때 "가정 교육이 무슨 말이인가요?"라고 묻는 아이들을 접했던 경험도 있다. 오늘날 우리 가정들에서 가정교육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 독단적인 말일까.

가정교육의 실제도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가정교육'이란 말 자체도 거의 쓰이지 않게 됐다. 실제가 없으니 말도 필요 없게 된 상황. 가정교육이란 말 자체도 사어(死語)가 되었거나 생소하게 들리는 현실이다. 살풍경한 톱니바퀴의 작동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생업에 쫓기는 부모와 학업으로만 내몰리는 자녀들 사이에는 가정교육이 자리할 틈이 없다. 영상매체와 컴퓨터, 그리고 스마트폰이 가정교육의 남은 자리를 마저 앗아가 버렸다. 가정교육은 시간과 대화와 여유가 전제돼야 하고, 부모의 교양과 모범적 규범이 선행돼야 하는데, 가정교육이라는 인식 자체가 거의 사라져 버린 상황이니 그런 것들을 바라기는 더욱 어렵게 됐다.

가정교육은 사소한 예의범절에서부터 사람의 기본적 도리와 품성을 가르치는 것인데, 살벌한 생존경쟁 속에서는 양심과 정직을 가르치는 일이 사실은 불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극심한 생존경쟁과 출세주의, 이기주의 따위는 아예 가정교육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정교육은 현대인들의 생활 속에서 더욱 존재하지 않게 됐다.

자녀 과잉보호... 가정교육과 관련있다

요즘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학교폭력'도 그 근원을 따지고 보면 가정교육의 부재 현상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본다. 사람의 기본적인 도리와 품성을 가르치는 책임은 일차적으로 부모에게 있다. 부모의 소임을 아예 포기하거나 방치한 데서 자녀의 폭력성이 싹을 틔우게 되는 것이다.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와 연관이 있는 일부 학부모들의 교권침해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가정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모르거나 가정교육에 공을 들이지 않는 부모일수록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에 열중한다. 그리고 그 열의 때문에 교권침해 문제도 발생한다.

가정교육이 부재하는 상황에서는 그 공백을 학교교육이 메워야 하는데, 학교는 학교대로 학업성적과 시험공부에 치중하다 보니 가정교육 부재 현상과 학교의 인성교육 부재 현상은 서로 맞물린 상태로 많은 문제를 발생되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랐거나 가정교육을 등한시하는 부모일수록 교사를 불신하며 교권침해를 자행한다는 말도 있다.  

고리타분한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나같은 세대는 엄격한 가정교육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밥상머리 교육이 가정교육의 요체였다. '한손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쥐고 밥을 먹어서는 안 된다' '밥그릇에 밥풀을 붙여놓고 숟가락을 놓아서는 안 된다' 등 소소한 것에서부터 밥의 소중함과 곡식을 생산하는 농부의 노고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듣고 자랐다. 하늘에 머리를 두고 사는 사람으로서 늘 하늘을 우러르며 살아야 하는 이치를 배웠고, 그로 말미암아 자연스레 하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초등학생 때, 학교 선생님에게서 체벌 받은 얘기를 집에 와서 했다가 되레 야단을 맞았던 기억도 있다. 아버지는 내게 "사내자식이 선생님에게서 혼난 일을 가지고 집에 와서 고자질을 한다"고 엄히 꾸짖었지만, 전화기가 없던 시절 학교를 몸소 찾아가서 담임선생님과 얘기를 나눴다는 것을 한참 지난 후에야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오히려 선생님께 감사를 표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 얘기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친구 때리는 아이... 너무 화나 때렸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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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의 한 장면. 힘있는 아이들에게 짓밟히고 있는 어린 정종석 ⓒ KT&G 상상마당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는 나이도 있고 해서 늘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애를 쓴다. 가정교육이 부재하는 보편적인 현상 속에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친자식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아이들을 고루 사랑한다고 했다. 하지만 두세 명씩은 있게 마련인 말썽꾸러기들 때문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한 번은 교통사고로 지능이 조금 떨어지는 아이를 못살게 구는 아이에게 좋은 말로 타이르다가 야단친 일이 있다고 했다. 몇 번을 알아듣게 타일렀는데도 쉬는 시간에 선생님이 보이지 않으면 다시 지능이 조금 떨어지는 아이에게 부당한 일을 시키면서 회초리를 들고 선생님 시늉도 하는 그 아이에게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회초리를 빼앗아 아이의 손바닥을 두어 번 때렸다고 했다. 

그 아이가 집에 가서 부모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화가 난 엄마는 담임교사에게 항의 전화를 하고, 경찰공무원인 아빠는 교장에게도 전화를 하고 교육장에게도 전화를 해 아내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아내는 그 아이 부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젊은 부모는 담임교사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끝내는 아내가 눈물을 삼키며 사과를 해야 했다.

그런데 그 아이에게서 여러 차례 시달림을 받은 지능이 조금 떨어지는 아이가 다음날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아내는 걱정이 돼 퇴근길에 그 아이의 집을 찾아가기도 했는데, 그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서 시달림을 받은 얘기는 일체하지 않았다. 그 대신 문제를 일으킨 아이 부모에게 시달림을 받은 아이가 다음날 학교에 나오지 못한 사실을 말해줬다. 그 아이 부모가 시달림을 받은 아이 부모에게 사과하기를 은근히 기대했지만, 단지 기대만 했을 뿐이었다.  

아내는 시달림을 받은 아이와 함께 그 아이를 못살게 군 아이에 대해서도 걱정을 많이 했다. 아이의 말만 듣고 아이 앞에서 담임선생님에 대해 마구 화를 내고 항의 전화를 했다면 아이의 기초적인 인격 형성에 무슨 도움이 될는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부모가 똑똑할수록 아이는 버릇 없다?

다행히 그 '사건'이 있은 다음부터 그 아이가 지능이 조금 떨어지는 아이를 못살게 구는 일은 다시 생기지 않았다. 담임교사가 그 아이에게 회초리를 댔기 때문인지, 부모가 아이에게 훈계를 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아내는 그 아이에게 부모가 훈계를 해서 그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아내는 가정교육이 부재하는 보편적 현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공백을 메워주려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늘 조심스럽고 왠지 모를 위축감을 알게 모르게 지닌다고 했다. 때로는 교직에 대한 회의가 생긴다는 말도 한다. 부모들의 학력 수준이 높아질수록 역으로 가정교육의 부재 현상이 심화되는 것 같다는 말도 하고...

부모들의 학력수준과 가정교육 부재현상이 역비례 하는 것은 분명 기현상이다. 우리는 오늘 그런 기현상의 누적 속에서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상위를 차지하는 대학진학률을 자랑하며 학력사회를 이뤘지만, 또 종교인들이 국민의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도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 갖가지 이기주의가 차고 넘치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래서 '가정의 달'을 지내는 마음은 좀 더 우울하다. '가정교육'의 실제가 사라지고 가정교육이라는 말 자체도 점점 사어가 돼가는 현실 속에서 5월 가정의 달은 좀 더 공허한 느낌을 안겨 준다.
#가정의 달 #가정교육 #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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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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