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용인술, '2인자는 없다'

사무총장 놓친 최경환, '커진 영향력'이 오히려 독?

등록 2012.05.22 10:08수정 2012.05.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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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사무총장에 서병수 의원을 낙점한 이유를 '조화(調和)'라는 낱말로 표현했다. 친박 핵심 중진이면서도 적을 만들지 않는 온건한 성향의 서 사무총장이 단합이 과제인 현재의 당 상황에선 적임자 아니겠느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사무총장직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고, 게다가 친박계의 실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최경환 의원이 낙마한 것은 '이변'이다. 박근혜식 용인술, 이게 대체 어찌된 '조화(造化)'일까?

발표 직전까지 '최경환 유력' 기사 나갔지만... 결국 박근혜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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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최경환 의원. 지난 3월 23일 대구 수성구 도당사 강당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21일 오전 사무총장 인선 내용이 발표되기 직전까지도 '새누리당 사무총장으로 최경환 의원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도들이 나온 터였다. 또 비대위 출범과 4·11 총선을 거치며 역할이 커진 최 의원으로서도 사무총장을 맡아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하고픈 마음을 숨기지 않아 온 상황이었다.

사무총장으로 서병수 의원을 선택한 것은 황우여 대표의 결정이고 최고위원들이 반대하지 않아서 확정됐지만, 이런 의외의 결과가 나온 데에는 결국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원내대표 시절 중요 사안마다 박 전 위원장의 판단을 챙겨온 황 대표의 행보를 미뤄보면 당연하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이번 인선에 박 전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느냐'는 질문에 긍정하진 않았지만 "서병수 의원에 대한 박 위원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것 아니냐"며 부정하지도 않았다.

결국 박 전 위원장이 최경환 의원 대신 서병수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택한 결과인데, 이는 최 의원이 비대위 출범을 전후해 박 전 위원장 핵심 측근 그룹의 중심 역할을 맡아 영향력을 키워온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최 의원에게 붙은 '최재오'라는 별명은 친이계 정두언 의원이 붙여준 것인데, 4·11 총선 공천에서 친이계가 대거 탈락한 데에 최 의원의 영향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최 의원이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친박계 공천 학살'의 주모자로 찍힌 이재오 의원처럼 했다는 비난이다. 이 같은 말이 돈 것에 대해 최 의원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나 각종 인터뷰를 통해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자신이 공천을 좌지우지했다는 설은 다 거짓이고 친이계의 음해일 뿐이라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최 의원을 또 한 번 궁지로 몬 것은 일명 '당권 리스트' 파문이다. '당 대표에 황우여, 원내대표에 서병수, 사무총장에 최경환'이라는 내용 등으로 된 당권 사전구상이 있고 그 작성자가 최 의원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물론 최 의원은 이 리스트의 존재와 자신의 관련성을 강력 부인했다. 현실에선 '당 대표에 황우여, 원내대표에 이한구, 사무총장에 서병수'라는 결과로 이어져 딱 그대로 실현된 건 아니지만, 절반 정도는 맞아떨어진 셈이기도 하다.

공천 전횡이나 당권 리스트가 사실이건 아니건, 그런 말들이 나오고 이 사안들이 최 의원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최 의원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뒤집어 말하면 '2인자' 혹은 실세로 불릴 만큼 최 의원의 친박계 내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

"박근혜는 맡기지 않은 일 하는 것 싫어해"... '2인자'는 없다?

한 친박 핵심인사는 "내가 본 바로는 박근혜 위원장은 누구에게 일을 맡기면 맡은 사람이 딱 그 일만 잘 해내는 걸 중시하지, 그 사람이 다른 문제들에까지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을 거치며 '친박계 좌장'이라고 불리던 김무성 의원이나 유승민 의원이 박 전 위원장과 거리가 생기게 된 것도 이같은 박 전 위원장의 용인술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으로 본다면 박 전 위원장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 사무총장직을 최 의원에게 맡기지 않은 것도 최 의원이 더 이상 2인자로 불리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것이 최 의원을 내친다는 뜻은 아니다. 한 친박 인사는 "최경환 의원은 대선에서 훨씬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당직은 아니지만 박 전 위원장이 당의 공식 대선후보가 되고 당 선대위가 만들어질 때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때도 역시 박 전 위원장은 '2인자'나 '좌장'이나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경환 #박근혜 #2인자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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