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를 지키는 어미새의 '할리우드액션'

최고의 연기력으로 자식을 지키는 꼬마물떼새 이야기

등록 2012.05.25 14:47수정 2012.05.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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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을 지나 여름이 오기 시작하면서 주변은 녹음이 짙어진다. 이런 시기가 되면 새들도 새로운 일상을 준비한다. 작은 생명들부터 새롭게 한 해를 보내기 위한 활동들이 왕성해지면 새들도 자식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하천의 새들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빠르게 번식을 준비한다. 장마가 시작하기 전에 번식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바닥에 특별한 둥지 없이 새끼를 키우는 새들에게 장마는 곧 번식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에 봄철에 부지런히 서둘러 번식한다.

이르게 준비한 새들은 벌써부터 번식을 마치고 새끼들을 데리고 하천에 나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천에서 새끼를 키우는 새들 중에 유난히 모성애가 뛰어난 새가 있다. 바로 꼬마물떼새이다. 노란색 눈테가 예쁜 꼬마물떼새는 모성애가 뛰어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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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물떼새 금산천에 번식중이 꼬마물떼새는 우리나라를 찾는 흔한 여름철새이다. ⓒ 이경호


둥지 주변이나 새끼 주변에 적이 나타나면 자신이 다친 척하여 적을 유인하는데, 이것을 의태행위라고 한다. 이렇게 적을 유인하여 둥지와 새끼가 안전해지면 다시 유유히 비행하여 적을 혼동시킨다. 얼마 전 나는 이렇게 새끼를 키우는 꼬마물떼새를 직접 목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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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척 연기하는 꼬마물떼새 이렇게 천적을 유인하여 새끼를 지켜낸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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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액션중인 꼬마물떼새 꼬마물떼새의 액션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둥지에서 이소(둥지에서 새기가 떠나는 것)하여 어미를 쫓아다니는 꼬마물떼새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워낙에 보호색이 잘되어 있어서, 육안으로 관찰해서 찾아낸다는 것은 보통 공력을 들여서 되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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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물떼새 새끼 숨어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이렇게 관찰하기 어려운 이소는 새끼 꼬마물떼새에게는 가장 위험한 시기이다. 날지 못하는 새끼가 어미를 쫓아다니며 천적들로부터 몸을 지켜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어미새로 성장하는 확율은 1% 내외라고 전해지고 있다.

아무튼 금산에서 만난 꼬마물떼새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날개를 다친 척하면서, 나를 쫓아오라는 듯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의태행동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에 주변에 둥지나 새끼가 있을 것이라고 직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끼를 찾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새끼가 위험해지지 않도록 꼬마물떼새가 경계를 풀고 다시 활동을 시작하게 하고, 조용히 새끼를 찾기를 여러 번 하다가 결국, 새끼를 찾을 수 있었다.

새끼는 엄마의 뜻에 따라서 꼼짝도 하지 않고 숨어서 천적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었다. 어렵사리 찾아낸 새끼의 모습에 웃음도 나왔지만,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준 것 같아 걱정되었다. 잠시 동안 새끼새를 사진에 담고 다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몰래 다시 숨어서 꼬마물떼새를 지켜보니 다시 새끼를 이끌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렇게 금산에서 만난 꼬마물떼새는 천적이 아닌 나로 인해서 갑자기 봉변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사히 잘 커서 내년에 다시 금산에서 새끼와 함께 만나기를 기도했다.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준 꼬마물떼새에게 미안함을 전해본다.
#꼬마물떼새 #의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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